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재산 은닉 기술 - 이명박 금고를 여는 네 개의 열쇠
백승우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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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우 기자가 쓴 <MB의 재산 은닉 기술>을 받고 센스 있게 그분 얼굴을 라이언 피규어로 가렸다.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친구가 한 일인데 일하다가 사진 한 장을 받고 웃음이 났다. 두 번째 사진은 라이언이 그분을 날아 차기 하고 있다. 바위를 칠 수 없다면 계란으로라도 더럽히자는데 계란도 아깝다. 맛있고 영양가 좋은 계란을 함부로 쓸 수 없다. 바위 얼굴에 수염을 그리고 눈 화장을 짙게 해주자. 손가락질하면서 웃어주자. <MB의 재산 은닉 기술>을 읽는 동안 김어준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다스뵈이다'에 나오는 MB의 대사를 따라 했다. "온갖 음해에 시달렸습니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쉰 목소리를 흉내면서 계속 깔깔거렸다. 


  사자방을 아시는지. 사자가 잠들어 있는 방은 아니다.(웃기지 않죠? 죄송해요.) 사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 사자방. 임기 5년 동안 이루어내신 그분의 업적이다. 멀쩡하던 강에 모래와 콘크리트를 붓고 석유가 나온다는 말만 믿고 하베스트를 사들이고 방탄복인데 총알이 관통하는 신기술을 보여주셨다. 그분의 업적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MB의 재산 은닉 기술>은 MB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 네 개를 쥐여준다. 비밀 창고는 거대해서 열쇠 하나로는 부족하다. 첫 번째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는 돈이다.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에서 MB 교의 열혈 신도 주진우는 MB의 돈이 잠든 저수지를 따라갔다. 해외로 빼돌린 돈이 묻힌 저수지를 찾아 발로 뛰었다면 <MB의 재산 은닉 기술>은 9년 동안 뉴스에서 말하지 못했던 취재를 한 권의 책으로 압축해서 보여준다. MB에 의해 MBC는 망가졌다. MB의 비리를 취재해 놓고도 MBC 안의 내부 세력에 의해 뉴스로 내보내지 못했다. 


  시작은 돈이었다. 나랏돈으로 아들에게 땅을 사주려고 했다, 대통령이. 정확히는 아들 명의로. 내곡동 특검에서 새로운 돈의 흐름을 발견했다. 청와대 공무원들을 시켰다. 그들은 청와대 주변 반경 2km 안의 은행을 돌았다. 청와대안에 농협이 있는데도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만 원짜리 구 권을 들고 수표로 바꿨다. 구 권의 현금 다발을 처리하는 신종 방법이었다. 신권이 나오면서 구 권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였다. 바꾼 수표는 대통령의 아들 전세 자금으로 들어갔다. 재산이 없다던 아들 이시형의 전셋집이 공개되고 그는 삼성 힐스테이트 아파트를 합법적으로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돈으로 무엇을 할까. 땅을 산단다, 부자들은. 도곡동땅이 두 번째 열쇠다. 형 이상은과 처남 김재정이 공동으로 돈을 모아 산 도곡동은 10년 후 15배가 넘는 수익률을 올리며 포스코에 팔렸다. (포스코, 아 포스코, 불쌍한.) 도곡동 땅 판 돈이 내곡동 사저를 매입하는 자금으로 흘러갔다. 현금이 든 가방 두 개를 경호원도 없이 나타난 리틀 VIP 이시형이 운반했다. 특검은 이시형이 돈을 운반한 네 시간의 공백을 깨지 못했다. 도곡동 땅에서 출발한 돈의 흐름을 쫓다가 이시형의 전셋집을 발견한 것이다. 


  다스. 다스는 누구 겁니까. 종결 어미가 까로 끝나는 단순한 의문문의 문장은 MB를 검찰청 포토라인 앞에 서게 만들었다. 2018년 3월 14일에 본인은 참담하다고 말했다.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은 작년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다. 대부기공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다스는 현대자동차에 자동차 시트를 납품하는 회사다. 창업주는 이상은과 김재정이다. 많이 듣던 이름이다. 도곡동 땅을 매입한 이명박의 형과 처남. 그들은 사돈이라는 먼 관계를 넘어 평소 형님, 아우 하는 사이로 땅도 사더니 회사까지 함께 설립한다. 끈끈한 가족애다. 


  한 번 더 묻자. 다스는 누구 겁니까. 질문은 네 번째 열쇠로 연결된다. 2000년 2월 이명박과 김경준은 자신들의 이름 앞 글자를 따서 LKe 뱅크를 창업했다. 그전에 김경준은 투자자문회사인 BBK를 설립했다. 1999년 4월의 일이다. 생각만큼 수익률이 나오지 않아 김경준은 자금을 유용하고 보고서 내용을 조작했다. 금융감독원 검사에 들통나고 이명박과는 결별을 한다. 김경준은 딴마음을 품고 2001년 옵셔널벤처스를 인수한다. 투자자들이 BBK에 맡긴 돈을 빼돌려 옵셔널벤처스의 주가를 조작하는데 이용한다. 회사 자금 319억 원을 횡령하여 미국으로 도피한다. 2008년 대선 정국이 요동칠 때 미국에서 강제 송환된 김경준은 "이명박이 BBK 실소유주"라고 외쳤다. 


  동업자. 네 번째 열쇠. 동업자 김경준은 영화 <보일러 룸>의 신봉자였다. 주가 조작이 이루어지는 은어 보일러 룸은 브로커 조직이나 장소를 지칭하는 용어다. 검찰이 김경준의 회사를 압수 수색하면서 영화 <보일러 룸>의 DVD를 발견했다. 사기꾼. 개미들은 한평생 모은 돈을 그가 차린 회사에 투자했다가 날렸다. 돈을 모아 달아난 김경준은 미국에서 호화 생활을 누렸다. 검은 머리 외국인 수법으로 대한민국에서 사기를 치고 그는 실형을 살았다. 백승우 기자의 말대로 그의 말을 전적으로 믿을 순 없지만 그의 말에서 다스와 이명박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다스는 BBK에 190억을 투자했다. 그 돈을 모두 날렸다. MB가 대통령으로 있던 시절 190억을 감옥에 있는 김경준을 통해 스위스 은행 계좌를 열고 돌려받았다. 미국에서 벌어진 다스 소송비를 삼성이 대납했다는 사실도 추가로 나왔다. 같은 해에 이건희는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에 필요하다는 유치한 이유로 특별 사면 되었다. 연결할 수 있는가. 돈, 땅, 다스, 동업자. 


  <MB의 재산 은닉 기술>은 네 개의 열쇠를 주고 우리를 MB의 사기술의 현장으로 이끈다. 기술이 아니다. 개인이 벌이는 기술인 사기술로 대한민국을 푸르게 더 푸르게 만들었다. 녹조 라떼로 오염된 강에는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 4조 원을 들여 산 캐나다 하베스트에서 채취하는 석유를 우리를 쓸 수도 없다. 제품성으로 떨어진다는 이유다. 세계 초일류 기업 포스코는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고 잠수함은 잠수를 하지 못한다. 


  3월 11일 일요일에 방영된 MBC 탐사보도 '스트레이트'에서 진행자를 맡고 있는 주진우는 하베스트를 살 때 들어간 돈 4조 원을 보고 내 돈이라고 했다. 내 돈 다시 말하면 당신 돈, 우리 돈. 돈으로 흥한 자 돈으로 망할 것이라는 말이 있나, 없어도 하고 싶다. 정직. 이명박 집안의 가훈이다. 나에게 물어달라고 했으니 물어달라, 우리 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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