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례 시간 - 수업이 모두 끝난 오후, 삶을 위한 진짜 수업
김권섭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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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이 끝나는 시간, 청소를 마치고 담임 선생님을 초조하게 기다린다. 선생님이 오셔서 전달사항을 들려주실 때도 있었지만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았다. 대개 반장이 와서 선생님의 말씀을 전했다. 가방을 들고 문을 나서면서 해방감을 느낀다. 집에 간다, 집으로 갈 수 있다. 기억 속 종례 시간은 집에 빨리 가고 싶어 초조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시간이었다. 

  

  "제발, 선생님 이야기 하나만 더 들려주세요."


  현직 국어 선생님으로 재직하고 있는 김권섭의 『종례 시간』을 감싸고 있는 띠지에 적힌 말이다. 아이들은 하루 중 제일 기다리는 종례 시간에 이야기 하나를 더 들려달라고 말한다.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해졌다.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에 아이들은 선생님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는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들려주었을 이야기를 하나씩 읽기 시작했다. 해가 지고 바람이 불어온다.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의 뒷모습에서 열기가 느껴진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까. 아이들의 눈은 반짝인다.


  『종례 시간』을 읽다 보면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보다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했을 아이들의 진지한 모습이 상상된다. 그만큼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의미 있고 마음이 찡해지는 것들로 가득하다. 책은 '일상의 발견', '배움의 자세', '삶의 방법', '우리 앞의 사람들'로 나뉜다. 차례만 보고도 벌써 가슴이 뜨거워진다. 오늘은 반복이 아니라 여생의 첫날이라는 글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학교, 학원, 집. 다시 학교, 학원, 집으로 굴러가는 하루를 가지고 있을 아이들은 매일이라는 일상에 대해 지겨워하고 힘들어할 것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즐거움과 삶을 살아가야 할 자세들을 일러준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통해서 습관들을 고쳐 나갔다는 고백과 함께 공동체로 살아가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누워서 책을 읽다가 책상에 앉았다. 자세를 바꿔가면서 읽을 정도로 몰입감이 대단했다. 한 챕터를 읽는 데에 많은 시간이 들진 않았지만 책을 읽으며 나의 생활들을 떠올리며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오래 했다. 국어 선생님의 글답게 정확하고 간결하게 표현된 문장들은 읽는 재미를 선사했다. 옛 성현들의 고사와 일화를 예로 들어 누구라도 쉽게 이해를 할 수 있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김권섭 선생님의 종례 시간에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잘 듣는 것과 보는 것의 가치를 알려주고 책 읽기와 타인을 위한 마음가짐을 잃지 않는 것을 강조한다. 경쟁하고 남을 이기기 위한 방법만을 가르치는 곳이 학교라고 생각했다면 이 책  『종례 시간』을 읽어보자.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와 남과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 실패하고 좌절했을 때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선생님은 차분하게 알려준다. 


  소인은 계급으로 구분되는 특수한 인간이 아니라, 군자가 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군자가 되지 못한 인간일 뿐입니다. 되려 하다가 안 된 것은 부끄럽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예 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 정말 부끄럽지 않을까요?


   『종례 시간』은 학생이 아니어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읽어도 무리가 없는 책이다. 선생님이 학생에게 들려주는 형식이지만 각각의 이야기들은 바쁘고 지친 어른들이 읽기에 무리가 없다. 힘든 우리에게 바치는 따뜻한 위로로 가득하다. 하루가 끝나고 예를 다하여 오늘에게 인사를 보내는 시간에 읽는 『종례 시간』은 수고했어 그리고 내일도 힘내라고 격려해준다. 자상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내일은 더욱 힘내자, 응원하는 나를 보듬어 주는 시간,  『종례 시간』. 내일로 돌아가는 나를 선생님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신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가슴에 간직하고 나는 오늘이라는 선물을 받아든다. 


  선생님, 내일도 이야기 들려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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