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만나면 그곳이 특별해진다 - 도발하는 건축가 조진만의 생각노트
조진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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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주위를 둘러보면

건물, 건물, 건물...

이렇게나 많은 건물들은 저마다 이야기를 담고 있겠지만 건축물에 대해 1도 모르는 저에겐 그저 하나의 공간으로만 여겨질 뿐이라...

궁금했습니다.

이 건축물이 가진 의미가 무엇일지...

 

공간이 가진 특별함은 누가 어떻게 만들까?

사람과 하나 된 건축물 속 숨은 인문학과

인사이트를 주는 공간, 시대정신을 담은 건축의 비하인드 스토리

 

그를 만나면 그곳이 특별해진다

 

 

건축이란 무엇일까?

우선적으로 질문을 던져주었습니다.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터라 이 질문 앞에 주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우리는 흔히 건물에 대해 평가할 때 '형태가 매력적이다', '쓰인 자재가 마음에 든다'라고 말합니다. 이렇듯 건축에서는 다분히 개인적인 취향이나 예술의 표현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면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건축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관계를 만들고 사회를 형성하는 틀'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남, 자연과 인간, 개인과 사회, 안과 밖 등 다양한 관계성을 통해 우리 문화와 사회는 발전했습니다. - page 7

 

아...

이런 의미를 지니고 있었군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픈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건축물과 건축가들의 도발적인 작업들로 인해 새롭게 형성될 사회적 관계는 어떤 것이고, 그곳에서 우리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 공간들의 새로운 가치와 시대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 책을 통해서 단순히 건축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장소와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그 질문은 결국 우리가 그 공간을 왜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가로 귀결됩니다. - page 8

 

특히나 코로나로 인해 공간의 재해석이 대두되는 요즘에 한 번쯤 읽어야 할 책이었습니다.

 

건축물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예를 들어, 피카소 그림을 소유한 이가 그림 속 인물의 얼굴이 삐뚤게 그려졌다고 생각해 이를 똑바로 고쳐 그리면 코미디가 된다. 하지만 완성된 건물의 어느 부분을 소유자가 멋대로 고친다고 해서 누구도 뭐라고 하지는 않는다. 원작자인 건축가가 법에 호소를 해봐도 소용이 없다. 때론 시간이 흘러 건축물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수정이 불가능해질 수는 있지만 이는 창작성에 대한 배려라기보다는 그것이 공공재로서 기능하기 때문이다. - page 27

 

건축 초반에 존재했던 명확한 의도가 설계되면서 세월이 흐르면서 사용자와 관리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에 의해 원래의 명료함이 사라진다는 것이...

건축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참 씁쓸하지 않을까...?!

 

그래서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는 생의 마지막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지고 전해지는 것은 사유뿐이다."

 

'건축'의 의미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건축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활동 공간인 '틈'을 만드는것이다. 여기서 '틈'이란 한자로 사이 간間에 해당한다. 즉, 건축은 인간人間이 앞으로 보낼 시간時間을 위한 공간空間을 만드는 것이다. 인간은 '사람들 사이의 틈', 시간은 '순간 사이의 틈', 공간은 '관계 짓기를 위한 틈'을 말한다. 어떻게 보면 인생이란 이 중요한 '틈'들을 얼마나 의미 있게 채우며 살아갈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 page 78 ~ 79

 

결국 건축도 우리의 인생과도 같음을, 그렇기에 우리가 건축에 대해 알아야 함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최근에 읽은 소설에서도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는데 책 속에서도 이와 같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동묘지는 외곽이나 산에 있는데 가까운 일본만 보더라도 주택가 안에 존재합니다.

거리낌없이 도시 속에 묘지를 두는 그들의 모습은 저에게, 우리에게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함을 다시금 일깨워주곤 하였습니다.

