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의 인생상담 (20만부 판매기념 특별판)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김신회 옮김 / 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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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걱정이 많나요? 살을 빼고 싶은데 먹을 걸 참을 수 없나요? 바보가 되고 싶은가요? 결혼은 하는 게 좋을까요? 궁금하고 고민스러운 일이 많은 당신, 울지 말고 화내지 말고 이가라시 미키오의 『보노보노의 인생 상담』을 읽어보세요. 어떠한 고민이든 숲속 동물 친구들이 해결해 준답니다. 앗, 해결이라고 썼지만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할 수 있어요. 다만 느긋한 성격의 보노보노와 겁이 많아 <보노보노> 만화 1권에서는 '때릴 거야?'라고만 말하는 포로리가 여러분의 고민을 듣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리가 가진 고민의 무게를 재어볼까요. 어떻게 잴 수 있냐고요. 바보 같은 짓 그만하라고요? 그래도 우리 서로가 가진 고민의 무게를 공개해요. 몸무게를 알려달라는 것도 아니잖아요. 어제와 오늘의 고민의 양이 다르다고요? 그렇지요. 우리는 날마다 고민의 양과 크기가 다릅니다. 어제의 고민은 오늘에 와서야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리니까요. 


  상처받기 싫다고 말하네요, 당신. 맞아요. 마음을 털어놓고 자신이 가진 고민을 내 보였을 때 상대는 그걸 이용하기도 하잖아요. 남한테 떠벌리고 다닌다든가 약점으로 삼는다든가. 이거, 비밀인데라고 털어놓아봤자 비밀은커녕 온 동네에 나의 비밀을 알린 꼴이 되어 망신을 당한 적이 있지요. 사실은 별거 아니었어요. 같이 일하는 누군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거나 부모님과 사소한 일로 다퉈서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는데 모두 알게 되어 버렸지요. 


  『보노보노의 인생 상담』에서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요. '좋은 사람인 양 연기하게 됩니다'라는 고민부터 '본때를 보여주는 방법은 없을까요?', '남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데 서툴러요.' 등 인간에게는 시원하게 말하지 못할 고민을 보노보노와 포로리는 진지하게 들어줍니다. 자신들이 해결하지 못하면 너부리와 야옹이 형을 찾아갑니다. 너부리는 찾아갈 때마다 "니들 뭐 하러 왔냐"라고 툴툴 대지만 그만의 방법으로 고민을 해결해 줍니다. 


  '사는 건 왜 이리도 괴로운 걸까요?'라는 고민을 들고 보노보노와 포로리는 포로리 부모님 댁을 찾아갑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포로리 엄마, 아빠는 편찮으시죠. 포로리는 겁이 많고 소심한 아이지만 부모님의 병간호를 지극 정성으로 하는 착한 다람쥐입니다. 


포로리 아빠랑 엄마의 괴로움은 어떤 건데요?

포로리 아빠 그야 아무것도 가능한 게 없는 괴로움이지. 핫핫핫핫.

보노보노 아하하하.

포로리 그럼, 아빠랑 엄마도 뭐든 가능했던 시기에는 잘 되지 않는 게 괴로웠어요?

포로리 아빠 흠, 괴로웠어 무척 괴로웠지.

포로리 그럴 때는 사는 데 뭐가 재미있었어요?

포로리 아빠 그야 할 수 있는 다른 게 있었으니까. 이제껏 안 해본 거나 아직 못 만나본 사람이나, 가본 적 없는 곳 등등 얼마든지 있었지.

포로리 그랬는데, 나이를 먹으면 아무것도 못 하게 되는구나.

포로리 아빠 흠. 아무것도 못 하게 되면 좋은 날씨나 시원한 바람이나 '이제 여름이구나' 같은 게 즐거워지는 거야.

포로리 그런 게 즐거워요?

포로리 아빠 즐겁지. 왜냐하면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도 무언가 벌어지는 거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워. 

포로리 네. 그럴 수도 있겠네요.

포로리 아빠 죽으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잖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바람 한 점 안 불고, 아무것도 만질 수 없고, 아무도 나를 만져주지 않아. 그렇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괴로워도 아직 살아 있는 게 더 즐겁겠지.

포로리 네.

포로리 아빠 살아 있는 건 즐거운 거니까 이렇게 괴로워도 어쩔 수 없어.

