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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메어 앨리 ㅣ 스토리콜렉터 91
윌리엄 린지 그레셤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21년 1월
평점 :
이런 문구를 보게 된다면 그냥 넘어갈 독자가 있을까...!
영국 《가디언》지가 뽑은
'세상에서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열 권의 소설책' 선정!
뒤늦게 그 빛을 발하게 된 이 작품.
그래서 더 궁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간은 꿈꾸고 또 두려워하기에 앞으로 나아간다...
『나이트메어 앨리』
'열 가지 쇼'의 소유주이자 변사 클렘 호에틀리가 군중을 헤치며 관객들 앞에서 외칩니다.
"여러분, 이 쇼는 오로지 과학과 교육 목적으로 선보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주십시오. 여러분이 보고 계시는 이 존재는....." - page 25
기인은 턱을 축 늘어뜨린 채 네 발로 엎드려 몸을 앞으로 내밀고는 살아있는 닭을 물어뜯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스탠턴 칼라일.
우중충한 군중은 주정뱅이를 뒤로하고 말없이 무기력하게 기인쇼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스탠은 묘한, 아련하고 기분 좋은 미소를 띤 채 그들을 바라보았다. 파이 안에서 줄톱을 발견한 재소자 같은 미소였다. - page 29
그리고는 여러 쇼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마술인 듯 서커스인 듯... 그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쇼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스탠은 그들 중 마음이 끌리는 이가 있으니 바로 독심술을 하는 '모든 것을 아는 여자 ' 지나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곁엔 알코올중독자 남편 피트가 있다는 점이 조금은 거슬리지만...
마술도 좋지만, 나도 지나처럼 인간의 본성을 잘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는 모든 사람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마술을 한다. 설득, 그게 바로 지나의 쇼다. 다른 사람은 따라 할 수도 없다. 저렇게 능란한 말재주를 갈고 닦으려면 오랜 세월이 걸린다. 그녀는 말문이 막히는 법이 없다. 언제 한번 비결을 슬쩍 물어봐야겠다. 영리한 여자야. 피트 같은 주정뱅이하고 얽힌 게 유감이다. 더 이상 남자구실도 못 한다는데. 약간 나이ㅏㄱ 들긴 했지만 생긴 것도 괜찮고. - page 53
그러던 어느 날.
스탠은 술을 찾고 있는 피트에게 조용히 다가가 술병을 건넵니다.
그런 스탠을 바라본 피트는 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스탠, 자네 같은 청년은 위대한 독심술사가 될 수 있어. 인간의 본성을 연구해!"
...
"인류는 내일을 가리는 장막 뒤를 보려고 노력해왔다. 수정 안에서 미래를 본 사람들도 분명 있었어. 그것은 수정 자체가 지닌 특성일까? 혹은 수정을 도구로 예언자가 그저 내면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일까? 누가 알 수 있겠나? 하지만 비전은 존재해. 천천히, 일렁이는 형태로 다가오며......" - page 74
언짢은 스탠은 피트를 두고 자리를 뜹니다.
다음날... 피트는 싸늘한 시체로 발견이 됩니다.
그의 죽음으로 혼자가 된 지나.
그런 지나에게 다가간 스탠은 그녀에게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요령을 배우기로 합니다.
그러다 카니발 유랑극단에 경찰이 다가옵니다.
"내가 들은 건 다른 이야긴데. 말 못 하는 동물을 학대하는 음란한 불법 공연이 벌어진다고 들었어. 오늘 저녁 고발이 들어왔다." - page 117
그래서 쇼를 폐쇄하고 책임자를 체포하러 왔다는 경찰.
경찰에게 조심스레 스탠은 다가가 그의 마음을 읽기 시작합니다.
조금씩 놀라운 표정을 짓는 경찰은 충고만 남기고 자리를 뜹니다.
세상은 내 거다, 빌어먹을! 세상은 내 거라고! 사람들을 내 손아귀에 쥐고 흔들 수 있어! 기인은 위스키를 마시지. 보통 사람들은 다른 걸 마신다. 바로 약속을. 희망을 마신다고. 그들에게 약속과 희망을 주는 거야. 가능성은 무한하다. 원하는 건 뭐든지 가질 수 있어. 일면식도 없는 이 노인네를 그럭저럭 해치웠다면, 상원의원도 구슬릴 수 있어. 주지사도! - page 124 ~ 125
자만심이 커진 스탠은 카니발을 떠나 독심술 쇼로 보다 큰 무대에서 활약을 하게 되고...
그럴수록 그는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을 향해 가게 되는데...
그의 앞으로의 행로는 어떻게 될지 아슬아슬하면서도 쫄깃한 긴장감과 함께 읽어보시길...
우리가 점성술, 독심술에 기대는 이유.
스탠이 일러주었습니다.
최악을 두려워하기에...
최선의 희망을 바라기에 그 희망을 누군가가 확신해서 말을 해 주면 안심을 할 수 있기에...
그들의 말에 쉽게 수긍하고 조종당하는 것이 아닐까...
이 소설은 내용을 만나기 전 타로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스물두 장의 타로가 소설 속 불길한 중량감과 신빙성을 암시하기에 보다 몰입해서 읽게 되고, 그래서 더 무섭고 잔인하게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가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고 책장을 덮었음에도 스탠이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습니다.
속도를 내자, 군중들이 슬슬 들썩거린다. 하지만 이게 인생이다. 모두 나를 보고 있다. 어떻게 하는 거지?이야, 감쪽같네. 어떻게 한 건지 궁금해한다. 그들에게는 마술이겠지. 이건 인생이다. 군중들이 쳐다보면서 듣고 있으면, 무슨 이야기든 해도 된다. 그들은 내 말을 믿는다. 나는 마술사니까. - page 46
쉬이 헤어 나올 수 없었던 매혹적이면서도 그만큼 날카로웠던 소설, 『나이트메어 앨리』.
왠지 이번 한 번의 만남으로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읽게 된다면...
그땐 어떤 느낌으로, 나에게 무엇을 일러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