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마감 - 일본 유명 작가들의 마감분투기 작가 시리즈 1
다자이 오사무 외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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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중쇄를 찍자!>를 보면 주간 만화 매거진 편집부에 취직한 주인공의 고군분투가 그려집니다.

중쇄를 찍기 위해, 중쇄가 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기 위해 작가와 편집자 간의 교감을 보면 한 작품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치열한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 책이 에세이 편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 봅니다.

하나같이 일본 유명 작가들이 전하는 마감을 앞둔 고군분투 이야기.

그 치열한 현장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작가님, 원고 언제 주실 건가요!?

 

작가의 마감

 

첫 장을 펼치면...

와~

『인간 실격』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수필 마감을 앞둔 이야기였습니다.

웅얼웅얼 읊조리며 쓰고는 조금 있다 찢고 또 쓰고는 조금 있다 찢고...

왠지 술술 써 내려갈 것 같은 그는 전전긍긍하면서도 사흘째 열 매도 쓰지 못한 상황입니다.

 

수필은 소설과 달리 작가의 언어도 '날것'이기에 매우 조시해서 쓰지 않으면 엉뚱한 사람에게까지 상처를 준다. 결코 그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나는 언제나 '인간 역사의 실상'을 하늘에 보고할 뿐이다. 사사로운 원한이 아니다. 이렇게 말해도 사람들은 웃으며 믿지 않는다. - page 12

 

그의 성격과 글이 참으로 닮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의무 수행처럼 왜 사는가, 어째서 글을 쓰는가에 대해 의무를 수행하기 위함으로 글을 썼습니다.

 

현재 나는 의무를 위해 살고 있다. 의무가 내 생명을 지탱해주고 있다. 한 개인의 본능으로는 죽어도 좋다. 죽든, 살든, 병들든 그다지 차이는 없다. 하지만 의무는 나를 죽지 않게 한다. 의무는 내게 노력을 명한다. 쉼 없이 더, 더 노력하라고 명한다. 나는 비틀비틀 일어나서 싸운다. 지고 있을 수만은 없다. 단순하다. - page 76

 

또 반가운 작가가 있었습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도련님』을 쓴 작가, '나쓰메 소세키'.

천상 작가임을 엿볼 수 있었던 대목이 있었습니다.

 

창작 쪽은 반드시 써야 한다는 의무가 있으면 펜을 들 마음이 생긴다. 펜을 들면 약간의 감흥이 솟아날 뿐, 대단히 흥미롭지도 않거니와 대단히 고통스럽지도 않다. 쓰기 시작하면 펜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아마 보통 속도이리라. 원고는 한 번에 써 내려간 다음 나중에 오탈자를 수정한다. 시간은 밤이든 아침이든 낮이든 별로 상관없지만, 언제가 됐든 펜을 쥔 채 움직이는 만큼 괴롭기는 하다. 다만 나는 쓰기 시작하면 거드름을 피우며 일부러 펜을 늦추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 page 124

 

그래서 그가 펜을 쥐고 쓴 글을 우리는 쉼 없이 몰입하며 읽어내려가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해 봅니다.

 

그리고 인상적인 이가 있었습니다.

'요코미쓰 리이치' 작가.

그는 마감 일주일 전에 완성한 소설이 아니면 내놓을 마음이 들지 않았고 자신이 쓴 작품에 대한 객관성이 조금도 없어 남의 비평을 들으면 일주일 동안 눈길이 안 닿는 벽장에 넣어 둔 채 완전히 잊고 살다가 다시 읽어본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작품에 대해 열정과 애정은 많은 작가.

조금은 내려놓아도 좋을 텐데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로 평가하던 그.

 

쓸 수 없는 날에는 아무리 해도 글이 써지지 않는다. 나는 집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화장실 안이다. 아니, 볼일도 없는데 여긴 뭐 하러 들어왔지. 밖으로 나오다 이번에는 격자문에 머리를 내리친다. "으음, 으음"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따위 글을 써봤자 뭐가 된단 말인가. 그저 노동의 기록에 지나지 않는 것을. - page 43

 

창작의 고통으로 피어난 작품들.

그 속에 담긴 작가들의 면모를 보고 나니 이젠 작품을 만날 때 겸허한 태도로 읽어내려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엔 한국 작가들의 마감분투기도 만나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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