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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지도 - 어느 불평꾼의 기발한 세계일주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행복의 지도!
어느 불평꾼의 기발한 세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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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오고가는 인사말 중에 "행복하세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처음엔 그 말이 신선해서 한동안 자주 사용했었지만 어느 덧 그 인사말은 흔하디 흔한 관행적으로 하는 듯한 인사말로 느껴져 이젠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그만큼 광고매체에서도 흔하게 거론되고 있는 '행복'이라는 단어는 이젠 일상적인 단어로 느껴진다.
과연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참 아이러니하게도 『행복의 지도』의 저자 에릭 와이너는 이 책에 다소 충격적인 내용을 실었다.
바로 프로이트가 선언한 말.
"사람이 반드시 행복해져야 한다는 생각은 창조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본질적으로 사람에겐 애초부터 행복한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행복, 행복' 이라고 노래부르며 다니는 걸까?
마치 인간은 꼭 행복해져야 할 의무와 권리가 인간 헌법 조항에 실려있다는 듯이. 그래서 지금 행복하지 않은건 일시적인 불안한 현상이지 지속적이지 않다는 듯이 책에서도 TV, 라디오 매체에서도 늘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듯한 말은 뭐란 말인가?
프로이트는 왜 그런말을 했을까?
저자 또한 만약 세기말 빈에서 어떤 의사가 그런 말을 선언했다면 "사람이 반드시 건강한 신체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창조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면 우리는 십중팔구 그를 정신병원에 감금하거나, 하다못해 의사 면허증을 빼앗기라도 했을 것이라고 말하며 그의 사상을 바탕으로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요즘처럼 더욱 더 복잡해지고 사회적으로도 즐거운 일이 거의 없는 때 이 책은 이마의 내천자 주름을 조금이라도 풀어줄 수 있기를 고대하며 책을 펼쳐들었다. 표지부터 깔끔한 화이트 여백에 친근감과 따뜻함이 감도는 하늘색과 노란색의 일러스트는 본문 속의 글내용처럼 통통 튕기는 경쾌함이 느껴져 답답한 가슴을 조금 풀어주니 첫 인상부터 정겹다. 본문의 글 또한 작가의 유머스러운 글들과 요즘 행복에 대해 거론하는 다른 책들과는 달리 답답하지도 않고 지식 전달에만 급급해 구구절절 이러쿵 하지 않아 조금은 두터운 책이지만 그래도 부담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행복의 지도』이 책에 대해 언급하자면 이 책을 쓴 작가의 이력은 미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 NPR의 기자출신으로 자신이 해외특파원으로 근무하며 각국의 우울한 전쟁, 질병 등의 불행한 소식들만 전하게 되는 데에 회의감을 느껴 아무도 소식을 전한 적이 없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의 정체를 밝혀보기로 작정하고 네덜란드, 스위스, 부탄, 카타르, 아이슬란드, 몰도바, 태국, 영국, 인도, 미국 등을 돌아다니며 각국의 행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어떻게 다른지 어떤 것인지 탐색해 가며 가장 행복한 나라를 찾아가는 독특한 발상의 작가가 쓴 책이다.
개인적으로 10개의 나라들 중에서 우울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던 아이슬란드라는 나라가 무척 마음에 든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실패가 낙인이 되지 않고 오히려 찬양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 말이 가슴에 참 많이 와 닿았다.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인지는 몰라도, 상호의존성은 틀림없이 애정의 어머니이다. 우리 인간은 서로를 필요로 하기 떄문에 협력한다. 처음에는 순전히 이기적인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부분은 흐릿해지고 협력만 남는다. 우리가 남을 돕는 건 그럴 만한 능력이 있거나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나중에 보답을 받으려고 그런 행동을 하는 게 아니다. 이것을 가리키는 단어가 하나 있다. 사랑.'
그 어느 곳 보다 춥고 어둠이 긴 나라에서 작가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은 대단한 깨달음이었으리라 짐작되리만큼 그들은 협력이 선택사항이 아니라 협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져 그렇지 않으면 모두 죽을 수밖에 없는 절대적인 협력이 그들 국민들에겐 깔려있어 인간에게 있는 따뜻함이 곳곳에 녹아져 있는 것이다.
아이슬란드는 쉭쉭 소리를 내고, 침을 뱉고 트림을 한다. 가끔은 방귀도 뀐다. 무슨 말이냐고? 그만큼 아이슬란드 땅은 지질학적으로 불안한 땅이지만 아이들란드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우선 땅 자체가 창조적인 영감의 원천이며, 행복의 간접적인 근원이라고 한다. 이 나라의 땅은 문자 그대로 발밑에서 살아움직이는 땅으로 매일 평균 스무 건의 지진이 발생하고 이 지진 활동은 모든 걸 뒤흔들어 놓고 만다. 저자는 말한다.
'에너지 소용돌이 같은 걸 믿고 싶은 사람이라면 아이슬란드가 딱이라고.'
천혜의 혜택을 받지 못한 불행한 나라라고 세상 사람들은 말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그런 그들의 땅을 어두운 겨울을 견디기 위해 햇빛 밝은 여름에 햇빛 속의 에너지를 저장해 두고 (그래픽 디자이너의 말), 음반 프로듀서인 아이슬란드 인의 말에 의하면 모든 것이 죽어가는 계절인 가을에 대부분의 음반이 발표되는 것은 '괴상한 에너지'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역사적으로도 황금기가 길었던 적도 없었고 풍요로울 것도 없어 내세울 것이 하나도없을 것 같지만 그들은 어느 나라보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국민들이고 창의성이 넘쳐 흐른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이슬란드에는 시기심이 별로 없습니다"라고 누군가 말을 했듯이 스위스 사람들은 시기심을 억누르기 위해 물건을 숨기는 반면 아이슬란드인은 시기심을 억누르기 위해 물건을 함께 나눈다고 한다. 음악인들도 돕는것을 아무조건 없이 자연스럽게 행하고 있고 아이디어도 시기심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유로이 흘러다닌다고 한다.
또한
파리똥처럼 자그마한 이 나라의 인구에서 예술가와 작가의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더 높은 이유는? 하고 작가가 또 다시 묻자
"실패 때문입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실패가 낙인이 되지 않습니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실패를 오히려 찬양하죠."
"우리는 누구보다 착하기 때문에 실패한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 사람들이 실패한 건 냉혹하지 못한 성격 때문일 수도 있잖아요."
이렇게 아이슬란드에서는 실패는 메인코스라고 한다.
아이슬란드는 '적당히 현명한 것이 최선이다. 지나치게 꾀바르거나 영리하지 않게. 학문이 깊은 사람이 진심으로 행복한 경우는 드물다.'
그들은 적당히 현명해지는 법을 알고 있었고 약간의 우울한 기분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 자신을 뚝 꺾어 버리면 삶이 얼마나 연약한지, 자신은 또 얼마나 연약한지에 관해 안도감이 드는지 우울한 기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행복과 슬픔을 동시에 경험하는 것조차도 가능한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나라였다.
한번이라도 잠깐이라도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아이슬란드를 결코 잊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고 싶어하는 아이슬란드.
꼭 죽기전에 한번 가보리라 다짐해본다.
저자는 행복의 조건을 몇가지 제시했다.
가족, 친구, 사람들 사이의 유대감, 신뢰, 지역공동체 등 결국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
남는 건 긍정적인 시각과 사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