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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거짓말 - 2000년대 초기 문학 환경에 대한 집중 조명
정문순 지음 / 작가와비평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문학계에 큰 소동이 있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 신경숙의 표절시비가 있었던 것이다. 예술계에서 표절문제는 왕왕 제기 되었던 것으로 어제 오늘일이 아니였다.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에서 표절은 일종의 참고가 될 수도 오마주가 될 수도 말 그대로 표절도 될 수 있는 부분이였다. 문제는 이를 대처하는 작가와 출판사 문학계의 태도였다. 당당하게 표절이 아니라 말하는 작가와 출판사 그리고 그것을 암묵적으로 묵인하는 문학계의 태도가 사태를 크게 만들었던 것이다.
결국 이것은 문학계의 고질적인 상처로 곪아터지게 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어쩌면 시기에 잘 맞춰서 나왔다고 생각하는 책이다. 한국문학을 비평적으로 바라본다는 책 ' 한국문학의 거짓말 ' 이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성적 글쓰기의 실체, 체제의 하수인이 된 문학, 그리고 부스러기들이다. 쉽게 말해 여류문학, 사회문학, 나머지라는 얘기다.
저자도 신경숙 작가의 문제가 화두가 되었음을 아는지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여류작가들의 이야기다.
우리나라에 여류작가들이 1980년대 말부터 시작해 등장하면서 여류의 붐이 일게 되었는데 이것은 자본주의 등장, 경제 성장과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여성들의 권위가 조금씩 성장해가면서 출판계의 중요한 소비자가 된 것이다.
여성들을 대표하는 문학 즉 페미니즘에 기초한 문학들이 주목을 받았던 것이다.
신경숙 작가도 이런 일환에서 등장한 작가였다. 그녀의 작품은 대다수가 사회에 굴복하고 자신을 통찰하는 일종의 수동적인 여성상을 그린다. 저자는 이런 태도가 오히려 여성들의 심리를 건드려 대중성을 부여하게 만들었고 이를 문학계에서 받아들여 일종의 스타작가로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 오히려 신경숙을 비롯한 소설가들의 작품이 시장에서 상품적 가치를 인정받자 그에 발맞추어 페미니즘 이론을 동원하여 그들의 작품적 가치를 해명하려는 시도들이 나오기도 했다 - 47P.
여기서 재밌는 것은 저자는 문학을 사회를 대변하는 연필 또는 비판하는 칼로 작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문학은 그 시대를 반영하는 연필이 되면서 비판하는 칼의 역할을 해야 한다. 문학계의 인물들은 지성을 겸비한 사람들이 대다수이기에 이들이 나서서 사회를 바라봐야만 대중들의 그 시선을 따라가게 된다. 이것이 올바른 문학의 길일 수 있다.
이런 저자의 시선은 2부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책에서 가장 크게 와 닿았던 문장이 있었다.
- 90년대 문학은 표절시비로 시작해서 표절시비로 끝났다 - 31P.
어찌보면 이 책의 가장 큰 핵심이 이것이 아닐까 한다. 표절은 작가들의 또다른 길이다.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작품을 접해야 하는데 이를 통해서 자기의 무의식 또는 의식속에 작품의 그림이 남게 된다. 이것을 본인의 작품에 사용하게 된다. 즉 표절은 작가의 숨겨진 어둠의 길이 되는 것이다.
왜 90년대의 문학은 표절시비로 얼룩졌던 것일까? 생각해본다.
이것은 작가들의 태도에서 문제가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이를 대처하는 문학계의 모습에 있다. 문학계의 부흥을 위해서 스타작가의 양성을 바랐던 문학계가 작가들의 작품에 무조건적인 옹호를 하면서 표절이 표절을 부르고 그것이 오리지널이 되어버리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이것은 시간이 흘러 우리 문학계의 경종을 울리는 메세지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 책의 아쉬움도 있는데 그것은 미시적으로 책을 구성했다는 것이다. 몇몇 대표작가들의 작품들을 통해서 문학계의 모습을 바라보려 했다는 점에서 디테일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거시적으로 사회, 경제, 철학 등을 바탕으로 한국문학계를 총괄적으로 다루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한국문학은 지금 큰 기로에 놓여있다. 불거지는 한국문학의 문제점과 더불어 뛰어난 외국문학 작품들에 의해서 침체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한국문학이 이번을 계기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