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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아무거나 먹지 마세요
안티 투오마이넨 지음, 전행선 옮김 / 리프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알고 보니
'유럽에서 가장 재미있는 작가'
라고 하였습니다.
'안티 투오마이넨'
국내에 첫 출간작이 이 소설.
얼마나 재미있을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지만
죽게 생긴 사람은 할 일이 많다!"
독버섯에 중독된 버섯 회사 CEO의 코믹 복수 활극
『사장님, 아무거나 먹지 마세요』

"소변 검사까지 하길 잘했어요." - page 9
3년 반 전, 불황으로 인해 아내 타이나와 거의 동시에 정리해고를 당했던 나, 야코.
그래서 둘은 소도시 하미나에서 버섯 회사를 운영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든 것은 불시에 찾아오듯 너무 지독해서 말 그대로 숨이 넘어갈 듯한 메스꺼움과 구토가 시작됩니다.
그러고 나서는 상태가 안정되는 듯했지만 그것도 잠시.
극심한 두통과 발작적인 기침은 불시에 공격해 하필 올해 들어 가장 중요한 시기를 앞둔 그에게 이 모든 증상들이 찾아오게 됩니다.
그래서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는...
"보시다시피, 몸에서 가장 중요한 내부 장기들인 신장, 간, 췌장이 극도로 손상되었습니다. 환자분의 설명을 고려해보면 중추 신경계도 심각하게 손상된 것 같아요. 또한, 어느 정도 뇌 손상도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 모든 게 소변 샘플이 알려준 중독의 직접적인 결과입니다. 독성 수준, 즉 체내에 축적된 독소의 양은 하마도 쓰러트릴 정도입니다. 환자분이 지금 제 앞에 앉아 있고 심지어 여전히 일도 한다는 사실은, 제 추측으로는 중독이 상당히 장기간에 걸쳐서 독이 체내에 축적될 수 있는 방식으로 서서히 진행됐음을 방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간에, 환자분은 그 독에 익숙해진 겁니다." - page 10 ~ 11
그는 의사에게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고 묻지만 돌아온 답은...
"죄송합니다만, 환자분은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될 겁니다." - page 15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인가!
약간의 위경련과 간헐적인 어지럼증을 동반한, 그리 심하지 않은 독감 증세 때문에 병원에 왔을 뿐인데 시한부 선고라니!
아마 누구나 그렇겠지만 살면서 '죽음'을 생각해보지는 않았기에 혼란스러운 마음에 지난 7년 동안 항상 함께 큰 결정을 내렸던 아내에게 이 사실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집으로 향하게 됩니다.
집 근처에 도착하니 멀리 타이나의 적포도주색 현대차가 보입니다.
(반가운 우리의 현대차 등장!)
페트리가 집에 들를 예정이라는 말을 타이나가 했던가? - page 22
가끔 타이나가 새로운 요리를 시도할 때 도와주곤 했던, 회사에서 가동하는 각종 기계를 관리하고 납품을 책임지는 직원인 페트리가 타이나와 함께 있나 봅니다.
그!런!데!!
테라스가 흔들립니다.
그리고 펼쳐진 풍경은...
시간의 흐름이 빨라진다. 그런 일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어쨌든 그렇다.
장작용 헛간 옆에 기대어놓은 쇠막대가 눈에 들어온다.
그 시점에서 구역질이 느껴진다. 메스꺼움의 파동이 어찌나 강력한지, 나를 쓰러트릴 정도다. 나는 양손으로 난간을 움켜잡는다. 구토물이 테라스를 향해 호를 그리며 공중을 날아간다.
수상 비행기가 집 전체를 흔든다. 본능적으로, 거의 내면의 힘에 이끌린 듯 나는 집 안으로 들어가 등 뒤로 문을 당겨 닫는다.
폐를 채우는 공기가 느껴진다. 잠시 나는 숨을 멈춘다. 그러다가 똑바로 일어선다.
수상 비행기의 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마치 옆방에서 윙윙거리는 파리 소리처럼 멀어져간다. 이제 난 이곳에 와서 하려던 말을 할 수 없게 되었음을 깨닫는다. 그 말을 들어야 할 사람이 그 말을 들을 자격이 없다는 것도 안다.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내 차의 에어컨이다. - page 25 ~ 26
하필 시한부 선고받은 날 아내의 불륜을 목격하게 되다니!
그것도 나이가 열 살이나 어린 그 자식-페트리-이라니!
그렇다면 아내와 그 연하남이 자신을 독살하기로 한 것인가!!
분노와 배신감.
하지만 결국 자신의 죽음은 기정사실화된 상태에 남은 거라곤 냉정한 판단이었습니다.
이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
아무도 멈추지 않고, 아무도 남지 않는다. 아무도 내가 하는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고 기다려주지 않는다. 나는 곧 모든 희망을 잃게 될 것이다.
그래도 아이스크림 덕분에 그나마 기분이 나아졌다. 강력한 마약류를 정맥에 직접 주사한 듯한 느낌이다. 적어도 내 상상으로는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내가 남은 생애 동안 마약을 주사할 일은 없을 것이니 실제로 비교해볼 수는 없지만, 모든 게 다 이런 게 아니겠는가? 우리 인생도 마음대로 만들어낸 가정과 기대가 뒤죽박죽 섞여서 나오는 결과물이다. 과연 우리의 인생을 무엇이라 규정할 수 있을까? - page 32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던 길에 6개월 전 자신과 비슷한 회사를 차린 '하미나 머시룸 컴퍼니' 앞을 지나치게 됩니다.
경쟁회사이기에 회사가 어떤지 보기 위해 가 보지만 회사 안엔 아무도 없고 그저 사무실이 어떤지, 설비가 어떤지 궁금해 살짝 들여다보고 다시 발걸음을 사무실로 향하게 됩니다.
그런데 저녁에 난데없이 경쟁사 3인이 찾아와 경고장을 날리고 자신을 위협하고 어처구니없게도 3인 중 한 명인 토미의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본의아니게 자신이 연류되게 됩니다.
독버섯 중독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그.
시한부 선고받은 날 아내의 불륜을 목격하게 된 그.
경쟁사의 한 사람의 살인 사건에 연류(?)된 그.
살다 보면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마련이지만 그것도 이렇게나 한꺼번에 마주하게 된 그에게 너무나 가혹한 현실.
과연 그는 이 현실 앞에 무릎을 꿇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당당히 나아갈 것인지...
그야말로 '블랙 코미디'가 따로 없었습니다.
그가 처한 상황 속.
그러면서 저자는 우리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이 나이 먹도록 죽게 되리라는 상상은 해본 적이 없다. 그건 마치 이 여름이 끝나더라도 다음번 여름은 변함없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며, 어떤 이유에선지 그 여름은 지나간 여름보다 훨씬 더 근사하리라고 믿는 것과 같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것이라고는 시시각각 짧아지는 지금 이 시간뿐이다. 그것은 우리의 이해를 넘어서는 광휘를 내뿜으며 얼핏 비치는 햇살처럼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다. - page 96
누구나 맞이하게 되는 '죽음'인데 왜 죽음에 대해 무덤하게 살아왔는지 이번 소설을 통해서 '만약 나에게 삶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면...?'이라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태어나는 순간 게임은 이미 시작된다. 죽음은 확실하고 똑같은 온기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죽음은 우리 삶에서 유일하게 영구적이다. 그것은 우리가 진정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 page 116
이미 시작된 게임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선 내일 죽을 것처럼 두려울 것 없이 이 순간을 살아야 함을 그에게서 한 수 배웠습니다.
그런 의미로 오늘도 힘을 내서 달려보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