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동안
유디트 바니스텐달 지음, 김주경 옮김 / 바람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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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 언제 다가올지 모르지만 우리들은 미리 죽음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가 다가오는 죽음에 순응한다. 죽음을 준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죽는 것은 순서가 없다는 말처럼 나이와 무관하게 다가올 때도 있다.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죽음으로 누군가와 영원한 이별은 한다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울 일이다.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은 더 그럴 것이다.




<당신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동안>에서는 죽음을 마주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만날 수 있다. 후두암 선고를 받은 다비드와 그의 가족들은 갑작스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시한부이기에 언제 헤어질지 그들은 알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고 암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다비드에게는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 딸 타마르가 있다, 아직 어려서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아름답고 행복한 모습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삶은 밝은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이 책의 그림과 내용들이 더 공감을 갖게 한다. 상대를 위해 힘든 상황을 말하지 않는 것은 배려가 아닐 수도 있다. 상대는 힘든 상황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어느 광고처럼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이 아니다. 

말을 안 한다고, 고통이 사라지는 건 아냐.
인생이 아름답다고? 천만에, 지긋지긋한 게 인생이야. - p.62

다비드의 고통이 전해진다. 그림이 전하는 힘은 크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그가 가진 고통과 남은 가족에 대한 사랑을 책을 보는 사람들도 느낄 수 있다. 폴라, 미리암, 타마르도 다비드와의 이별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없는 그 마음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쉽게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다비드의 마지막 선택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죽음이 영원한 이별이라 말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속에는 영원히 남을 수 있다.

죽음과 이별은 사람들에게 아픔과 고통을 준다. 어두운 상황이지만 그들은 각자만의 방법으로 이겨내려 한다.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고통스러운 시한부의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과 그의 가족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우리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웃으며 받아들이는 것을 불가능하겠지만 다비드의 가족을 만나면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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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혼자가 아니야 단비어린이 문학
서성자 지음, 유재엽 그림 / 단비어린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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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는 생각은 누구나 힘들다. 힘이 들 때 내 곁에 아무도 없다면, 기댈 때가 없다면 어떤 마음일까.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내 편이 되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어려운 일을 마주하더라도 힘이 날 것이다. <넌 혼자가 아니야>에서 만나는 다섯 편의 이야기들은 차가운 세상이 아니라 따뜻한 세상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누군가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힘겨운 상황들을 이겨내고 있다. 



어른들도 위급한 상황을 마주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른다. 아이가 그런 상황과 마주한다면 겁부터 날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위협적으로 대한다면 말도 못 하고 따라갈 수밖에 없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말도 못 한다. 그럴 때 만난 친구에게 지금의 상황을 말로 못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표제작인 <넌 혼자가 아니야>의 다은이는 다행히 성민이의 도움으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어떻게 벗어날 수 있었을까.

 

<마지막 쪽지>에는 아이들의 마음이 잘 드러나있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눈 앞의 유혹을 이기기는 어렵다. 용돈을 고스란히 기부는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친구들과 맛있는 간식도 먹고 게임도 하고 싶다. 무조건 참고 기부를 해야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보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알아가지 않을까.

 

고민이 생겼다. 내 마음이 시소를 타기 시작한 거다. 돕고 싶다는 마음과 돈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말이다. 자꾸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 같았다. - p.33

 

<되돌아 달린 아이>를 보면서 경쟁에 놓인 아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1등'을 목표로 앞만 보고 달리는 아이들은 옆이나 뒤를 돌아볼 여력이 없다.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지만 동찬이는 묵묵히 견뎌내며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하는 달리기에 몰두한다. 1등을 하면 아이들의 시선이 달라질까. 평소 관심이 없던 아이들이 동찬이가 체육대회에서 1등을 하는 것을 보며 응원을 한다. 그 장면을 보면서 마음이 아리다. 동찬이의 선택을 보며 세상에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세상은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이야기들이다. 느리더라도 함께 걸어가는 아이들이 만드는 세상은 지금보다 더 나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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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첫 문장을 기다렸다
문태준 지음 / 마음의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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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이름을 불러주면 의미가 되듯 같은 문장이라도 누군가에게 가면 향기가 나는 글이 된다. 작가가 가진 감성을 어떻게 따라갈 수 있을까. 그 감성을 느낄 수 있더라도 글로 표현하는 일은 어렵다. 자신이 가진 주관적인 감성들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글로 표현하는 것이 정말 부럽다. 책을 가까이하려고 노력하지만 글을 써보겠다는 생각은 감히 가져보지 못하고 있다. 주변에서 자신만의 책을 만들고 싶어 하는 분들을 만나지만 나는 읽는 것으로 만족을 하며 많은 작가들이 남겨진 글을 내 마음속에 담아본다.



작가가 전하는 문장들은 겨울을 지나 살랑살랑 봄바람처럼 다가온다. 자신의 일상을 담백하게 소개하는 글을 읽는 우리들은 그림처럼 펼쳐진 공간 안에 놓인다. 자신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다양한 시와 작품들을 통해 전하고 있다. 같은 것을 보아도 느끼는 감정을 다르다. 스치듯 지나치는 풍경들이 작가의 글을 통해 눈과 마음속에 찬찬히 담아낼 수 있다.

