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군 흑치상지

대장군 흑치상지
신규식 지음 / 산마루 / 2012년 10월

역사는 언제나 승자의 편에서 쓰여지기 마련이다. 때문에 승자의 시대에 편승하여 별볼일 없는 인물이 과대평가 받기도 했고 반대로 뛰어난 인물임에도 패자의 입장에 서서 과소평가 받기도 했다. 지금 소개하는 인물이 바로 후자에 속한 인물이다.

'대장군 흑치상지'.. 역사에 대해서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이름이고 관심이 크게 없는 사람이라면 낯선 이름일 것이다. 백제시대때 무인으로 멸망의 길을 걷던 백제를 구해내고자 고군분투한 인물이다. 책 '흑치상지'는 이런 인물의 일대기를 그린 책이다.

- 조금만 일찍 태어났더라면...-

흑치상지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던 시기는 백제 말기이다. 이 시기의 삼국의 형세는 신라가 태종무열왕을 앞세우면서 당나라와 손을 잡고 백제를 협공하던 시기이다. 저멀리 왜나라가 백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지만 지리적 위치상 백제는 신라와 당나라 사이에서 고립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내부의 사정도 좋지 못했다. 잘못된 정치를 일삼는 무능한 왕과 성충, 윤충같은 충신들의 제거, 임자등의 고위 관리의 배신자 발생 등 전형적인 몰락의 과정을 받는 백제의 상황속에서 흑치상지의 등장은 백제의 입장에서는 그나마 영맥을 조금이나마 유지할 수 있었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불행이었다. 전성기 시대의 백제. 아니 전성기가 아니더라도 안정된 시기의 백제에서 활약했더라면 역사에 남을 큰 업적을 이룰 수 있었을텐데 역사는 그에게 다른 길을 가라고 한 것이다.

몰락하는 백제를 지켜내고자했던 흑치상지지만 중과부적으로 당나라에 항복하게 되었고 당나라에서 제2 의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지금 표현으로 한다면 귀화라고 할 수 있겠다. 당나라에서 승승장구하던 흑치상지는 뜻하지 않은 반역의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삶을 마감한다.

- 역사의 평가, 그러나 재평가가 필요하다. -

흑치상지의 장군으로서의 능력은 실로 대단한다. 우리나라 역사를 통틀어 승률 100%자랑하는 몇 안되는 무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당나라 귀화는 그가 가진 능력, 백제를 위해 해왔던 과거, 처했던 상황 등 모든것을 엎어버렸다. 실리보다 명분이 중요한것이 역사이기에 그의 모든것들이 당나라로의 귀화로 가려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생각해봐야한다. 그가 당나라로 갈 수 밖에 없었던 상황과 그가 백제를 위해 해왔던 모든것들을 말이다.

- 흑치상지를 알 수 있었던 소설 '대장군 흑치상지' -

흑치상지를 국사 교과서에서 찾아본다면 그리 많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후백제운동에서 임존성에서 농성하며 부여풍을 모셨던 것이라고 몇 줄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만큼 그에 대해 관심도 이해도 없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흑치상지라는 인물에 대해서 읽고 느낄 수 있기에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뛰어난 우리나라 무장이 당나라에서도 큰 활약을 펼쳤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것을 읽고 느낄 수 있었던 소설 '대장군 흑치상지'였다.

원숭이와 게의 전쟁

원숭이와 게의 전쟁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12월

요시다 슈이치가 오랜만에 신작을 들고 찾아왔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이기에 그의 신작에 무척이나 기대를 가졌다.

원숭이와 게의 전쟁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등장한 이 책은 제목부터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한다. 원숭이와 게는 전혀 관계가 없는 동물이고 이 둘의 전쟁은 또 무엇인가 말인가?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원숭이와 게의 전쟁'은 일본의 전래동화에서 따온 제목이다. 동화에서는 교활한 원숭이에게 착한 게가 죽임을 당하고 그런 게의 새끼들이 원숭이에게 복수를 한다는 지극히 권선징악의 이야기다. 때문에 이 동화의 내용을 알고 있다면 자연스레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도 예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약자가 강자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식의 복수가 이뤄질 것인가?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개성강한 약자다. 호스티스, 정치가의 비서를 꿈꾸는 음악가의 비서, 뺑소니 범죄를 저지른 첼로스트, 술집 여주인, 바텐더 등 등장인물들의 연관성은 전혀 없다. 모두가 사회적지위에서 약자로 평가받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사회에 대해 행복보다는 불행과 불만을 더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이 뺑소니 교통사고를 전제로하여 모이게 되고 기득권층에 도전을 하게 된다. 선거운동을 통해서 말이다. 

기득권의 정치 세력과 약자로 구성된 신진 세력의 대결, 특히 정치분야는 다른분야에 비해 기득권의 힘이 강하기에 과연 약자들의 정치운동은 어떻게 될지 궁금함을 유발한다. 

