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하고 잘 나온 논증을 반기는 독서가로 확당기는 책이 최근에는 많지 않았는데, 그런 책이 한 권 떴다. 바로 코흐의 책이다. 게다가 그의 신간이 따끈따근하게 번역되어 나오기까지 한 모양이니, 정말 기대가 크다.

 

 

 

 

 

 

 

 

 

 

 

 

진짜 즐겁게 본 책은 <의식의 탐구>, 기대되는 신간이 <의식> 이다. 코흐의 논증은 자신의 입장을 뚜렷이 하기 힘든 분야에서 그 입지를 만들고, 다른 이들의 연구에도 관심을 기울여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정말 여러 관점에서 잘 잡아내고 있다. 심신론에 관한 철학자들의 노력이나 진화심리학자들, 신경학자들의 다양한 주장과 입장을 자신의 주장과 함께 잘 전달해준다.

 

그리고 의외로 의식에서 먼것같지만 멀지않은, 또 다른 분야에서도 하나 건졌다.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읽고서 신석기 혁명에 관한 관심이 생기고, 그의 개연성 높은 여러 추론들이 실제로는 얼마만큼의 증거로 뒷받침받을 수 있을까 기대를 했었다. 인도유럽어족의 조상 찾기도 그렇게 멀지 않은 시기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얼마전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서 본 '순다 대륙'의 존재와 우리 선조들의 이동루트 같은 것들에 대한 것이 모두 구석기, 신석기 시기에 일어난 일인 것 같다. 현인류(호모 사피엔스)와 고인류(오스트랄로 피테쿠스, 호모 하빌리에스(?), 호모 하이델베르기스, 네안데르탈인, 호빗이라 불리는 소인족) 문화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얼마전 번역된 책으로 <사람의 아버지>가 있는데, 이 책 보다는 번역은 안되었지만 현인류와 고인류에 관한 모든, 최신 이야기가 절묘하게 정리되어 있는 <Lone Surviviors>가 엄청 재밌었다.

 

 

 

 

 

 

 

 

 

 

 

 

 

<총, 균, 쇠> 에서 든 신석기 혁명과 대형 포유류전멸과 관련된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주장은 신빙성이 많지만, 실제 고인류와 현인류의 생활과 문화를 중심으로 접근하면 결론은 다이아몬드의 것과 같지만, 거기에 다르는 과정은 정말 예측이 불가능한 영역도 많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고인류학 분야에서 활용되는 학문수단의 진전과 분석이 정말 색다른 얘기들을 많이 생성하고 있었다. 고인류학 분야도 뇌의 진화와 의식 얘기가 안나올 수가 없는데, 강조점이 다르다 보니까, 뇌만 놓고 이야기하는 책과는 또다른 모습을 보인다. 같은 주장이라도 고인류 생활이라는 맥락에서 보면 새롭게 읽히는 모습이 있고, 반면에 대충 훑고 지나간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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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4-09-24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막내 아들의 제일 친한 친구 이름이 마일즈에요,,ㅎㅎ
반갑습니다. 글 잘 읽었어요~~~.^^

마일즈 2014-09-25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집중하는 분야없이 보는 편이라 좀 산만합니다, 들러서 조금씩 읽은 책 얘기 해주세요~~

자유도비 2017-07-22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마일즈님도 구석기 시대 인류의 의식 쪽으로 관심두고 많이 읽으셨군요!
앞으로 많이 도와 주세요. ^^
 
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 Why Violence Has Declined (Paperback) -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원서
Pinker, Steven / Penguin Group USA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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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쓰는데는 이견이 없지만, 진화심리학자(아마도) 특유의 글쓰기 구성때문에 감동은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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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의 정신 탐구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빼놓더라도, 수많은 명저들이 있다. 오늘날 현대인의 정신을 설명하려고 현대인의 의식과 무의식을 분석해놓은 책이나 현대인의 특성들이 어느 시점에서 출현하여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살피는 책들이 있다. 특히 서양 정신 탐구에서 개인, 사생활 같은 개인과 관련한 의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은데 이들 탐구들은 현대인의 정신을 설명하려는 노력에서 나온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사생활의 역사> 시리즈가 대표적인데, 그 중 2권과 3권이 사생활에서 개인의 출현에 대한 알찬 묘사와 설명이 들어 있다.

 

 

 

 

 

 

 

 

 

 

 

 

 

개인의 출현은 또한 르네상스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 유명한 야콥 부르크하르트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에서 르네상스 인간을 설명하는 부분이 나온다.

 

 

 

 

 

 

 

 

 

 

 

 

 

 

하지만 현대인이라는 방향타가 빠지면 갑자기 당황된다. 정말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은, 정신적으로 생면부지의 인간들이 존재했고, 그들이 이룩한 정신문화가 있다. 물론 전사, 기사나 사제 같은 약간의 익숙한 것들도 있지만, 이들의 정신세계가 어떠했으리라는 이해에 다다르기는 정말 쉽지 않다.

역순으로 중세인, 고대인들(로마인들과 게르만족들), 고대 그리스인이 그렇다.

 

전문적인 배경지식이 필요한 이쪽 분야 명저들도 있겠지만, 일반인이 보고서도 참 괜찮다싶은 책들이 있다. 이들 속에 새롭게(최소한 나에게는) 한권이 추가되었다. 정말 이름은 간간이 들었지만, 읽어볼 기회와 시간이 없었던 것이, 알라딘 반값세일에 냉큼 사서 읽어 보게 되었다. 중세에 대한 활발한 연구로 이름을 날린, 중세를 검색하면 꼭 등장하는 호위징거다. 책을 읽기 전에는 일반적인 역사에 대한 접근을 시도할 것 이라고 예측했는데, 놀랍고 반갑게도, 중세 여러 배경, 사회, 경제, 종교 같은 것들을 충분히 풀어낸 후 중세인의 의식세계에 대한 서술이 나오는 것이었다.

