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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브리오 기담 ㅣ 이즈미 로안 시리즈
야마시로 아사코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3월
평점 :
이 책과의 첫 만남은 잘못된 우연이였다. 나는 공포물로 착각하고 이 책을 선택했다. 기담이라는 글자를 괴담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책장을 여는 순간부터 '어?! 왜 이러지... 재미가 없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책을 덮어버릴까.. 라는 생각도 했다. 애초에 내가 원한 장르가 아니였기에 실망감을 감출수 없었다.
그랬던 이 책이 점점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기승전결이 딱딱 들어맞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결말을 원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런 감정 오랜만이였다. 소설의 결말을 빨리 만나고 싶어 책을 놓을 수 없었던 그 설렘의 감정을...)
이 책의 주인공은 두 명이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여행글을 쓰는 작가 이즈미 로안과 그의 친구이자 짐꾼인 미미히코가 그 둘이다.
이 두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가보지 못한 온천을 끼고 있는 마을을 찾으러 다닌다. 흔하디 흔한 여행코스는 책에 실어봤자 돈이 되지 않기에 사람들이 알 수 없는 곳으로만 찾으러 다니는 것이다.
그랬기에 그들은 일반적으로 겪을 수 없는 다양한 경험들을 하게 된다. ( 이런 초반의 설정이 이 책이 더욱 기담집스럽게 만든다.)
이 책은 그런 에피소드들을 단편으로 엮어 만든 책이다.
나는 기담집이라는 장르를 처음 접했다. 애초에 괴담으로 생각했기에 이상하다는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그러나 그게 정상이였다.
기담이라는 뜻이 이상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러니 책의 내용이 이상할 수 밖에..
책 속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단편의 에피소드지만 이들은 주인공들의 기억을 통해 하나로 연결된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나면 다음편 초반부에 그 에피소드를 겪고 난 후의 상황을 간략하게 소개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은 설정상 여행을 업으로 삼기에는 부족한 사람들이다. 여행작가라는 로안은 타고난 길치다. 마치 시간여행자처럼 자신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찾지 못한다.
그를 따라다니는 미미히코 역시 짐꾼으로서 또한 여행자로서의 모습이 부족하다. 여행지역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둘은 항상 같이 다닌다. 서로의 단점을 커버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다음 여행을 기약한다.
나는 여기서 이 둘이 진정한 동반자라는 느낌을 준다고 생각했다. 서로의 단점을 알면서도 또한 그것이 불편하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이 둘은 서로를 생각한다. 책에서는 표현되지 않았으나 마치 이 둘은 '이 사람과 여행을 할 수 있는 적임자는 나 뿐이야..'라고 생각하는 듯이 느껴진다.
여행이라는 것은 우리의 삶을 의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로안처럼 목적을 향해가더라도 길을 잃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옆에는 항상 미미히코가 지켜보고 있다. 즉 이 둘의 관계를 통해 삶의 진정한 동반자가 있었으면 하는 작가의 바램이 들어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은 두 명이지만 중반까지는 짐꾼인 미미히코가 중심이 된다. 단편으로 엮어가는 스토리는 미미히코의 심리를 잘 표현한다.
가족도 없고 뚜렷한 재주도 없어 직업이 없던 미미히코가 엠브리오(태아가 성체가 되기 전의 형태)를 통해 부성애를 깨닫고 여행에서 겪었던 신비하고 때론 무서운 경험을 통해 인간의 추악함을 드러내기도 또는 가족의 정을 느끼기도 한다.
미미히코는 로안과의 여행을 통해서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며 성장하는 것이다.
이어지는 마지막은 로안이 주인공이 된다. 어쩌면 이 부분이 이 책의 백미라고 할 것이다. 로안이 여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 그리고 그의 능력과 과거가 밝혀지면서 이 책은 완성이 된다.
마지막에 완성되는 이 책은 중반까지가 50%정도이고 마지막이 50%를 채워준다 하겠다. 미미히코의 비중이 더 많지만 책이 주는 감동은 결국 똑같이 반반인 셈이다.
때문에 중간까지 읽고 책을 덮어버린다면 이 책의 가치를 최대 50%까지 밖에 느끼지 못한 것이 되어버린다. 그렇다고 마지막만 읽어서는 안된다. 그러면 초반의 에피소드들과 로안의 과거가 이해가 안될테니 말이다.
결론은 이 책은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작가의 구성이 참 맛깔난다고 하겠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를 알려면 끝까지 읽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처음 접해보는 기담집에 엇갈린 첫인상이였지만 이 책은 상당히 재밌었다. 앞으로 이 작가의 작품을 눈여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