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은 여덟 개의 '사유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이월」, 「고요」, 「달팽이」, 「슬픔을 문지르다」, 「사랑해요」, 「당신의 동쪽」, 「손」, 「끝」으로 이어지는 여덟 개의 화두는 각각 하나의 명상적 공간을 열었는데...
여백과 어둠, 문장과 침묵이 교차하는 구조 속에서 독자에게 잠시 숨을 고르고 한 문장 문장에 오래 머물도록, 그리고 동시에 사유하고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각 시들은 깊고도 묵직한 울림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은...
최근에 다녀왔던 전시 <김창열 회고전>에서 받았던 느낌과도 같았습니다.
아름답게 보이는 물방울 이면의 모습처럼...
물방울 하나하나가 이루어 선사했던 고통, 쓸쓸함, 고요...
내 안에서 잔잔히 오랫동안 파동을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와닿았던 시들을 소개해 보자면...
다정히 안아주었던 시 「저녁」
돌아갈 저녁이 있다는 사실에 한껏 안도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