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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퇴근하겠습니다 -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워라밸 사수기
아케노 가에루코 지음, 김지연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평점 :
겨우 얼굴을 비집고 만원 지하철을 타고 출근.
그리고 아침 회의부터 시작하면 어느새 점심 시간.
밥은 입으로 들어가는지 잘은 모르지만 허기만은 채워지는 느낌으로 다시 일을 시작하면 집중력이 떨어질 시기가 다가옵니다.
퇴근 시간 한 시간 전.
이미 마음은 회사문을 당차고 나가지만 현실은 째각거리는 시계만 바라볼 뿐.
그렇게 퇴근 시간이 되지만 어느 누구도 선뜻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습니다.
침묵과 눈치 속.
윗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비로소 컴퓨터를 끄고 퇴근길에 나섭니다.
지금은 그래도 근무 시간을 지켜주는 회사들이 많지만......
이 책을 보자마자 읽고나면 '사이다'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짜 야근 없다!
정시 퇴근 사수하라!
정시 퇴근을 사수하기 위한 그녀의 '칼퇴 사수기'.
『정시 퇴근하겠습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316/pimg_7523781182481333.jpg)
"벌써 퇴근하려고?"
다네다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안 되나요?"
"매일 철저하게 칼퇴근이네."
"다네다 씨도 가끔은 일찍 퇴근하지 그래요?" - page 10
18시 정각.
벌써 퇴근 시간입니다.
"죄송하지만,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그녀는 회사에서 걸어서 5분쯤 걸리는 상가 건물 지하에 있는 상하이 반점에 갑니다.
18시 30분까지 주문하면 맥주 한 잔을 반값에 마실 수 있기에 도착하자마자 맥주부터 주문을 합니다.
"캬아"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맥주에 잠겨들때 쯤 문득 뭔가가 떠올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기 벽 쪽에 앉던 사람이 요즘 안 보이네."
이 시간에 오면 언제나 벽에 딱 붙어 앉아 혼자 저녁을 먹는 중년 남자가 있었다. 다 먹고 나면 "다시 회사 들어갑니다"라며 업무용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가곤 했다.
"아, 그 사람, 죽었대."
오탄이 옆 테이블의 접시를 정리하면서 대꾸했다.
"뭐?"
"직장 동료가 와서 알려줬어."
"왜...... 죽었대......?"
"가슴에 통증을 느끼면서도 참고 밤새워 일하다가 다음 날 아침에 회사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대. 발견한 사람이 안 됐지. 나도 안 됐고. 어렵게 생긴 손님이 한 명 줄었잖아." - page 14 ~ 15
쉽게 넘어갈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우리에게서도 이런 안타까운 사건을 접하였었기 때문입니다.
노동자 과로사
'칼퇴 요정' 유이는 그렇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맡은 바 열심히 그리고 칼퇴를 하면된다 생각하며 직장을 다니던 중.
그녀에게 전에 없던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냥 내가 유이...... 아니, 히가시야마 씨한테 팀장을 맡기고 싶어서 그래. 같은 팀에서 일하는 거 보면서 그렇게 생각한 거라고. 그러니까 부탁할게." - page 31
은근히 야근을 강요하는 자리인 팀장을 맡아달라는 고타로씨의 부탁.
당연히 거절하였는데 어느 새 마음속 또 다른 자아가 유이에게 외쳤습니다.
"제가 할게요......, 팀장......" - page 47
그렇게 그녀는 말도 안되는 프로젝트의 팀장이 되어 정시 퇴근을 향한 고군분투가 시작됩니다.
이 무모한 프로젝트를 진행시키는 상사 후쿠나가.
그리고 그런 상사를 그저 죽을 힘을 다해 자신을 불싸르며 일하는 고타로.
이 모습이 마치 '임팔 작전'과도 같았습니다.
"임팔 작전은 1944년 일본군이 연합군의 근거지였던 인도의 임팔을 공략하기 위해 결행한 작전이다. 무리를 거듭하며 전투를 벌인 결과, 일본군은 3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며 패배했다."
3만 명. 엄청난 숫자다. 유이는 화면을 뚫고 들어갈 기세로 바라보았다.
이 작전을 지휘한 사람은 용감무쌍하다고 알려졌던 무타구치 렌야 사령관이었다. 그가 세운 계획은 무모하기 짝이 없었다. 10만 명이나 되는 군인들을 미얀마와 인도 국경 지대의 산을 넘어 행군시키면서 필요한 식량과 무기 등의 보급품은 10분의 1밖에 확보하지 않았다. 무타구치는 그래도 이간다며 호언장담했다. - page 39
그녀와 아버지와의 대화가 종종 나오곤 합니다.
그녀는 일 중독이었던 아버지에게 물어봅니다.
"대체 아빠는 왜 맨날 그렇게 늦게까지 회사에 있었어요?"
"뭐냐, 뜬금없이. 회사는 커다란 가족이니까. 다 그런 거다." - page 129
그녀의 아버지도 거품 경제가 일어나기 전까지, 우리들의 아버지는 IMF가 터지기 전까지 그렇게도 회사를 위해 자신이 있다고 여기며 자신을 태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회사를 위해서, 회사를 위해서, 회사를 위해서......
아마 이 소설에서 전하고자 한 이야기는 이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316/pimg_7523781182481331.jpg)
그리고 또 하나의 이야기.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여러분이 가슴에 새겨뒀으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유이는 팀원들의 얼굴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회사를 위해 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나를 위해서 회사가 존재한다."
"사장님 말씀이네요?"
구루스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유이를 향한 신뢰가 다시 돌아온 듯한 눈빛이었다.
유이는 미소를 지으며 팀원들을 둘러보았다.
"그러니까 자신에게 도움이 안 될 것 같으면 이런 회사는 언제든지 그만둬도 된다는 말입니다. 회사를 위해 죽겠다는 멍청한 생각은 하지 마세요." - page 290 ~ 291
당연한 내 권리이지만 당연하지 않았음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를 위해서 회사가 존재한다는 것.
그렇기에 '회사'가 중심이 아닌 '내'가 중심이 되어야함을.
유이와 같은 팀장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는 건 아직 우리 사회 조직이 그렇지 않음을 시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모든 이들이 유이가 되는 그 날까지 용기를 내 보아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