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에서부터 신비로운 기운이 흐르는 장소.
주인을 닮아 차분한 분위기에 이야기로 가득한 서점.
이곳은
길 잃은 자들의 휴식처이자 갈 곳 없는 영혼들이 발을 디딜 자리, 땅에 묻히지 못한 이야기가 비로소 잠을 이룰 안식처이기도 하고
셀 수 없는 시간 동안 서점을 지켜왔고, 그 시간 동안 한 사람만을 기다린 '서준'과 그 남자와 이별하고 다시 재회하게 된 '허연서'가 머무는 곳
입니다.
그리고 이 둘에게는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있었으니...
비록 영원이란 족쇄가 시시때때로 그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지만, 서주는 그녀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지금이 좋았다. 잃는다는 상상조차 두려울 정도였다. - page 18 ~ 19
"앗, 차가워!"
연서의 머리 위로 떨어진 물방울.
고풍스러운 서점의 천장, 대들보와 기와지붕의 골격이 멋스럽게 어우러진 사이, 그곳에서 물이 새고 있었는데...
이런 사태가 일어날 때면 침착함을 잃지 않던 서주가 이번엔 의외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왜 저렇게까지 놀랠까? 아무리 잘 관리했다고 하들 여긴 오래된 건물인데. 오백 년 전부터 몇 번을 거듭 고쳤다지만, 낡을 대로 낡았을 터였다. 그 긴 시간 동안 누수가 한 번도 없었을까? - page 20
궁금해진 연서.
그런 연서에게 이 서점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려던 찰나,
"귀한 분이 오셨군요."
마마, 즉 천연두를 관장하는 역신 '각시손님'이었습니다.
과거 역병으로 사람들을 휩쓸었던 각시손님과 역병으로부터 사람들을 지켜냈던 한 의원 사이에서의 비극적인 이야기가 그려지고 난 뒤 각시손님은 떠나기 전 한 마디를 건네는데...
"오늘 초대해 주어 고마웠네.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네."
초대장...?!
긴 세월에도 아직 귀신이 되지 않았으니, 서로 만나기를 청합니다(千秋未鬼 相面願求)......
서점의 평소 같지 않은 결함, 정체 모를 초대장.
이는 서점의 본신 '도깨비'의 짓이었습니다.
책무덤에서 태어난 '책도깨비'
그에겐 가질 수 없었던 것이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