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 망가진 책에 담긴 기억을 되살리는
재영 책수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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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관련된 책은 나름 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작가의 책 쓰는 방법을 비롯해 편집자, 출판 과정, 독립서점, 헌책방,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독서기록 등.

그런데...

이번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책 수선가'


왜 이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일까...?

책을 읽다 보면 원치 않은 스크래치라든지 구겨짐들이 생기면서 상처가 나고 그 상처를 치료해 줄 이가 있다는 사실을.

난 아직도 멀었다는 것을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여하튼 이 책을 만나자마자 읽었습니다.

역시나 '책'과 관련된 이야기는 너무나도 좋다는 것을!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더 책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그래서 모든 사람이 이 책을 읽어봤으면 합니다.


망가진 책에 담긴 기억을 되살리는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망가진 구두를 수선하는 '구두 수선가'.

맞지 않는 옷을 수선하는 '옷 수선가'.

그리고 오래된 책을, 망가진 책을 수선해주는 이가 있었습니다.

바로
'책 수선가'


이 직업이 매력적인 건 


 수선가는 기술자다. 그러면서 동시에 관찰자이자 수집가다. 나는 책이 가진 시간의 흔적을, 추억의 농도를, 파손의 형태를 꼼꼼히 관찰하고 그 모습들을 모은다. 책을 수선한다는 건 그 책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런 모습들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 page 5 ~ 6


새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책의 또 다른 스토리를 읽어낼 수 있다는 점이, 파손되었던 책이 수선되어 재탄생되어 의뢰인과의 재회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저자가 들려준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정겹게 다가왔고 참 좋았습니다.


"어렸을 적 친구가 다시 돌아온 것 같아요." - page 22


책에 줄을 긋거나 낙서하는 것을 그다지 하지 않는 편인데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동안 나는 책과의 많은 추억을 쌓지 못했음이 아쉬웠습니다.


래서 나는 이 《유리 구두》의 파손들을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단 종이가 갈색으로 변할 만큼 긴 세우러 동안 잊지 ㅇ낳고 간직해온 사랑, 책등이 떨어져나가고 곳곳이 찢길 만큼 자주 펼쳐보았던 사랑, 곳곳에 이런저런 낙서를 했을 만큼 늘 가까이에 두었던 사랑, 그리고 아마도 좋아하는 과자와 함께여서 더 즐거운 독서 시간이 되었을, 그런 사랑들 말이다. - page 30 ~ 31


의뢰인에게는 《유리 구두》에 남아 있는 작은 낙서 하나까지도 지우고 싶지 않은 소중한 기억인 것처럼, 책이 망가졌다고 해서 그 책과의 추억까지 흠집이 나는 건 아니다. 그건 그 오랜 시간을 책과 주인이 함께 견뎌온 우정이라고, 그건 정말이지 또 다른 사랑이라고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 그 시간과 사랑 안에서 책 수선가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 page 36

앞으론 책과 더 많은 소통을 해야겠다는...


저는 책 수집가는 아니지만 책에 작은 흠집이라도 나면 속이 상합니다.

남들은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만...

그래서 이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이 모든 건 본인의 마음에 따른 것임을.


꼭 '책'만이 있지 않았습니다.

할머니의 일기장도 있었고


일기장과 함께 할머니를 만나러 갔다. 할머니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일기장을 보여드렸고, 할머니는 꼼꼼히 넘겨보셨다. 조심조심 보시길래 이제 튼튼하니 편하게 보시라 말했다. 할머니는 참 신기하고 아름다운 일이라고 하였다. 집에서 나와 할머니와 손을 잡고 걷다가 할머니의 손아귀 힘이 꽤나 강하다는 것을 알았다. 할머니의 손은 단단했고, 내 마음속 불안의 파도는 잔잔해졌다. - page 162


할아버지가 살아생전 직접 한 글자, 한 글자 쓰신 천자문을 손녀인 의뢰인이 직접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도 있었으며


할아버지가 써 내려간 천자문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정작 천자문을 만든 주흥사는 하룻밤 만에 다음 날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버릴 정도로 바쁘게 적은 걸지도 모른다고 하던데, 할아버지는 어떤 마음으로 한 글자씩 종이에 써 내려갔을지 궁금하다.

그 마음이 살아갈 책의 집을 짓는 것, 어떤 풍경을 가진 집으로 만들지 종이와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상상하고 손에 잡히는 책으로 만들어내는 일, 이번 《천자문》에서 나의 역할은 그런 일이었던 것 같다. - page 202 ~ 203


33년간의 사랑이 담긴 결혼 앨범도 있었습니다.


앨범을 찾으러 오신 의뢰인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얼굴에 연신 웃음이 피어나 있었다. 심지어 아직 완성된 앨범을 보여드리기 전이었는데도. 앨범의 변한 모습을 구석구석 보여드리고 설명하는 와중에도 이걸 아내한테 선물로 줄 생각을 하니 기분이 너무 좋다며, 집에 가면 이제 아내한테 칭찬받을 일만 남았다고 한껏 들뜬 의뢰인을 보니 어느 순간 나도 똑같이 웃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소중한 선물을 준비하면서 느끼는 그 설렘과 기대감이 나에게까지 고스란히 와닿았다. - page 282 ~ 283


차곡히 쌓았던 추억을 책 수선가를 통해 무너뜨리지 않고 다시 또 쌓아갈 수 있음에, 그래서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책으로의 탄생이 뜻깊게 와닿았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말하였습니다.

 


내 책장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사를 하면서 많은 책들과 이별을 하였지만 그래도 내 책장에 남아있는 책들.

책의 재미를 알려주었던 『제인 에어』를 비롯해 내가 좋아하는 '빨간 머리 앤' 책들, 독서카페를 통해 알게된 책들...

한 번만 보고 꽂아둔 책들도 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재독을 하면서 그때와 지금의 나를 마주하고 싶어졌습니다.


덕분에 책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언젠간 제 책도 수선이 필요하게 되면 '재영 책수선'으로 찾아가겠습니다.

그러니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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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2-14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수선가가 있네요. 반가워라. 종이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분 같아요. 옛날 사진첩이나 낡은 일기장 같은 것도요.

mini74 2021-12-14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 고문서 복원가를 다큐에서 본 적이 있어요 비슷한? ㅎㅎ 어릴 적 아끼던 책이 찢겨 속상해하면 아부지가 화선지랑 밥풀로 표 안나게 붙여 주시던 생각나요. ㅎㅎ근대 나중에 밥풀이 마르면 책이 굳어져서 뻣뻣해지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