 

공통적으로 이들의 묘지는 도시 가운데 위치하여 삶의 일부로써 매우 친근하게 여겨진다는 점에서 우리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유명한 건축가들이 설계를 맡고, 마치 공원처럼 활용되며 아름다운 경관으로 관광객이 찾아오기도 한다. 이들은 왜 이렇듯 죽음을 아무 거리낌 없이 도시 속에 두는 것일까? 그곳에 가만히 머물러 잠시 시간을 보내본 이라면 답을 알 것이다. 죽음을 품고 있는 도시가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묘역은 망자에 대한 기억을 담아 산자들이 성찰하는 공간이다. 죽음을 삶 가까이에 두는 것에서 비로소 우리는 겸손해지고 도시는 겸허해질 수 있다. - page 132

 

그리고 이 이야기가 진하게 울렸습니다.

 

과거 우리의 개발 시대에는 광범위한 재개발이 이뤄졌다. '철거는 선'이었다. 낡고 지저분한 옛것은 보존이 아닌 파괴의 대상이었다. 산업화와 도시화라는 미명 아래 끊임없이 허물어지고 다시 들어서는 과정을 반복하며 서울은 역사성과 다양성을 잃었다. 수많은 사람이 일상을 영위하는 낙원상가는 비록 아름답거나 편하지 않을지 몰라도 도시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최소한의 개입을 통해 제약을 해결하고 다시 도시와 우리 삶에 열리도록 하는 것은 건축이 가진 힘이다. - page 194

 

무조건적인 철거와 신축만이 답이 아님을.

한 건축에 쌓이는 세월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닌 '공간'이자 '역사'임을.

그러고보니 건축이 지닌 힘이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우리는 건물을 '만든다'라고 말하지 않고 '짓는다'라고 말합니다.

뚝딱뚝딱 되풀이해서 '만드는' 것과 달리 개개인의 삶을 이루는 바탕이 되는 창조 행위이기에 '짓는다'라고 표현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단순히 '건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가지고 존재의 의미를 알아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행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은 결국 공간으로 말해지고 새로운 건축이 새로운 시대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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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자처럼 생각하기 - 목적 있는 삶을 위한 11가지 기술
제이 셰티 지음, 이지연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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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몸은 뜻하지 않은 병을 얻게 되어서였고...

자존감이 낮아지면서 우울감이 나타나기 시작되어 예전의 일상처럼은 지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발버둥 치면서 몸을 움직여보지만...

이마저도 금방 지치기 일쑤...

그나마 '책'이 있어 하루를 보낸다기보다는 버텨내고 있습니다.

 

이 책을 보자마자 '구원의 손길'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문구로 인해.

 

"이 책 한 권이면 지금 당신이 있는 곳 어디에서나

불안을 극복하고 마음의 평화를 이룰 수 있다!"

 

딱 저를 위한 책이었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 인생의 수도자가 되어야 한다"

매일 비우고 채우고 나누는 수도자의 삶에서 배우는 불변의 지혜

 

수도자처럼 생각하기

 

 

솔직히 두께감에 흠칫 놀라긴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건 큰 오산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술술 읽히고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자꾸만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웬만해서는 형광펜으로 표시하지 않는데 이 책은 그 어떤 문장도 허투루 넘길 수 없었습니다.

정말...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아니 앞으로도 계속될 이 팬데믹한 상황 속에 힘겨워하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책이었습니다.

 

책 제목에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수도자처럼 생각해야 하는 것인지...?

이 해답은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왜 수도자처럼 생각해야 할까? 농구장을 지배하고 싶다면 마이클 조던에게 물어보는 게 현명하다. 기업 혁신 전략을 배우고 싶다면 일론 머스크를 파고드는 게 좋다. 멋진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면 비온세를 연구하는 게 좋다. 그렇다면 평화, 안정, 목적을 찾기 위해 마음을 수련하고 싶다면? 전문가는 바로 수도자들이다. 그레이트풀니스를 공동 설립한 베네딕트회 수사 다비드 슈타인들라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끊임없이 '현재'를 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은 모두가 수도자다." - page 14

 

그래서 전직 승려이자 동기부여 철학자, 전 세계인의 마음챙김 코치인 그가 우리에게 평화롭고도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수도자처럼 생각'하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책에서는 수도자의 마음가짐을 받아들이는 세 단계를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첫째, 우리는 놓아줄 것이다.

우리를 붙들고 있는 외부의 영향력, 내적 장애물, 여러 두려움을 벗어던질 것이다. 이 단계를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청소 단계라고 생각해도 좋다.

