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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의 유산 - 한국전쟁에서 이라크전쟁까지 세계 역사를 조종한 CIA의 모든 것
팀 와이너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잿더미의 유산!
CIA가 꾸미고 실행했던 비밀 공작과 전쟁에 관한 진실을 파헤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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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을 소재로 한 영화는 즐겨보진 않지만 그 중 기억에 남는 영화는 ‘미션 임파서블’, ‘에어 울프’, ‘굿 셰퍼드’ 등 몇 편의 영화가 인상 깊었던 것 같다.
특히 ‘굿 셰퍼드’의 영화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CIA의 탄생 배경부터 1961년 쿠바 위기까지, 전 세계를 20세기 냉전으로, 3차 세계대전 위기라는 긴박감 속으로 몰아넣었던 쿠바 사태를 담아낸 영화로 감독인 로버트 드 니로와 주연 배우 맷 데이먼, 안젤리나 졸리 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과 감독이 만나 당 시대의 리얼리즘을 통해 관객에게 미국의 이면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힘을 실었던 영화였다.
실존했던 CIA의 역사적인 인물을 모델로 1961년에 발생한 쿠바사태에 얽힌 CIA의 비밀을 다룬 스릴러 ‘굿 셰퍼드’는 명배우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로버트 드 니로가 세계의 정치, 경제를 움켜쥐었던 CIA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전 CIA요원과 전미 UN 미국 대사관을 비롯하여 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주요 기관의 요원들을 찾아다니며 8년 동안 이 작품을 준비해 미국의 이면을 생생하게 전달한 것으로도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었는데 나에게 이 영화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감독의 열정과 철저한 준비과정 등도 높이 샀지만 대부분의 첩보스릴러가 오락성이나 화려한 액션에 무게를 두어 미국적인 가벼움이 보였던 것과는 달리 ‘굿 셰퍼드’는 국가와 개인 간의 삶의 가치관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적 고뇌를 다루어 한 비밀 많은 인간의 ‘국가를 위해...’라는 대의명분과의 갈등 등을 통해 누구도 진심으로 믿지 못하는 자신의 이름조차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존재인 그들이 전쟁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설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확산시키는 주범들로 전락해 버린, 도둑처럼 교활하게 민첩하게 움직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 늘 누군가의 감시를 당하는 불안에 떨며 모든 것을 희생해야 했던 ‘이 일을 하는 건 애국심이 아닌 신념이야’라는 주인공의 말을 몇 번이나 되짚어 생각해 보게 했던 것이었다.
그때 기억에 왜 남의 나라의 일까지 미국은 오지랖 넓게 '감내놔라, 콩내놔라'라는 거지? 그리고 CIA요원은 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철저한 비밀 속에서 그들의 존재가 있는지 없는지도 세상에 알려지지도 않은채 누구를 위한 애국을 하는거지? 미국만의 '인류를 위해 목숨걸고?'라는 건가라며 도무지 그들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얘기와 시간이 흐르고 난 후 그들은 그들만의 이유가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고 국가적 이익과도 큰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도 약간은 알게 되어 CIA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씁쓸해 했었다.
어릴 때 철모르던 그때 그 시절에는 영국 첩보원이나 CIA는 무조건 착하고 정의롭고 유능하고 잘생기고 신사적이었던 완벽한 존재였고 러시아첩보원은 무조건 비열하고 남의 뒤통수나 치고 살쾡이같은 야비한 존재로만 생각한 이상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영화를 봤었다. 하지만 점점 커가면서 첩보영화의 첩보원의 미녀사냥꾼 같은 그렇고 그런 영화보다 인간의 심리와 정보 전쟁의 치열한 안보이는 전투가 점점 재밌어지기 시작해 CIA영화를 몇 편 봤었는데 『잿더미의 유산』 이 책으로 그들에 대한 나의 감정이 사기당했다는 강력한 배신감이 든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미국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세뇌?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존재에 대해 그다지 좋은 감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그들의 위상이 이렇게까지 치졸하고 멍청하며 모르면서 아는 척했던 또는 거짓정보까지 올렸던 그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한 그들만의 시나리오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하는 그들의 행동은 똑똑한 사람들만 모였다는 요원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서슴치 않고 했을까? 라는 의구심을 갖게 하며 한 나라의 존재가 존재할 수도 파멸될 수도 있는 들었다 놨다를 좌지우지했던 무책임한 그들의 만행(만행이라고 밖에 달리 대체할 단어가 없다.)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우린 빙산의 일각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또 다른 의구심을 갖으며 1000페이지나 되는 책을 심란한 마음으로 읽었다.
