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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내 뼈 - 난생처음 들여다보는 내 몸의 사생활
황신언 지음, 진실희 옮김 / 유노북스 / 2021년 2월
평점 :
건강할 땐 몰랐는데 막상 아프고 나니 관심이 생기게 된 '몸'.
너무 자만했던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덧 보내는 몸의 신호에 그만 주저앉아버렸던 나날들...
그래서 '내 몸'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를 만들어준, 나를 지탱해준 몸.
그 몸에 대해 펜을 쥔 베스트셀러 의사가 유쾌하게 써 내려간 몸 에세이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머리카락부터 엉덩이까지
종횡무진 가로지르는 내 몸 구석구석
『내 몸 내 뼈』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311/pimg_7523781182871280.jpg)
책 속엔 머리카락, 얼굴, 어깨, 허리, 엉덩이, 발가락, 배꼽, 자궁, 포피에 대한 저마다의 사연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들은 생활의 이야기였고, 해부학의 이야기도 있었으며, 임상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저자는 머리카락이 몸에서 가장 예민한 부위라고 하였습니다.
솔직히 머리카락에 신경이 있는 것도 아닌데 예민할 수 있을까? 헤어스타일이라면 모르겠지만...이라 생각했지만 알고보면 우리의 머리카락에 깊은 의미가 담겨있다는 사실을 그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삭발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사랑을 잃었거나 경쟁에서 좌절했기에, 그 마음을 머리를 미는 행위로 뼛속 깊이 새기고 싶었을 것이다. 또는 곧 어딘가에 갇혀 지낼 예정이라, 더는 다른 일에 신경 쓸 여력이 없음을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겠다. 어쩌면 일종의 속죄인지도 모른다. 지난날의 죄업을 잘라내고, 여기서부터 다시 살겠다는 표명일 수도 있다.
잘려 나간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은 각각의 해석을 지닌 인생의 밀어다.
...
그래서 나는 안다. 내가 신경도 없는 머리카락 그리고 안전모, 베개, 머리빗에 민감한 이유는, 인생의 기름때, 끈적임, 더러움, 각종 아름다움과 추함을 깊이 감지하고 싶어서라는 걸 말이다. - page 35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에 가슴이 참 먹먹하였습니다.
'가슴'에 얽힌 에피소드를 풀어 놨던 할머니의 이야기.
몇 년 전부터 유방에 문제가 나타났지만 남세스러워서 방송에서 본 약초 처방을 믿고 '베트남산 신약'이라는 약초를 복용하며 연고만 사다 바른 할머니.
결국 고름과 피가 흐르는 유방에 함몰되어 썩고 있던 유두.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311/pimg_7523781182871279.jpg)
같은 여성으로, 엄마로 먹먹함으로 다가온 이 이야기는 한동안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배꼽'은 탯줄을 자르는 것에 영향을 받는 줄 알았는데 형태는 선천적으로 정해져 있어, 탯줄을 자르는 방법이 배꼽 모양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2006년 영국 의학계에서 영향력 있는 저널 <란셀>에 소개된 한 논문에서 발견한 사실.
그들은 산후 즉시 탯줄을 자른 아기와 출산 후 2분 후에 탯줄을 잘라 낸 아이를 비교했다. 그 결과, 탯줄을 늦게 자른 아기는 6개월 후 혈중의 철 이온과 철 단백 함량이 비교적 높았고, 훗날 철분 결핍성 빈혈 발병률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page 146
너무 아파서 아무런 기억은 나지 않지만...
탯줄을 언제 자르느냐가 중요하기보단 탯줄을 잘라 새 생명을 맞이한다는 그 순간.
그 위대함에 우리의 배꼽도 소중히 여겨야 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우리 몸 중에서도 인생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면 '어깨'가 등장하곤 합니다.
어깨 위에 권력과 위세, 그리고 삶의 무게.
저자는 견장의 무게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버지가 직업군인이었던 친구 아충.
아버지의 모습이 멋졌기에 직업군인을 꿈꾸었고 또 그렇게 군인이 되고 다시 만나게 된 아충의 모습은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어깨에 빛나는 매화를 달았던 아버지가 최근 뇌졸중 2기로 몸 왼쪽이 완전히 마비되어 손도 발도 움직일 수 없다는 소식.
그래서 오늘도 병원에 가서 아버지를 뵙고 저녁이 되기 전에 다시 부대로 돌아간다는 그.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311/pimg_7523781182871278.jpg)
어깨 위의 인생에 대해...
참 씁쓸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앞서 저자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한참을 쓰다가 비로소 '한정'적인 인체를 미시적으로 바라보면 '무한'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세포 하나에도 세포핵, 미토콘드리아, 소포체 등 다양한 세포 기관이 들어 있다.
인체는 너무 정교한 탓에 그 안에 직조된 모든 일이 무척 번잡하다. 이 신체발부는 각자의 이력이 있고, 각자의 은유가 있으며, 각자의 취향도 지녀, 인생을 다채롭고 굴곡지게 장식한다. - page 7
그동안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몸에서 이토록 다채로운 이야기가 있을 줄이야...
그리고 그 이야기는 결국 우리의 이야기였음에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아픔으로 신호를 주는 내 손에, 내 어깨에 귀를 기울여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