둘째, 우리는 성장할 것이다.

여러분이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자신 있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삶을 재편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베풀 것이다.

나 자신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고, 감사하는 마음을 나누고 확장하며, 더 깊은 인간관계를 맺을 것이다. 내가 가진 재능과 사랑을 타인과 나누고, 봉사가 주는 진정한 기쁨과 놀라운 이점을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세 가지 유형의 명상법도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호흡법

몸을 위한 것, 즉 고요와 균형을 찾고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한 것

떠올려보기

마음의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 즉 과거를 치유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것

만트라(소리 명상)

정신을 위한 것, 즉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자아 또는 우주와 연결되어 진정한 정화를 맛보기 위한 것

 

​이렇게 책을 읽다 보면 자아성찰과 깊은 자각을 하며 어느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요즘 들어 특히나 몸이 안 좋다보니 부정적인 생각과 불평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건 알지만...

책 속에서 이 이야기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슈람에서는 모기장을 치고 잔다. 매일 밤 모기장을 친 다음 손전등으로 그 안에 벌레가 없는지 확인한다.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깬 나는 모기장 안에 모기는 딱 한 마리 있는데 내가 물린 곳은 열 군데도 넘는 것을 발견했다. 달라이라마의 말씀이 기억났다. "스스로 너무 작아서 큰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모기 한 마리와 함께 자보라." 옹졸하고 부정적인 생각이나 말은 바로 모기와 같아서 아주 조금만 있어도 평화를 강탈할 수 있다. - page 78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가진 부정적 생각을 알아채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마치 그 모기 한 마리를 알아채지 못하는 것처럼.

그래서 생각을 정화하기 위해 수도자들은 자각, 접근, 수정이라는 과정을 겪는다고 합니다.

알아채고, 멈추고, 바꿔라.​


 

 

그리고 이 이야기가 저에게 참 와닿았습니다.

 

알다시피 의사도 병에 걸린다. 병에 걸리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스님들은 늘 우리에게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병이 있고, 누구나 아직 배우는 중이라고 말씀하셨다. 건강 문제로 우리가 남을 비난하지 않듯이, 나와 다른 죄악을 가졌다는 이유로 남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가우랑가 다스는 짧은 비유를 통해 이 같은 조언을 되풀이해서 들려주었고, 우리는 그 말을 되새기며 다른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품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와 다른 병이 있다고 남을 비난하지 마라.'

'누구도 완벽하기를 기대하지 마라.'

'자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 page 70

 

제 자신에게 일깨워 준 <자존심이 아니라 자신감을 키워라>.

 

겸손함을 지니면 내 강점과 약점이 또렷이 보이기 때문에 노력하고,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자신감과 높은 자존감은 겸손하고 불완전하고 노력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게끔 도와준다. 부풀려진 자존심과 건강한 자존감을 서로 헷갈려서는 안 된다. 자존심은 모든 사람이 당신을 좋아하길 바란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타인이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다. 자존심은 스스로 모든 걸 다 안다고 생각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누구에게든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존심은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어 한다. 자존감은 스스로를 표현하고 싶어 한다.

...

자세히 보면 우리가 그동안 노력해온 모든 자각이 겸손과 자기가치라는 서로 연결된 자질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와 남을 비교할 게 아니라 내 마음을 닦고 나 자신을 발전시키려 노력해야 한다. 나를 증명하고 싶어 할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외부의 바람에 주의를 빼앗겨서는 안 된다. 내 다르마에 맞는 의도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 - page 320 ~ 321

 

역시나 '감사'의 마음을 가지며 살아가는 것의 중요함을 이 책의 저자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약'인 '감사'.

 

감사는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응어리와 고통을 극복하게 한다. 질투와 감사하는 마음을 동시에 느끼려고 해보라. 잘 상상이 안 될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이 있으면 다른 감정은 밀고 들어오지 못한다. UCLA의 신경과학자 앨릭스 코브에 따르면, 실제로 우리는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에 동시에 집중할 수는 없다고 한다. 감사하는 마음을 느낄 때 뇌는 도파민(보상을 담당하는 화학물질)을 분비하고, 우리는 그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어지므로 감사하는 습관이 생긴다. 코브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것을 감사할 대상으로 보면 뇌는 감사할 것을 더 많이 찾는다." 말하자면 '선순환'이다. - page 344

 

내 안에 부정적인 감정이 있었던 건 '감사'의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었음을...