중세인의 의식세계는 융의 연금술 연구 서적에서 가끔씩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과학적인 언어를 낳은 비학 혹은 마법의 언어에 대한 책들에서 중세인과 근대인의 경계 역학을 한 르네상스인의 정신세계에서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연금술이나 비학에서 중요시하고 토대가 되는 언어관은 언어의 상징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상징성에 대한 풍부하고 현실에 적용된 형태가 호위징거의 책에 만족할만큼 설명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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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코드 (양장) -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숨어 있는 언어
찰스 펫졸드 지음, 김현규 옮김 / 인사이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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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도, 특히 물리학부에서 교육을 받은 이들은, 일부겠지만 공학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 물리교육을 충분히 받으면 공학으로의 응용은 편하게 그냥 된다는 생각이 그렇다. 항상 그렇지만 현실은 한 것은 한 것이고, 안한 것은 안한 것이다. 자연과학이 한 것과 공학이 한 것은 대상이 겹칠 수는 있지만, 각 자가 한 것은 다르다는 말이다. 자연과학이 자연을 정면으로 탐구해 찾아낸 성과물이라면, 공학은 ,내 생각에는, 어떤 현실적인 제약과 필요성에 대한 추구랄까, 학문적인 접근이 매우 다른 분야라고 생각된다.

현실에서는 자연과학을 하시는 분들이 오히려, 자연과학에서 어느 수준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공학 특유의 실용적인 접근과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봐야 된다고 입을 모으는 것 같지만,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두 분야 모두 각각 다른 관점에서 충분히 음미할 시간을 갖지 않는다면 깊은 이해가 생기기 어렵기는 마찬가지 인 것 같다.

이 책을 처음 폈을 때는 설명하는 공학대상은 얼마 안되는데, 왜 거의 같은 그림을 반복하면서 책을 만들었을까하고 눈살이 찌푸려졌다. 공학을 음미하는 방법이랄까(물론 회로에 한정이지만), 숙성된 공학도의 정신세계를 일부 엿볼 수 있는 장면들이 곧잘 눈에 띄어 즐거웠다. 이런 과정을 거쳐 실생활에서 접하는 복잡한 전자기기나 통신 등을 음미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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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생겨 데카르트 세미나에 참여하였다. 근대철학과 근대과학의 아버지(아마도) 데카르트의 책을 대부분 읽었다.

 

 

 

 

 

 

 

 

 

 

 

 

 

 

 

 

 

 

 

 

 

 

 

 

 

 

 

일단 겉으로는 의심할 수 없는 확실성을 추구하는 이와, 지금의 대학생들 지식과 비교하면 우스

꽝스러운 과학을 진지하게 숙고하는 괴짜같은 이 같이 여태껏 귀동냥으로 들어왔던 근대철학자의 면모들이 보였다.

동시대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시대에 필요하다고 여겼던, 정치와 과학과 철학을 아우를 수 있는 독자적인 노선을 고집스럽게 고수하던 사람이 보인다. 데카르트의 시대는 그야말로 네덜란드를 제외한 전 유럽이 독일땅에서 벌어진 종교대립을 시초로한 전쟁통에 빠진 암흑의 시기였다. 데카르트 본인도 젊은 시절 자원하여 그 30년 전쟁에 참여하며 눈과 몸으로 이를 경험하였다. 

데카르트는 이런 혼돈의 시절에서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완벽을 향해 달리는 확실성을 위한 학문의 토대를 찾아 탐구하고, 그 결과물들이 대표적인 4권 책에 담겨 있다.

그는 이전 시대 사상가들과 무척 차이나는 학문의 태도를 보이는데, 이런 모습은 30년 전쟁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본격적인 갈등이 폭발해버린 30년 전쟁과는 달리, 그전 시대에는 갈등들이 있었지만, 공존의 자세를 잃지 않는 모습들이었으며, 이런 태도의 대표적인 철학자로 몽테뉴가 꼽힌다.

 

 

 

 

 

 

 

 

 

 

 

 

 

 

데카르트의 학문경향은 자신이 확보한 확실성이라는 토대로 여러 입장이 생길 여지를 대폭 감소시켰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경향은 30년 전쟁이 끝난 후 재건기에 들어선 유럽 여러 국가가 취한 중앙중심 행태를 정당화시킨 측면이 있다.

데카르트는 자신의 학문을 구축한 방법 속에는 시대의 모습이 담겨있다.철학의 영역에 아직 신의 자리를 남겨 둔 것과 바로 뒤 세대인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찌에도 해당되는, 스콜라주의 철학론이 여전히 그의 방법 속에 건재해 있는 모습이 그렇다.

 

 

 

 

 

 

 

 

 

 

 

 

 

 

의외로 데카르트가 차용한 후기 스콜라주의를 소개하는 책은 접하기가 쉽지 않다. 아마도 후기 스콜라주의가 본격적인 신학의 영역도 아니고, 근대 철학의 영역에도 속하지 않는 영역이기 때문인 것 같다. 구할 수 있는 책들은 사제 관계(그라시아가 지도교수)인  그라시아와 박우석의 책이다.

 

 

 

 

 

 

 

 

 

 

 

 

 

데카르트가 남겨 놓은 글들을 따라가다가 그가 한 부분과 다른 이가 해놓은 경계를 찾을 때 참조할 수 있는 훌륭한 지도가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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