서로 다른 분야의 다른 삶을 살던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갖고 뭉치는 모습이 현실의 약자들에게 조금의 희망을 준다. 개개인으로 보면 한낱 약자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뭉쳤을 때 그 위력은 대단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시기를 잘 맞추어 나온 책이라 하겠다. 2012년의 대선을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의 특수한 시기에 많은 것을 보여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실에서 약자들의 발버둥이 강자들에게 얼마나 크게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지만 이들의 활약을 보면서 통쾌함을 느낀다. 

약자의 서민의 시각에서 감정이입이 되었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루저였지만 결국에 승리지가 되는 통쾌한 소설이라 하겠다.

패러독스13

패러독스 1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2년 10월

놀랍게도 작가는 일본추리소설의 유명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이다. 조금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작가의 작품관과 너무나 다른 작품이였기 때문이다.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까?'라는 호기심으로 첫장을 넘겨봤다.

블랙홀의 에너지파로 인해 지구의 시공간이 뒤틀려 13초의 시간의 공백이 생기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이 사실을 보고받은 일본 정치 수뇌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그저 방관할 뿐이다. 이 13초로 인해 어떤일이 발생할 것인가?

상당히 재밌는 작품배경이다. 블랙홀과 지구, 시간의 뒤틀림, 과학이 발달하면서 점차 사람들이 시선이 우주로 향하고 있는 이 시점에 어쩌면 이런일이 생길 수도 있겠다라는 상상을 해봤음직한 구성이다. 기존의 인간과 인간의 심리를 바탕으로 풀어냈던 이야기에서 스케일이 더 커진듯해서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무엇인가? 그렇다. 이것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이 아닌 재난소설이다.

13이라는 숫자는 상당한 연관을 갖는다. 3월 13일 13시 13분 13초라는 기묘한 연관과 P-13의 발생으로 인한 생존자의 숫자도 13이다. 서양에서 불길을 의미하는 13이라는 숫자와 연관을 갖는 것은 아닐까.. 그러면 이 책은 새드엔딩인 것인가? 점점 더 호기심을 유발하는 책이다.

P-13이 발생하면서 13명의 생존자를 제외한 도쿄내의 모든 사람들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죽은 것은 아니다. 그냥 증발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 놓인 생존자들은 점차 혼란과 두려움에 빠진다. 게다가 생존한 이들의 존재가 방해된다고 생각하는듯한 지구는 각종 자연재해로 이들의 목숨을 위협해 나간다. 생존자들은 이런 혹독한 환경에 필사적으로 살아남으려 한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내용들이 익숙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사라진 폐허의 도시 도쿄와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13인의 모습은 눈먼자들의 도시와 흡사하며 이들이 겪는 P-13의 현상과 시간의 뒤틀림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P-13은 영화 큐브를 연상케한다. 재난소설이 자연재해를 바탕으로 생존해나가는 조금은 제한적인 틀 속에서 펼쳐지기에 비슷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 그러나 그 틀 속에서 히기사노게이고의 특유의 작품의 느낌이 난다.

추리소설로 인해 심리표현의 대가라 할 수 있는 작가이기에 절망과 고난속에서 드러나는 사람의 심리가 작품의 녹아든다. 마치 내가 그 생존자들 중 한명인 것처럼 말이다.

500페이지가 넘어가는 다소 부담스러울 양이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졌다. 오히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정도로 순식간에 읽혀졌다. 그만큼 책에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역시 히가시노게이고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였다. 그의 다양한 작품이 영화화가 되었는데 이번 패러독스 13 역시 영화화가 되기를 바라본다.

보이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보이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 장자(莊子)를 만나는 기쁨
김태관 지음 / 홍익 / 2012년 11월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가치관과 기준을 세우고 세상을 평가한다. 그리고 자신이 정립한 기준에 벗어나는 무언가가 발생할 때 그것을 비판하고 멸시한다. 그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일반론적인 삶이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일침을 놓는 책을 만났다. '보이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가 그것이다. 뭔가 심오한 느낌을 주는 제목이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것은 바로 도가사상이다. 중국 고대 노자가 펼친 도가사상, 한때는 유행처럼 번져 많은 이들이 노자의 도덕경을 손에 쥐고 다녔다. 이 책은 그런 노자의 사상을 계승한 장자의 철학을 담은 책이다.

조금 낯설었다. 도가하면 노자, 도덕경이기에 장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기 때문이다. 기껏 학창시절에 배운 호접몽 정도가 전부였으니 말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주가 장자의 사상(제물론)으로 채워진다. 철학적인 내용이기에 지루하고 어렵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지만 다양한 사례, 일화들을 첨부하여 독자들의 흥미를 유지시킨다. 장자의 원문의 내용은 색을 달리하여 담았기에 한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장자는 상대적인 개념을 중시한다.