이제라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겸손하게 살아가야겠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저자가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런 질문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수도자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까?'

 

덕분에 나 자신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확장된 느낌을, 더불어 나 자신에게도 한결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이젠 나에게 문제가 닥쳤을 때 한 번쯤 '수도자라면...'이란 생각으로 또 하나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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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아무거나 먹지 마세요
안티 투오마이넨 지음, 전행선 옮김 / 리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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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할 듯 하지만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은... 진한 울림을 선사한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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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아무거나 먹지 마세요
안티 투오마이넨 지음, 전행선 옮김 / 리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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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알고 보니

'유럽에서 가장 재미있는 작가' 

라고 하였습니다.

'안티 투오마이넨'

국내에 첫 출간작이 이 소설.

얼마나 재미있을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지만

죽게 생긴 사람은 할 일이 많다!"

 

독버섯에 중독된 버섯 회사 CEO의 코믹 복수 활극

 

사장님, 아무거나 먹지 마세요

 

 

"소변 검사까지 하길 잘했어요." - page 9

 

3년 반 전, 불황으로 인해 아내 타이나와 거의 동시에 정리해고를 당했던 나, 야코.

그래서 둘은 소도시 하미나에서 버섯 회사를 운영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든 것은 불시에 찾아오듯 너무 지독해서 말 그대로 숨이 넘어갈 듯한 메스꺼움과 구토가 시작됩니다.

그러고 나서는 상태가 안정되는 듯했지만 그것도 잠시.

극심한 두통과 발작적인 기침은 불시에 공격해 하필 올해 들어 가장 중요한 시기를 앞둔 그에게 이 모든 증상들이 찾아오게 됩니다.

그래서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는...

 

"보시다시피, 몸에서 가장 중요한 내부 장기들인 신장, 간, 췌장이 극도로 손상되었습니다. 환자분의 설명을 고려해보면 중추 신경계도 심각하게 손상된 것 같아요. 또한, 어느 정도 뇌 손상도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 모든 게 소변 샘플이 알려준 중독의 직접적인 결과입니다. 독성 수준, 즉 체내에 축적된 독소의 양은 하마도 쓰러트릴 정도입니다. 환자분이 지금 제 앞에 앉아 있고 심지어 여전히 일도 한다는 사실은, 제 추측으로는 중독이 상당히 장기간에 걸쳐서 독이 체내에 축적될 수 있는 방식으로 서서히 진행됐음을 방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간에, 환자분은 그 독에 익숙해진 겁니다." - page 10 ~ 11

 

그는 의사에게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고 묻지만 돌아온 답은...

 

"죄송합니다만, 환자분은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될 겁니다." - page 15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인가!

약간의 위경련과 간헐적인 어지럼증을 동반한, 그리 심하지 않은 독감 증세 때문에 병원에 왔을 뿐인데 시한부 선고라니!

아마 누구나 그렇겠지만 살면서 '죽음'을 생각해보지는 않았기에 혼란스러운 마음에 지난 7년 동안 항상 함께 큰 결정을 내렸던 아내에게 이 사실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집으로 향하게 됩니다.

 

집 근처에 도착하니 멀리 타이나의 적포도주색 현대차가 보입니다.

(반가운 우리의 현대차 등장!)

 

페트리가 집에 들를 예정이라는 말을 타이나가 했던가? - page 22

 

가끔 타이나가 새로운 요리를 시도할 때 도와주곤 했던, 회사에서 가동하는 각종 기계를 관리하고 납품을 책임지는 직원인 페트리가 타이나와 함께 있나 봅니다.

그!런!데!!

테라스가 흔들립니다.

그리고 펼쳐진 풍경은...

 

시간의 흐름이 빨라진다. 그런 일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어쨌든 그렇다.

장작용 헛간 옆에 기대어놓은 쇠막대가 눈에 들어온다.

