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 상
오타 아이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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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열흘. 열흘만 살아남으면 안전해. 살아남아. 네가 마지막 한 명이야."


  오타 아이의 『범죄자』는 죽음에 대한 이미지를 풀어 놓으며 시작한다. '눈 색깔은 밝은 파란색'의 남자를 영화에서 어린 '나'는 만난다. 줄거리는 정확하지 않다. 미국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며 난폭한 행동을 하는 남자는 줄곧 '플로리다키스'에 가고 싶어 했다. 추격을 피한 끝에 플로리다키스로 가려던 남자는 총을 맞고 죽는다. 남자가 죽을 때 짓던 마지막 표정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하치오지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나', 시게토 슈지는 2005년 3월 25일 금요일 두 시에 아렌을 만나기로 했다. 만나자마자 슈지의 메일 주소를 묻던 아렌이 싫지 않았다. 상대를 파악하는 질문도 하지 않고 곧장 용건부터 밀고 들어왔다. 자신의 메일 주소는 알려주지 않겠다는 듯 휴대전화를 꺼내지도 않고 메일 주소를 물었다. 슈지는 화면에 주소를 띄워 주었다. 당황한 아렌은 눈썹연필을 꺼내 종이컵 받침을 꺼내 적었다. 자신의 이름이 아렌이라는 것과 "손톱도 케라틴으로 되어 있잖아. 물들면 안 지워져."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시게토 슈지는 기억을 더듬어 아렌과 만난 일을 떠올렸다. 아니 떠올려야 했다. 


  아렌이 보낸 '내일 오후 2시 진다이지 역 남쪽 출입구 역 앞 광장에서 아렌.'이라는 메일을 받은 그날 이후 슈지의 삶이 일변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본 플로리다키스의 하늘이 떠오르며 슈지의 삶은 금요일 오후 두시를 기점으로 한 편의 영화 같은 구조로 흘러간다.


  역 앞 광장에서 분수를 둘러싼 돌의자에 앉아 아렌을 기다린지 8분 후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무차별 살인에 희생되었다. 다스베이더 같은 몰골을 한 남자는 망설임 없이 회칼로 중년 남자를 죽이고 여대생, 노부인, 주부를 살해했다. 슈지는 의식도 없이 그 광경을 보다가 다스베이더에게 달려들었다. 다스베이더를 제압하기 위해 돌의자 옆에 있던 오로나민C 빈병을 향해 달려드는 순간 왼쪽 옆구리가 뜨거워졌다. 몸을 돌리자마자 오른쪽 얼굴을 얻어맞고 분수에 처박혔다. 물속에서 하늘을 봤다. 그곳에 어린 시절 영화에서 본 플로리다키스가 펼쳐져 있었다. 


  한낮에 벌어진 무차별 살인. 사건 현장에서 멀지 않은 잡거빌딩 화장실에서 범인이 잡힌다. 아니 발견된다. 죽은 채로. 사인은 마약 중독. 범인은 필로핀을 주사해 흥분한 상태로 범행을 저지르고 헤로인을 흡입해 심장 이상으로 죽었다. 사건은 약물 중독자에 의한 묻지마 살인으로 결론나려고 한다. 


  사건 현장에 도착한 순경의 도움으로 살아난 슈지는 경찰 집단 내에서 왕따를 당하는 소마를 만난다. 알 수 없는 일로 집단 내에서 배제되며 사건을 수사하는 소마는 슈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건의 범인은 약물중독자가 아님을 직감한다. 소마가 돌아가고 혼자 병원 복도에 남겨진 슈지는 무테안경을 낀 남자를 만난다. 남자는 슈지에게 말한다.


  "······달아나. 가능한 한 멀리 달아나."


  『범죄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음 직전까지 간 슈지에게 달아나 그리고 살아남아라는 말을 던지며 독자를 거대한 음모의 세계로 끌고 간다. 두 발목이 잡힌 슈지와 독자는 대낮에 벌어진 살인 사건의 이면의 뒤를 쫓아야 한다. 경찰이 싫다던 슈지는 소마와 함께 자신을 죽이려는 비밀에 맞서야 한다. 달아나야 살 수 있는 남자와 열흘 안에 사건을 끝내야 하는 사람의 추적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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