'상대적인 관점에서 볼때 이것보다 크다는 입장에 서면 만물에는 크지 않은 것이 없으며, 이것보다 작다는 입장에 서면 만물에는 작지 않은 것이 없다. 하늘과 땅도 큰것과 비교하면 좁쌀한 알에 불과하고 터럭 끝도 작은 것과 비교하면 태산처럼 크다고 할 수 있다.' -22P

모든것은 평등한 것이므로 귀천이 따로없고 시비를 가리며 쟁론하는 것 역시 상대적인 것이기에 하나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물질만능주의 사회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도가사상의 대가답게 도에 관한 내용도 등장한다. 노자의 사상을 계승하였기에 노자의 도와 많은부분 상통한다. 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만 또한 이것은 어디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다. 불립문자(不立文字) 즉 도를 문자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상의 만물속에서 진리를 찾는것 즉 세상을 귀히 여기고 돌아봐야 하는 것이다. 그저 눈앞에 소소한 이치를 따져가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좋은 가르침이라 할 것이다.

장자하면 떠오르는 말이 있다. 바로 정저지와(井底之蛙) 우물 안 개구리다. 점차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사람들에게 이보다 좋은 말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은 낯설고 생소한 장자와의 만남은 무척이나 유쾌하고 즐거웠다. 답답했던 일상속에서 마치 숲속을 거닐고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노자만을 떠올렸던 자신이 조금은 부끄럽게 느껴진다. 장자 역시 노자만큼 훌륭하고 뛰어난 학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좋은 가르침을 줄 책이라 생각한다. 책의 제목처럼 보이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도가의 또다른 대가 장자를 만날 수 있었던 이 책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메가체인지 2050

메가체인지 2050 - 이코노미스트 미래 보고서
The Economist 편집부 지음, 김소연.김인항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11월

지식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잡지 중 하나인 이코노미스트, 우리나라 대학생이라면 특히 경영이나 경제 관련 학과를 다닌 학생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봤을 권위있는 잡지인 이코노미스트가 새로운 책을 발간했다. '메가체인지 2050'이다. 제목만 살펴봐도 이 책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것이다.

다가올 2050년의 미래를 미리 예측하겠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메가체인지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점점 변화속도가 빨라지는 현대사회에서 2050년까지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시간동안 어떤 큰 변화가 올 것이기에 메가체인지라는 단어를 썼을까?', '2050년은 우리가 예상한대로의 미래가 펼쳐질 것인가?, 장및빛 미래는 과연 올 것인가?'등의 호기심 가득 안고 책을 펼쳐본다.

'메가체인지 2050'은 4가지의 키워드로 책을 구성한다. 인간,환경,경제,과학이다. 미래의 변화는 크게 본다면 여기서 제시한 4가지의 범주에서 발생할 것이다. 때문에 이 책은 조금 과장해서 표현한다면 미래의 모든 변화를 담은 보고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상대로 전문적인 이코노미스트들의 방대한 지식이 책 속에 펼쳐진다. 읽다보면 전문가의 작품이라는 것이 물씬 느껴진다. 또한 다양한 자료를 첨부하여 내용을 담았기에 신빙성이 가고 이해하는데 어느정도 도움을 준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전문적인 내용들이기에 딱딱하게 느껴지고 한 번의 통독을 통해서는 쉽게 다가오지 못한다. 관심여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미래의 인구 증가, 기대수명의 상승으로 인한 사회문제 발생, 질병과 의료과학의 발전 등 한번쯤은 예상해봤을 문제들을 제시한다. 때문에 더 관심이 가고 공감이 간다. 개인의 생각으로 봤던 미래를 전문가의 생각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키포인트는 세계화의 이동이라 할 것이다. 다가오는 2050년에는 서양중심의 사회가 동양중심의 사회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세계의 중심은 500년의 기점으로 하여 이동한다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동양 중심(정확히는 중국 중심)의 세계가 르네상스의 계기로 서양으로 이동하였고 산업혁명은 그 절정을 맞이하게 했으며 이제는 동양으로 돌아올 시기라는 것이다. 이 책도 그 점을 주목한다. GDP를 기준으로 아시아가 유럽을 앞지르고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될 것이며 그 안에 한국이 자리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중국을 앞지르는 시기가 된다는 것이다.

지금의 추세로 봐서는 그리 쉽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지만 전문가의 평가가 그렇다는 것이 무척 기분좋은 내용이다.

이 책의 바라보는 2050은 부정의 2050이 아닌 긍정의 2050이였다. 기대했었던 답이 나온 것 같은 후련하다는 느낌을 받은 책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것은 예측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긍정의 2050을 자칫 하나의 잘못으로 부정의 2050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종말론, 예언설 등으로 어수선한 시기에 긍정의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해준 이 책에 고마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