그 시점에서 구역질이 느껴진다. 메스꺼움의 파동이 어찌나 강력한지, 나를 쓰러트릴 정도다. 나는 양손으로 난간을 움켜잡는다. 구토물이 테라스를 향해 호를 그리며 공중을 날아간다.

수상 비행기가 집 전체를 흔든다. 본능적으로, 거의 내면의 힘에 이끌린 듯 나는 집 안으로 들어가 등 뒤로 문을 당겨 닫는다.

폐를 채우는 공기가 느껴진다. 잠시 나는 숨을 멈춘다. 그러다가 똑바로 일어선다.

수상 비행기의 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마치 옆방에서 윙윙거리는 파리 소리처럼 멀어져간다. 이제 난 이곳에 와서 하려던 말을 할 수 없게 되었음을 깨닫는다. 그 말을 들어야 할 사람이 그 말을 들을 자격이 없다는 것도 안다.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내 차의 에어컨이다. - page 25 ~ 26

 

하필 시한부 선고받은 날 아내의 불륜을 목격하게 되다니!

그것도 나이가 열 살이나 어린 그 자식-페트리-이라니!

그렇다면 아내와 그 연하남이 자신을 독살하기로 한 것인가!!

 

분노와 배신감.

하지만 결국 자신의 죽음은 기정사실화된 상태에 남은 거라곤 냉정한 판단이었습니다.

이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

 

아무도 멈추지 않고, 아무도 남지 않는다. 아무도 내가 하는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고 기다려주지 않는다. 나는 곧 모든 희망을 잃게 될 것이다.

그래도 아이스크림 덕분에 그나마 기분이 나아졌다. 강력한 마약류를 정맥에 직접 주사한 듯한 느낌이다. 적어도 내 상상으로는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내가 남은 생애 동안 마약을 주사할 일은 없을 것이니 실제로 비교해볼 수는 없지만, 모든 게 다 이런 게 아니겠는가? 우리 인생도 마음대로 만들어낸 가정과 기대가 뒤죽박죽 섞여서 나오는 결과물이다. 과연 우리의 인생을 무엇이라 규정할 수 있을까? - page 32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던 길에 6개월 전 자신과 비슷한 회사를 차린 '하미나 머시룸 컴퍼니' 앞을 지나치게 됩니다.

경쟁회사이기에 회사가 어떤지 보기 위해 가 보지만 회사 안엔 아무도 없고 그저 사무실이 어떤지, 설비가 어떤지 궁금해 살짝 들여다보고 다시 발걸음을 사무실로 향하게 됩니다.

 

그런데 저녁에 난데없이 경쟁사 3인이 찾아와 경고장을 날리고 자신을 위협하고 어처구니없게도 3인 중 한 명인 토미의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본의아니게 자신이 연류되게 됩니다.

 

독버섯 중독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그.

시한부 선고받은 날 아내의 불륜을 목격하게 된 그.

경쟁사의 한 사람의 살인 사건에 연류(?)된 그.

살다 보면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마련이지만 그것도 이렇게나 한꺼번에 마주하게 된 그에게 너무나 가혹한 현실.

과연 그는 이 현실 앞에 무릎을 꿇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당당히 나아갈 것인지...

 

그야말로 '블랙 코미디'가 따로 없었습니다.

그가 처한 상황 속.

그러면서 저자는 우리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이 나이 먹도록 죽게 되리라는 상상은 해본 적이 없다. 그건 마치 이 여름이 끝나더라도 다음번 여름은 변함없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며, 어떤 이유에선지 그 여름은 지나간 여름보다 훨씬 더 근사하리라고 믿는 것과 같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것이라고는 시시각각 짧아지는 지금 이 시간뿐이다. 그것은 우리의 이해를 넘어서는 광휘를 내뿜으며 얼핏 비치는 햇살처럼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다. - page 96

 

누구나 맞이하게 되는 '죽음'인데 왜 죽음에 대해 무덤하게 살아왔는지 이번 소설을 통해서 '만약 나에게 삶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면...?'이라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태어나는 순간 게임은 이미 시작된다. 죽음은 확실하고 똑같은 온기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죽음은 우리 삶에서 유일하게 영구적이다. 그것은 우리가 진정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 page 116

 

이미 시작된 게임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선 내일 죽을 것처럼 두려울 것 없이 이 순간을 살아야 함을 그에게서 한 수 배웠습니다.