 

시들이 한 사람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있다면 그의 가슴은 얼마나 향기로울 것인가. 누구나 내면에 시 몇 편 간직하고, 힘들어질 때 혹은 누군가 힘겨워할 때 하나씩 꺼내어 낭송해 보는 것도 좋을 법하다. - p.208

 

이 책을 만나는 즐거움 중 하나는 여러 시인들의 시이다. 학창 시절 타의에 의해 외워야 하는 시도 있지만 좋아서 오래도록 간직하는 시들이 있다. 꾸준한 필사는 아니더라도 시 한두 편 정도는 써본 경험이 있지 않을까.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대신했던 것이 시이다. 친구에게 위로나 격려의 말을 하고 싶지만 표현할 능력이 없어 여러 시집을 보면서 예쁜 편지지에 적어 전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시를 만나는 즐거움도 크지만 그 시와 어울리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나는 첫 문장을 기다렸다>를 보면서 소중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담은 시 한 편을 적어 봄을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라고 했던 것처럼 작가의 글과 주변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늘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쉼표'의 의미를 전하고 있다. 지금은 사라진 완행열차를 탄 느낌이다. 천천히 가는 것은 게으르고 지루한 것이 아니라 많은 것을 보고 담을 수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심이 담긴 문장들은 내게로 와서 또 다른 의미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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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3 : 약속 식당 특서 청소년문학 25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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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사과를 한다. 하지만, 사과의 말을 하지 못한다면 어떨까. 어릴 때는 '새끼손가락 고리 걸고 꼭꼭 약속해'라며 약속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경우도 많다. 어쩌면 다음에 그 약속을 지키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다음이 없을 수도 있다. 어떤 이는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며 어떤 이는 약속을 잊고 스치듯 지나치는 말 중 하나라 생각할 때도 있다. 이 책을 보면서 누군가와의 약속을 생각하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시간들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유채우는 열일곱 살의 삶을 살았다.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채우는 이승을 떠나기 힘들다. 설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다. 그 마음이 간절해서 환생을 결심한다. 하지만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모습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상대도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 상대는 이전 삶에 대한 기억도 잊는다. 무모한 일처럼 보인다. 다시 돌아가도 설이는 채우는 기억하지 못한다. 채우는 약속을 지키고 싶지만 설이는 그 약속이 무엇인지 기억도 못 하는 것이다. 채우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설이를 만날 수 있을까. 만나더라도 그 사람이 설이인지 알 수 있을까.

 

열일곱 살 채우가 아니라 42세 김보영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시간이 많지 않다. 주어진 시간 안에 설이는 만나 지키지 못한 약속을 해야 한다. 설이가 좋아하는 감자를 먹으면서 '불행'이 떠오르지 않게 해야 한다. 비밀이 담겨 있는 2층집의 1층에서 '약속 식당'을 하게 된 채우는 설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한다. 비밀이 있는 곳이라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으니 설이를 만들기 힘들다. 여러 방법으로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지만 아직 설이는 만나지 못한 것 같다. 찾아오는 사람 중에 설이가 있는 것인지 확신이 없다.

 

지난 시간들을 돌이킬 수 없다. 앞으로 함께 할 시간이 남아있다면 후회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대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지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어떤 마음일까. 세상을 떠나서도 누군가와의 약속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 순간으로 돌아가 하지 못한 말을 하고 싶다. 채우의 간절함으로 설이를 만날 수 있을까.  내가 알고 있는 모습이 아니라 다른 모습이어도 그 사람을 알 수 있을까.

 

이야기를 보면서 설이가 누구일지 추측하게 된다. 채우가 어떤 마음으로 설이를 만나고 싶은지 우리들에게도 전해진다. 서로의 진심은 어떤 방식으로든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채우의 약속 식당에서 설이와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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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에서 살아남기 돌개바람 54
김미애 지음, 이미진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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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은 설렘과 동시에 낯설고 불안한 마음을 동반한다. 가끔은 불안한 마음이 더 클 때도 있어 한 발 내딛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이기에 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모른다. 늘 만나던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두렵다. 어른이 되어도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운데 어린 친구들은 그 마음이 더 크지 않을까.



유치원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하다가 초등학생이 되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아이들은 '아기'가 아니라 이제 '언니', '형'이 되는 거라며 좋아하지만 친한 친구와 헤어지고 새로운 친구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두렵다. <여덟 살에서 살아남기>에는 이제 초등학생이 된 아이들의 마음이 잘 담겨있다. 한 살 더 많아지는 것에서 나아가 초등학생이 된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5편의 이야기에는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관계를 맺는 것은 어른이 되어서도 힘든 일이다. 새로운 친구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른다. 친해지지고 싶은데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까. 내가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나에게도 관심을 가지면 좋을 텐데. 가끔은 서로의 마음 화살표가 다른 방향으로 향할 때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를 보느라 나를 바라보는 친구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할 때도 있다. 

 

"주인공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냐? 주인공은 다 좋아해. 왜냐하면 주인공이니까." - p.55

 

<나는?>에서는 주인공이 되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집안의 주인공이었던 아이들은 주목을 받는 일에 익숙하다. 학교에서 '해와 바람과 나그네' 목소리 연극을 하는데 가장 많이 나오는 '바람'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 하고 싶다며 자신 있게 손을 들고 말하는 모습이 귀엽다. 누구나 주인공은 될 수 없다. 주인공이 아니라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역할은 아니다. 아이들도 이제 그것을 알아가고 있다.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 몇 번은 넘어지고 작은 상처가 생긴다. 처음이라 낯설고 마음에 작은 상처들도 생기지만 그것을 치유할 수 있는 힘도 생긴다.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친구들과 지내는 모습을 보며 우리들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서툴러도 괜찮다고 말한다.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아이들을 보며 아홉 살은 두려워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만나게 될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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