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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중국 여행지 50
조창완.하경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내가 읽었던 다른 여행서와는 다르다!
튄다.
그렇다고 요즘 잘 나가는 팡팡 튀는 여행서라는 말도 아니오, 여행 정보서라는 말도 아니다. 근 10여 년간 중국에서 살고 아이를 낳고 또한 그 어린 아이와 중국대륙을 구석구석 여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잘난척도 요란함도 없이 꾸밈없이 차분하고 정갈하게 중국에 대해서 담담하게 쓴 글이 더 튀었다. 그래서 좋았다.
요즘처럼 말 많고 탈 많은 음흉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나라 '중국'이라는 큰 땅덩어리를 다시 돌아보게 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본 듯 한『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중국여행지 50』!
책을 펼치며 읽는 동안 차분하면서도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조목조목 중국 각 곳에 대해 말하고 있는 나레이터의 듣기 좋은 목소리가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
중국에 관한 많은 사진자료들과 함께 중국에 관한 각종 이야깃거리로 350여 페이지에 걸쳐 묵직한 두께로 작업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중국여행지 50』은 한 번 움직이면 전 세계가 요동치며 들썩 거릴 수 밖에 없는 거대한 공룡발걸음 같이 오랜 역사로 그 역사만큼 이야깃 거리도, 남겨진 문화유산들도 많은 '중국'이라는 나라를 때론 꽁꽁 숨겨져 있던 오래된 물건들을 지나온 세월만큼 퍼석거리는 먼지를 풀풀 날리며 마른 기침을 하며 들쳐 보기도 하고 때론 과거의 흔적이 빡센 지우개로 싹싹 지워진 것처럼 과거의 흔적은 오간데 없고 오직 미래를 위해서만 살아온 듯한 꿈꾸는 도시로 거듭났지만 그것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한 도시의 이야기도 있다.
'99년 처음 가서 본 선전은 초호화판 도시와 달리 시스템은 엉망이었다. 올해 만 벌써 3번째 선전을 찾았는데 선전은 서울에 버금가는 시스템을 갖춘 여행도시가 됐다는 점에 놀랐다. 2개 노선밖에 없지만 지하철이 있어 여행에 큰 지장은 없고, 시민들의 질서의식도이미 홍콩에 근접해 있었다.'

또한 이 책을 읽다보면 '그래도 역사는 흐른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지나간 세월의 흔적은 세월이 많이 흘렀어도 구석구석 어딘가 쯤엔 반드시 그 흔적이 남아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여행을 하고 역사를 돌아보는 의미 중의 하나가 그것 또한 포함되는 게 아닌 가 싶다.
'과거 낡은 그림 속에 박제된 도시 같았던 베이징에는 사실 매혹될 만한 장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그 중 가장 손꼽을 만한 곳이 스차하이 후통에서 멀지 않은 난루오꾸샹이다. 길게 뻗은 거리에 붙이는 샹이 들어간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곳은 남북으로 800m 가량 길게 뻗은 문화거리다. 스차하이가 이미 술집들에 점령되었다면 이곳은 옛 인사동의 느낌을 간직한 곳이다.'
그밖에도 연암을 따라 몽골로 가는 길 청더지역, 신라의 왕자 김교각 스님이 곳곳에 숨쉬는 땅 지우화산, 명산의 높이 만큼이나 깊은 중국 고전의 보고 안후이 지역, 고색 창연한 동양의 베니스 강남 수향, 삼국지의 중심 치비, 현대판 알리바바의 도시 베이징, 실크로드의 중심이자 동서의 관문 둔황 등 54곳의 여행지에 대한 글과 사진은 여행서이지만 현지에서 살아보지 않았다면 속속들이 알지 못했을 각지의 세세한 정보들과 그 지역의 교통편, 숙박편, 여행 요령, 방법 등의 각종 정보와 과거 역사의 흔적들에 대한 이야기가 잘 감긴 실타래처럼 얽기설기 잘 엮여져 있다.

얼마전 가을로 접어들 무렵 'KBS에서 방영하는 차마고도'를 보았었다. 실크로드 보다 200년이나 앞서 만들어진 인류 역사상 最古의 교역로로 중국 윈난성, 쓰촨성, 티베트를 넘어서 네팔, 인도까지 이어지는 육상 무역로인 이 길을 따라 중국의 차와 티베트의 말이 오고간 차와 말을 교역하던 중국의 높고 험준한 옛 길,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장대한 자연과 다양한 상태의 보고이기도 한 세계 최고(最古)의 문명, 문화, 경제교역로 세상에서 가장 높고, 가장 오래되고, 가장 아름다운 길 ‘차마고도’의 흔적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책을 낼 때마다 이 책을 위해 쓰러져가는 나무들에게 더 없이 죄송함을 느낀다는 조창완, 하경미 부부.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동선을 짜는 것으로 미리 정보를 충분히 얻어서 여행을 가야 한다는 친절한 충고까지 아끼지 않는 두 부부의 글에서 내가 가질 수 있는 행복보다 더 많이 행복해야 할 누군가를 위해서 선뜻 자신들이 가진 것을 스스럼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건낸 그런 마음이 느껴진다.
우리가 마주한 어려움들을 이겨내게 하는 힘은 말에 앞서 선뜻 자신의 어깨를 내주는 그런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금이간 자리가 있어야 생명이 자라난다'는 어느 분의 말처럼 이 책 또한 그 희망의 생명력을 다시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