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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찍어라 - 포토그래퍼 조선희의 사진강좌
조선희 글.사진 / 황금가지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네 멋대로 찍어라!
사진은 뺄셈! 초급자라면 ‘잘라내기 연습’부터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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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의 가을 하늘은, 2008년의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저녁노을은 나를 무척 설레게 했다.
며칠 전 짙게 깔린 저녁노을은 곧 다가올 차가운 어둠에 짓눌려 사라져가는 깊고 어두운 색조의 노을 계조감은 어느 때의 노을과는 달리 깊어져가는 가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런 저녁노을이었다.
난 서둘러 부랴부랴 가방을 챙기고 후다닥 퇴근시간 땡 치자마자 총알같이 안양천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아! 그런데 노을은 기울어가는 태양은 나를 1분 1초도 기다려주지 않았다.
마치 노을져가는 속도와 어둠의 그늘이 인간이 알지 못하는 초시계로 재듯 그것은 한 치의 틈새도 없이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헉헉대며 뛰어가 목적지에 다다른 순간 그토록 장엄하게 하늘을 짙은 오렌지 빛과 붉은 레드, 어두운 블루로 이루 형언할 수 없이 압도적으로 물들였던 장관은 짙은 청회색 하늘과 서로 맞바꾸고 있었다.
나는 그저 넋 놓고 망연자실한 자세로 하늘을 정신없이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한순간이라도 그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내 눈은 카메라 셔터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내 머리 속에 내 가슴 속에 차곡차곡 열심히 저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안양천의 물에 비친 가로등과 네온사인들의 어른거리는 빛의 하늘거림을 뒤로 한 채 터벅터벅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오늘도 실패야”
난 늘 그랬다.
분명 내 눈이 바라 본 광경은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진기의 풍경이었는데 뷰파인더로 바라본 그 진풍경은 분명 내 눈으로 본 그 광경이 아니었다.
그래서 늘 실망하고 눈 같은 카메라렌즈는 없는 거야? 라며 나의 부족한 실력을 탓하기보다 카메라개발자에게 그 모든 책임을 돌리기에 바빴다.
언제쯤이면 내 욕심을 버릴까?
담박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난 늘 그 타령이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지금도 후회막급인 것은 그때 대장이 열심히 가르쳐주려고 그렇게 헌신적으로 노력하셨던 ‘카메라와 친하기’ 작업을 난 그 소중한 마음도 몰라준 채 난 디자이너인데 대체 왜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며 찍어야만 하는 거야? 라는 어이없이 우둔한 마음으로 카메라 보기를 돌 같이 했던 과거의 얼룩진 행동이었다.
렌즈의 특성, 기능, 필름의 특성, 흑백 인화 작업 시 약물 농도의 적정성, 그리고 타임, 필름의 비례, 디자인과 사진과의 만남 등등 말할 수 없이 많은 방대한 사진과 카메라에 대한 자료들과 실험으로 밤새는 줄도 모르고 암실에서 작업실에서 라이트박스 위에서 무수히 많은 필름과 인화지 등을 늘어놓고 살았던 그 때 그 시절이 까마득히 먼 꿈같은 시간이 되었지만 이젠 내 옆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그때의 그 흔적들이 노을을 담지 못한 허탈함과 후회감이 나를 짓눌러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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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조선희.
독특한 카리스마의 귀재 김중만 작가에게서 사진을 사사 받은 후 그녀 또한 카리스마 넘치고 감수성 풍부한 그녀만의 독특한 감성이 뚝뚝 묻어나는 그녀의 사진들은 그냥 그랬던 특별한 부분이 별로 보이지 않았던 인물들조차도 그녀의 카메라를 통한 그녀의 눈으로 찍힌 그들은 그동안 찾지 못했던 그들만의 살아 숨 쉬는 꿈틀거림이 느껴져 그녀의 꿰뚫는 듯한 탁월한 감각에 늘 그녀의 사진을 대할 때마다 감탄과 부러움에 엇갈린 감정들을 추슬렀는데 『‘네 멋대로 찍어라』를 만나고 읽어보니 과연 타고난 작가들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구나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된다.
‘내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카메라에 담기기 전엔 아무것도 아니다. 세상에 존재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흔하디흔한 것에 불과하다. 그림이 백지 캔버스에 물감 등의 재료가 더해짐으로써 얻게 되는 것이라면 사진은 이미 100으로 존재하는 세상의 것을 내 카메라로 찍어 떼어 냄으로써 얻게 된다. 한마디로 그림이 덧셈이라면 사진은 뺄셈이다. 카메라에서 무엇을 덜어 내느냐에 따라 존재의 의미가 달라진다.’
‘사진은 뺄셈이다’. 난 이것을 몰랐었다. 난 사진을 덧셈이라 생각하고 무조건 카메라 안에 모든 것을 다 담고 싶은 욕심에 내 감정을 내 욕심을 피사체에 덧붙여 담으려했으니 당연히 사진을 찍을 수 없었던 것을...
그 진리를 진즉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었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되었으니 천만다행이지 싶다.
아마도 나 같은 초보들은 그것을 깨우치지 못했겠지만 사진의 고수들은 자신들이 고수가 되기까지의 길고 긴 시간 동안 수많은 노력과 작업을 통해서 이미 이것들을 깨닫고 작업에 임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무엇이든 거저 얻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또 다시 느끼게 되었던 소중한 일깨움을 준 『‘네 멋대로 찍어라』!
『‘네 멋대로 찍어라』는 그가 많은 시간 동안 직접 그녀의 몸으로 체득한 사진의 비결을 들려주는 사진 실용서이다. 그녀는 조선희식 사진 연습법 즉 「사진은 뺄셈, 초금자라면 ’잘라내기 연습‘부터 하라, 매일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찍어보라. 새벽녘과 해질녘, 최소한의 빛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껴 보라, 흑백 사진 연습으로 흑백의 눈으로 컬러 세계를 보는 눈을 기른다, 똑딱이를 들고 거리를 찍으며 출근하라」등 대단한 장비 없이 똑딱이 카메라 하나로 시작할 수 있는 사진의 기본에 대해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있다. 또한 그녀가 사진을 전공하지 않았음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지만 그것은 그녀가 사진작가로 활동하는데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그녀의 당당함과 타고난 끼는 이미 사진작가로 살아가야 하는 그녀의 숙명과도 같은 사진에 대한 열정이 그녀가 필름 카메라로 작업했던 시절부터 사진을 연습했던 방법과 사진 실례를 담은 이 책을 통해 고스란히 느껴진 그녀만의 사진 사랑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