그런 의미로 오늘도 힘을 내서 달려보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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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화가 - 한국 문단과 화단, 그 뜨거운 이야기
윤범모 지음 / 다할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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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이 조합을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그저 화가면 화가!

시인이면 시인!

하지만 이 둘은 결국 '예술'이라는 이름 하에 표현 방식만 달랐다는걸!

왜 이제서야 깨닫게 된 건지...

역시 아직도 배우고 알아가야 할 것이 많다는 사실에 열심히 책을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이 둘의 조합이 어떤 작품으로 승화될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시대의 풍경'이 된

문인들과 화가들의 만남...

 

일제 강점기 '경성의 르네상스'를 일군

이들의 삶과 우정, 교류와 연대를 통해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한국 근현대사를 살펴본다!

 

시인과 화가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앞서 저자의 이야기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시는 곧 그림이요, 그림은 곧 시이다. 오랫동안 모셔져 왔던 동북아시아의 주요 사상, 그것은 바로 시화일률이다. 시화를 따로 떼어놓고 어떻게 풍류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진정한 의미의 선비는 시서화를 잘하는 삼절의 경지에 올라야 한다. 시인과 화가의 관계는 바늘과 실의 관계였었다(라고 과거시제로 표현하게 한다). 예전에는 그랬다. 시인과 화가의 관계는 형제지간이었다. 1920 ~ 30년대의 서울은 문학과 미술이 한 가족 되어 동고동락했다. 문학과 미술은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창작의 세계로 진입하곤 했다. - page 4

 

그랬습니다.

우리네 조선 선비들은 한지에 글과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이!

시와 그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인지하고 과연 어떤 시인과 화가가 만남을 가졌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첫 장을 장식한 화가 '나혜석'과 시인 '최승구'.

그렇지 않아도 이번에 <선을 넘는 녀석들 마스터-X>를 통해서 만나게 되었던 '최초'의 타이틀을 거머쥔 '나혜석'을 책을 통해 다시 만나게되니 반가움 반, 애잔함 반이었습니다.

 

파격, 파격.

보수적 고정관념에 대해 끝없이 도전했던 그녀, 나혜석.

그녀의 첫사랑인 최승구.

하지만 최승구의 가슴속에 결핵균이 있어 점점 이들의 사랑은 하나의 꿈으로 바뀌게 되고...

 

도쿄 도착 5일이었다. 밤중에 문 뚜드리는 소리가 나며 '전보, 전보'한다. 나는 차마 볼 수 없어서 동생더러 뜯어보라 하였다. '동생 오후 6시 서거' 내 앞은 캄캄하였다. 조금 남은 정신으로 이런 답전 두 장을 하였다. '안심하고 가라.' '애도한다. 이것을 관 속에 넣어 주오.' 답전이 또 왔다. '관속에 넣었다.' 간단하고 명백하고 심오하고 철저한 그 말. '오해 없이 영원히 잊어주시오.' 이는 내 초련의 최초요 최종의 말이었다. (나혜석, <영원히 잊어주시오>, 『월간 매신』, 1934. 3. )

 

영원히 가슴 한구석에 자리 잡았던 최승구.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도 최승구를 그리워하며 쓴 에세이는 참으로 애절하게 다가왔습니다.

 

"슬퍼. 아아. 슬퍼. 해가 가고 날이 가니 슬픈가. 그 얼굴 그 몸이 재 되고 물 되어 가는 것이 슬픈가. 그 세계와 내 세계의 거리가 멀리 갈수록 그는 점점 냉정해가고 나는 점점 열중해가는 것이 슬프다. 나는 다시 눈을 딱 감고 아랫배에 힘을 잔뜩 주고 앉았다. 때는 밤 한 시. 복받친 기운이 뚝 꺼지며 시름없이 한숨을 짓는다. 내 눈에는 벌써 안개를 지었다. 코에서는 신물이 나올 듯하다. 아, 그는 나를 버리고 갔다. 그가 내게 모든 풍파를 안겨주고 멀리멀리 가버린 때가 이 봄밤이다. 내 몸은 사시나무 떨리듯 떨린다. 아래윗니가 서로 딱딱 닿는다. 나는 할 수 있는 대로 생각지 않으려고 눈망울을 일자로 굴려 잠을 청한다. 보름달은 구름에 가려 그 얼굴이 보일 듯 보일 듯할 뿐 아니라 빛까지 가리어 어두컴컴하다 아아! 소월아! 소월아!" (나헤석, <원망스런 봄밤>, 1933)

 

최승구가 요절하지 않았다면 나혜석은 보다 많은 작품을, 자신의 뜻을 마음껏 펼쳤을까...

