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의 밤과 고흐의 별 - 39인의 예술가를 통해 본 클래식과 미술 이야기
김희경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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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좋은 친구처럼 언제나 '예술'과의 만남은 설레곤 합니다.

그렇기에 이번 역시도 기분 좋은 설렘을 안고 책을 맞이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친구를 만나게 될지...


예술가들의 고뇌와 철학을 경유하며 얻는 오늘의 영감

인간이 영혼을 치유하고 가슴을 채울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찾는 한,

클래식과 미술은 우리 곁에 함께 흘러간다


브람스의 밤과 고흐의 별



총 11장에 걸쳐 39명의 예술가들.

1~3장에서는 결코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그러나 한 번쯤은 따라 해보고 싶은 파격과 변신의 귀재들이,

4~5장에서는 살짝 무서울 정도로 강한 의지와 집념을 가졌던, 지독한 고통 속에서도 뜨거운 창작혼을 불태웠던 예술가들이,

6~7장에서는 천재 중의 천재로 꼽히는 예술가들이,

8~11장에서는 예술가들의 가장 사적이고 깊은 이야기인 낭만과 감성에 대해 다루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친숙했던 이들을, 어쩌면 그들의 작품만 친숙했던 이들의 삶, 생각과 철학을 되새기며 그림이나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특별했던 건 음악과 미술에 보다 친구가 될 수 있게끔 성큼 다가와 주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들이 느꼈던 그 감정들이, 그 감정을 고스란히 전하고자 했던 저자로 인하여 저에게도 전달되어 뭔가 연결되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감동은 참으로 컸습니다.


여름처럼 뜨겁고 강렬하며 매혹적인 춤 '탱고'.

영화 <여인의 향기><해피투게더>등에서 탱고를 추는 장면은 쉬이 잊혀지지 않는데 '탱고 음악의 대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2021년 그의 탄생 100주년이 되었다고 하지만 낯선 그의 이름.

하지만 그의 작품은 너무나도 익숙하였습니다.

탱고 대표 음악으로 꼽히는 <리베르탱고>.

애수 깊은 반도네온 소리와 악기들의 화음은 음악이 끝나도 여운으로 남곤 하는데 사실 그는 어느 순간 탱고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탱고 음악을 그만두고 클래식으로 재능을 펼치고 싶어 했는데 그가 쓴 악보들을 본 작곡가 나디아 블랑제가 결정적인 조언을 해 줍니다.


"잘 썼어. 그런데 여긴 스트라빈스키, 여긴 라벨이군. 피아졸라는 어딨지?" - page 36


그의 조언에 따라 탱고 음악을 하면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간 피아졸라.

그의 음악 인생의 모습을 저자가 전한 이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 <여인의 향기>의 주인공 프랭크(알 파치노)는 이런 말을 합니다. "탱고엔 실수가 없어요. 실수를 하고 스텝이 엉켜도, 그게 바로 탱고예요." 실제 탱고엔 실수가 없습니다. 실수가 곧 새로운 동작이 됩니다. 피아졸라의 음악 인생도 이런 탱고 특성과 쏙 빼닮은 것 같습니다. 탱고 음악의 거장이 오히려 그로부터 도망가고 싶어 방황했단 사실, 그러나 이 또한 새로운 탱고 음악을 만드는 또 다른 스텝이 됐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여름처럼 뜨거운 그의 탱고 음악과 춤에 흠뻑 취하고 싶어집니다. - page 37


그리고 최악의 혹평,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최고의 자신감, 강철 멘탈을 가진 '앙리 루소'.

정규 미술교육은 단 한 번도 받지 않고 순전히 독학으로 그림을 그린 그.

생계를 꾸려나가야 했기에 매주 60시간 이상 일해야만 했고 그래서 평일엔 아예 붓을 들지도 못하다가, 일요일에만 시간을 쪼개 그림을 그려 '일요 화가'라는 조롱마저 들었던 그가 60대에 이르러 인정을 받게 된 건 자신이 가는 길에 대해 굳은 신념과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강철 멘탈에 놀라웠지만 조금 애잔했던 사실...


사람들이 작품 속 원시 정글을 어디서 봤냐고 물어보면, 그는 주로 멕시코를 언급했습니다. 군대에서 멕시코 파병을 간 적이 있었고, 그곳에서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했다고 했죠. 하지만 그는 실제 한 번도 프랑스를 벗어나 본 적이 없었습니다. 생계를 어렵게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외국에 갈 수 없었던 겁니다. 그가 정글을 자주 그렸던 이유는 식물원에 가서 이국적인 식물들을 보고 영감을 받은 덕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상상을 더해 정글을 완성했죠. 그렇다고 이 얘기를 솔직하게 하면 더욱 놀림을 당할 것 같아, 그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page 123


어떤 굴욕에도 자신의 신념과 확신을 지켰기에 오늘날까지도 사랑받는 화가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그의 <꿈>이란 작품을 보며 되새겨봅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낭만의 대명사가 된 '요하네스 브람스'.

왜 그가 책 제목에 등장했을까...?

그의 스승의 아내이자 자신보다 14살 많았던 클라라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된 브람스.


"은빛 달빛이 숲 사이로 빛날 때, 잠결의 달빛이 초원 위에 흩날릴 때, 밤꾀꼬리가 노래할 때, 나는 슬픔에 잠겨 천천히 걷네. 나뭇잎 쌓인 곳, 한 쌍의 비둘기의 행복을 노래하네. 난 고개 돌리며 어두운 그늘을 찾네."

아름다운 봄밤에 거리를 거닐며 느꼈을 브람스의 짙은 고독과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 page 231


마지막 순간까지 낭만적이었던, 그러나 그만큼 고독했던 그의 삶이 예술가들의 삶과도 같았기 때문이었을까...


"미치거나, 시대를 앞서거나"

...그런데 둘 다 했네

역시나 빼놓을 수 없는 '빈센트 반 고흐'.

고흐에게 별이란...


그에게 별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놓지 않는 '꿈'이었습니다. 그는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은 언제나 나를 꿈꾸게 만든다"라고 말했죠.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 1년 전 <별이 빛나는 밤>을 그렸습니다. 작품을 보면 밤하늘의 별들이 스스로를 마음껏 뽐내며 빛의 축제를 여는 것만 같습니다. - page 149


찬란히 빛나기 위해선 어둠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바라보며 브람스의 <교향곡 3번> 3악장을 들으며 커피 한 잔과 함께 잠시 그들의 숨결을 느껴보곤 하였습니다.

 

이들의 삶을 바라보면 왜 그 끝엔 '애잔함'이 남는 것일까...

그래서 그들이 남긴 작품들이 가슴을 울리는 것일까...

그들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베토벤이 전한 이 말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가장 뛰어난 사람은 고독과 고뇌를 통해 환희를 차지한다." - page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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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18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장바구니에 담아놨는데 페넬로페님 별 다섯이라니 ㅎㅎ 글에서 반도네온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