영화와 버금가는 드라마틱한 내용의 서구 문명의 가장 강력한 국가가 일급 첩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험과 끔찍한 결과까지 낳게 한 모든 것들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잿더미의 유산』은 CIA가 꾸미고 실행했던 비밀공작과 전쟁에 관한 진실을 파헤친 미국의 중앙정보국이 처음 설립된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60년간의 역사를 기록한 두툼한 책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이 붕괴함으로써 미국만이 유일하게 소련 공산주의에 맞서게 되었고 그래서 미국은 세계의 적들을 파악하고 대통령에게 통찰력을 제공하며, 필요할 경우 적국에 맞서 싸워야 했다. CIA의 임무가 무엇보다도 적국의 기습공격에 대통령이 놀라지 않도록 사전에 관련정보를 확보해서 대통령에게 제공하는 것이지만(본문에 실린 이 내용은 왠지 나에겐 미국우월성의 짙은 그림자가 느껴진다.) 그들은 권력의 정점에 있으면서 엄청난 명성은 갖고 있었지만 성과기록은 형편없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소련이 치명적인 약점이 있어 곧 붕괴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레이건 시절에는 CIA는 제3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중앙아메리카의 콘트라 반군을 지원할 자금을 마련하려고 이란의 혁명수비대에 무기를 팔아 신뢰를 잃었고, 적의 정보를 파악하는 주체가 사람에서 기계로 대체되면서,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CIA는 더욱 더 근시안으로 바뀌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최신 첩보위성과 감청 장치 그리고 수천 명의 정보 분석 전문가와 비밀 공작원을 두고 엄청난 재정을 낭비하면서까지 왜 미국은 세계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했을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테러와 살인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에 대규모로 무기 지원을 했던 조직은 어디인가? 미국이 제공한 무기로 미국과 싸우는 중동의 비극은 왜 일어났으며, 민주주의 이름으로 미화된 '미국을 위한 테러들'은 무엇인가?
이젠 범죄행위도 스스럼없이 대의명분 속에 그들의 존재를 숨기면서 자행하는 타락한 집단으로 되어버린 그들의 덩치만 커져 집채만한 공룡같은 그들의 존재는 이젠 세계적으로도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화약고같은 위협의 존재로 보인다. 과연 인간의 이기와 악행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잿더미의 유산』은 저자가 한국어판을 위해 특별히 공개한 정보의 무지로 인한 파급이 얼마나 한 나라를 처참하게 몰고 가는지에 대한 비극적인 내용을 담은 CIA의 한국전쟁 일급 비밀 자료와 북한에서 죽음으로 내몰린 한국인 CIA 특공대 이야기, 부시 대통령의 이데올로기를 만족시키기 위해 정보를 왜곡한 이라크전쟁의 진실 등 충격적인 내용을 많이 거론하고 있어 마음이 편치 않은 책이다.
6.25전쟁 후 우리 정부는 뭘했는가 하는 생각과 어느정도까지 어떤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제대로 알았던 인물들은 누구일까?
그냥 멍청하게 앉아서 당해야 했던 우리의 무지와 무능력은 왜 아직까지도 온전히 벗어나지 못하는걸까?
나라가 부강해져야 하고 경제적인 자립이 되어야 한다는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늘 진실에서 조금 빗겨가는 듯한 세상의 돌아감이 의아스러울 뿐이다. 무엇을 위한 것이길래...
부정은 부정을 낳는다고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비밀스러운 정보가 세상에 다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명쾌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 아마도 그건 잘 믿지 않는 나의 성향때문일지도 모르고 떠도는 괴소문은 가끔 듣긴 했었지만 실제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정보들에 대한 깊은 내막까지 넓고 깊게 모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책 안에 쓰여진 모든 비밀 정보들의 살아있는 실존인물들 모두를 인터뷰하고 문서로 기록된 다듬어지지 않은 실제 원고를 보면 믿을까?
떡하나 안겨줬더니 하나 더 달라는 꼴인가? 지금의 내 의구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