나약하고 감상적인 시들이 횡행하던 1910년댕에 저항정신과 현실 인식이라는 차원에서 작품을 쓴 최승구 역시도 계속 작품 활동을 하면서 한국근대문학사에 한 획을 장식하지 않았을까...

이 둘의 아쉽고도 안타까운 만남이 쉬이 잊히지가 않았습니다.

 

저항시인 '윤동주'와 화가 '한낙연'.

워낙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윤동주 시인은 잘 알지만...

이번에야 알게 된 '한낙연' 화가의 이야기.

사실 윤동주와 한낙연의 접점은 고향 길림성 '용정'이었습니다.

중국 당국에서는 운동주는 '한글로 시를 쓴 조선인'이지만 한낙연은 중국 현대사의 물결과 도앵한 '인민 예술가'이자, '중국 공산당 동북지구 창시자'로 그와 관련 기념에 '공식적 예우'를 더해준다고 하였습니다.

'중국의 피카소'로 불릴만큼 200여 점의 유작을 남긴, 하지만 49세의 나이로 단명한 그.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곳이란 뜻을 가진 타클라마칸 사막에 위치한 키질 석굴을 연구하고 화가였기에 석굴 관련 내용을 비롯하여 서역지역의 풍물을 화면에 담았던 그.

대중적 인지도는 낮을지라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한낙연'.

이번 기회를 통해 기억하겠습니다.

 

만주의 용정 출신 한낙연, 그리고 윤동주, 이들은 서로 존재감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용정은 이들 역사적 거장을 기리는 조형물로 이색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만주라는 외곽에서 이룩한 쾌거, 만주는 결코 곳에만 존재한다고 불 수 없게 한다. 만주의 용정, 거기에 가면 오늘도 시인 윤동주와 화가 한낙연의 빛나는 숨결을 공유하게 한다. - page 140

 

​'나목'을 닮은 '박수근'과 '박완서'의 이야기.

박완서의 등단 장편 소설인 『나목』은 박수근의 전기는 아니지만 전쟁 시기 열악한 환경 속의 박수근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하였습니다.

이 둘은 미8군 PX에서 인간적으로 가까워지기 시작하였다고 하는데 그들이 함께한 계절은 겨울, 바로 나목의 계절이었다고 합니다.

닮은 듯한 이 둘의 모습은 아마 이렇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전쟁이 할퀴고 간 매우 어려웠던 시절의 박수근, 그 시절의 분위기를 실감 나게 표현해 준 박완서의 등단 작품 『나목』, 오늘도 우리들 곁에서 싱싱하게 살아 꿈틀거리고 있다. 나목은 박수근의 자화상이기도 했지만, 암흑기 우리 고향의 자화상이기도 했다. 시대의 진솔한 상징성은 그만큼 예술적 울림이 크다. 인고의 아낙네와 그 곁에 서 있는 나무, 이파리 하나 허용하지 않은 앙상한 겨울나무들, 궁핍한 시대의 진정성은 예술작품 속에서 살아 증거하고 있다. - page 192

​시인과 화가의 만남.

서로 얼굴을 맞대지 않았더라도 그 시대를 함께 살아간 이들이 전하고자 한 바는 예술작품 속에서 닮은 듯이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굳이 이 둘의 조합이 아니더라도 그 시대의 문인과 화가들을 만나게 되면 그들이 전하고자 했던 '시대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시대와 작품, 그리고 사람 이야기.

또 하나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현재에도 이어지는 '문학과 미술의 즐거운 만남'을 저 역시도 기대하며 관심을 가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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