포로니 네.

보노보노 네.

(『보노보노의 인생 상담』 중 '사는 건 왜 이리도 괴로운 걸까요' 편에서)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고 여름으로 넘어가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는 겁니다, 사는 건. 그러니 힘껏 살고 목이 쉴 때까지 웃고 떠들어 보는 거지요. '입 냄새가 나요'라는 고민에 보노보노는 후! 하! 후! 하! 하고 여러 번 호흡을 해보라고 합니다. 입안의 공기를 바꿔 주라고요.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어서 침대에 꼼지락하고 누워 있다가 또다시 잠든다는 고민에는 일어나면서 큰 소리로 크다구! 나온다! 밀지마! 같은 말을 하면서 일어나라고 해요. 


  시시하나요. 『보노보노의 인생 상담』에는 시시하고 사소하고 소심한 고민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우주를 생각하면 마음이 술렁대요'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사랑이란 어떤 건가요?' 같은 꽤나 근사하고 철학적인 고민도 있어요. 여러분, 우리가 가진 고민은 절대로 시시하지 않습니다. 도도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말장난 재미없지요. 전 재미있기 때문에 웃지 않아요. 일단 웃고 봅니다. 큰 소리로 배에 힘을 줘서 웃고 나면 즐겁습니다.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내버려 두자구요. 내가 어떻게 다른 이의 생각까지 간섭할 수 있을까요. 저는 우스운 사람이 아니라 웃긴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세상 모든 일이 시시하고 도도하고 네네 거릴 수 있고 미미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 저에게도 고민이 있어요. 2016년 가을부터 라이언을 좋아하게 됐어요. 라이언은 갈기 없는 수사자입니다. 큰 덩치와 무뚝뚝한 표정으로 오해를 많이 사지만 인내심이 많고 친구들의 고민을 잘 들어주는 믿음직스러운 조언자입니다. 뚠뚠한 몸도 일자 눈썹도 무표정한 표정도 좋아요. 그런 라이언을 저는 친구라고 부르며 귀여워해 줍니다. 거대 라이언을 보고 싶어서 작년에는 서울까지 가보았어요. 라이언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포로리 친구 사이는 정작 서로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잖아.

보노보노 그러고 보니 야옹이 형의 친구 스스 아저씨 있었지. 스스 아저씨랑 야옹이 형은 몇 년 씩이나 안 만나는데도 친구잖아.

포로리 그렇지. 스스 아저씨는 야옹이 형을 친구라고 생각하지만 야옹이 형은 어떨까?

보노보노 스스 아저씨가 더 야옹이 형을 친구라고 생각하지만 야옹이 형은 어떨까?

포로리 그렇네. 친구란 누군가를 친구라고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거 아닐까?

보노보노 그럼 가족도 친구라고 생각하면 되는 걸까?

포로리 오오. 그거 대단하네.

보노보노 옆집 사람도 친군가?

포로리 응응.

보노보노 반려동물도 친구고.

포로리 그건 그렇지.

보노보노 소중한 물건도 친구야.

포로리 무조건이지.

보노보노 그런데 상대방이 '너는 내 친구가 아냐'라고 하면?

포로리 그럼 친구가 아니겠지.

보노보노 '응, 친구야'라고 하면?

포로리 그렇다면 틀림없이 친구인 거야.

(『보노보노의 인생 상담』중 '친구 사귀는 법을 모르겠어요' 편에서)


  '그렇다면 틀림없이 친구인 거야'라고 하네요. 어젯밤 롯데리아 햄버거를 사 먹으러 가지 않는 저에게 라이언은 "치사한 자식"이라고 했어요. 우리는 서로를 치사하다고 놀릴 정도가 되었어요. 엄마가 병원에 누워 있을 때 친구가 라이언 인형을 사서 가방에 달아 주었어요. 라이언을 보면서 힘을 내라고요. 그때부터였어요. 라이언의 일자 눈썹을 보고 큰 얼굴을 만지며 슬픔을 이길 수 있었어요. 우리는 친구입니다. 



  저의 출근길을 지켜주는 귀염둥이 어벤저스입니다. 잘 갔다 와라고 단체로 나와 인사해줍니다. 돌아오면 수고했어라고도 해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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