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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 평화
존 놀스 지음, 박주영 옮김, 김복영 감수 / 현대문화센터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분리된 평화!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가장 빛나던 친구만이 깊은 어둠을 먼저 목도하고
인생에서 최고로 빛나던 시절에 먼저 죽어버리고, 살아남은 소년들은 광채를 잃어가며 살아남아 어른이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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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공식이 있던가?
“너는 이렇게 저렇게 살아야 해” 라고 신이 부여해 준 공식이 있던가?
내가 기억하는 한 난 어떻게 살라는 과제를 듣지 못했다. 하지만 인간은 저마다 다른 각자의 방식대로 삶을 살아간다.
꼭 태어나기 전 하나님한테서 어떤 비밀스런 과제를 받고 세상에 태어난 것처럼.
하지만 그렇게 각자 다른 삶의 길을 걸으면서 정작 인간들은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삶의 여정에 대해 혼란스러움과 알 수 없는 두려움에 힘들어하고 삶의 고뇌에 빠지기도 한다. 또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하고...
세상에 내려오기 전 하나님에게서 부여받은 삶의 과제를 요단강을 건너면서 잊어버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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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놀스의 『‘분리된 평화』!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닥쳐오는 신의 장난 같은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아직은 미성숙한 소설속의 아이들은 자신들의 눈 앞에 펼쳐진 삶의 행로에 어쩔 줄 몰라 하고 혼란스러워 했다.
특히 내성적이고 학구파인 주인공 Gene가 외향적이고 스포츠에 능한 엉뚱했지만 독특하고 무슨 일을 저질러도 무사히 빠져나올 줄 알았던 엉뚱했던 Finny의 죽음과 그 죽음으로 인하여 깨닫게 된 Gene의 Finny에 대한 우정어린 사랑의 순수한 마음을 알게 되고 그렇게 Gene의 성장통은 고통스런 아픔과 슬픔을 겪고 어른으로 성장한다.
한 때 미국의 일부 학교에서 저속하고 외설적인 내용을 담았다고 하여 금서로 분류되어 어이없는 일도 겪고 그 후 1972년 영화로도 제작되었고 TV영화로도 제작되었던 존 놀스의 『‘분리된 평화』는 저자의 자서전적인 소설이라고 한다.
이 소설은 한창 예민한 나이의 젊은이들의 성장통을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그리고 있는 데 상상도 못했던 전쟁과 친구의 죽음 등이 사춘기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되어지는 과정의 격동적인 내면을 그리고 있다.
조용한 뉴햄프셔 주 지역에서의 그들에게 전쟁이란 단지 따분한 것이었고, 나빠 보았자 사과 과수원에서 하루 정도 수확하느라 보내는 일을 지우는 성가신 일상일 뿐 그 이상의 아무런 의미도 없었던 전쟁이 어느새 그들에게도 치명적인 것으로 다가오기 시작하고
“왜 교육을 받을 만큼 받고 나서 전쟁이, 내가 여기서 사랑했던 한 가지- 무한하고 태평했던 데번의 여름날의 평화- 를 천천히 좀먹는 것을 지켜보아야 할까? 이 세상에 퀴켄부시와 같은 녀석들은 마치 주식시장에 투자를 하듯 전쟁이 다가오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다가 마지막 순간에 그리고 가장 이로운 순간에 전쟁에 뛰어들 것 같았지만, 나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의 일상에도 17살 소년들 모두가 전쟁의 자원입대를 궁극적으로 생각해야 할 문제가 될 만큼 고민거리가 되었고 사소한 불편함도 생기게 된 현실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햇빛이 두 사람 몸을 지나 눈부시게 쏟아지던 어느 날 수백만 개의 광선이 쏟아지는 게 마치, 황금빛 기관총이 발사된 것 같던 그 날 피니어스랑 진은 불타오르듯 타오르는 석양빛을 배경으로 죽음처럼 새까맣게 보일만큼 두 사람 몸을 비추는 빛과 반대편의 어둠의 강렬한 대비를 이루었던 석양빛 속에서 둘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장난치다가 진이 충동적으로 나무를 흔드는 바람에 피니어스가 균형을 잃고 그만 나무에서 떨어지고 만다. 그리고 또 목발을 짚고 다니던 중 계단에서 피니어스는 굴러 떨어지고 수술 도중 골수가 심장으로 흘러간 바람에 심장마비로 죽게 된다.
“내 속에 무지한 내가, 아니 내 속에 미치고 눈먼 내가 있었나 봐, 그게 다야”
“난 너를 믿어, 널 이해하고 믿으니까 이제 괜찮아. 넌 벌써 내게 보여 줬어. 그리고 난 널 믿어.”
“위험은 어디에나 있는 거다. 수술실이나 전쟁터는 더 그렇지. 나도 모르겠다. 왜 너희들이 이렇게 빨리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건지.”
‘나는 울지 않았다. 피니어스가 보스턴 외곽에 있는 가족 묘지에 안장되는 광경을 지켜볼 때도 울지 않았다. 그게 내 장례식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누구나 자신의 장례식에서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 법이다.“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하지만 피니어스는 진과 매 순간 함께 있었다.
“피니어스와 함께 있던 동안 피니어스는 내가 계속 살아 있게 해 주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피니어스의 방식은 들쭉날쭉 제멋대로 였지만 온전히 자신만이 가진 용량으로 세계를 가늠하고, 바위처럼 요지부동인 사실들을 체로 거르듯 걸러내어 한 번에 조금씩만 받아들여서 혼돈이나 상실감 없이 가능한 한 많이 동화되는 그런 방식이었다.
피니어스는 특별한 원기를 지녔었고 자신에 대한 드높은 자신감이 있었으며 자신을 구원하는 애정을 발휘하는 고귀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전쟁의 그 어떤 것도 피니어스의 조화롭고 자연스러운 일체감을 부수지 못했다. 그래서 마침내 내가 부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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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우리는 무엇을 할 때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도대체 고삐 풀리게 한 그 정체가 무엇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사람을 마음 놓고 두들기기 시작하면, 때리면서 계속 더 포악해져서 뒤에 가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되고 말아 정신 차리고 난 후에 내가 왜? 하고 내 자신의 눈을 의심한다.
이러한 증상이 가장 투명하게 두드러지는 때가 가장 순수하다는 시절 어릴 때가 아닐 까 싶다. 어리다는 것은 '순수'의 이미지이지만 순수라는 단어의 의미가 이제껏 막연하게 인식하고 있던 고정관념인 순하고 착한 것이 아닌 이때처럼 충동적이고 걷잡을 수 없는 행동을 방향 없이 컨트롤 안 되던 때도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청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되는 미성숙한 과도기적 나이대가 자기 컨트롤이 안 되어 주변에서 바라본 그들은 공포스럽고 더 위험해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야수성은 저기 외부 어딘가 깊은 숲 속에, 깊은 밀림 속에, 어두운 동굴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 속에 있었다.’
각자 다르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 인간은 완벽할 수 없고 나약한 인간임을 다시 또 깨우치게 된 소설.
‘Nothing gold can stay'라고 프로스트의 말로 귀결 짓는 옮긴이 박주영 씨의 글이 자꾸 뇌리 속에 맴돈다.
이 가을! 이 책을 읽기를 정말 잘 했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