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숍 보이즈
다케요시 유스케 지음, 최윤영 옮김 / 놀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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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 개에게 물린 이후로 강아지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동네에 사나운 개가 있었는데 그 개는 자기를 보고 놀라 도망가면 꼭 따라와서 물었다. 생각 없이 뛰어가다 넘어졌고 날카로운 이빨이 엉덩이에 박혔다. 너무 놀라서 집으로 도망쳤다. 골목에 강아지라도 지나가면 멀리 돌아갔다. 문 앞에 죽은 쥐를 가져다 놓는 고양이가 무서워 옥상에도 못 올라갔다. 집 뒤편에는 기찻길이었다. 


  어느 날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낳았다. 기찻길과 옥상 근처를 왔다 갔다 하면서 노는 게 좋았다. 고양이 식구들이 옥상에 자리를 잡은 후 몇 번 올라가서 구경했다가 어미 눈 밖에 났나 보다. 아침에 자고 일어났더니 죽은 쥐가 문 앞에 놓여 있어서 소리를 빽 질렀다. 밤중에 화장실 갈 때마다 마주치던 번뜩이던 푸른 눈의 고양이에 질려 다시 집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애완동물이라 불렀다. 요즘은 반려동물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좋아해 주고 귀여워해 주는 것에서 벗어나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인 반려동물. 어린 시절의 무시무시했던 기억이 아니라면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다케요시 유스케의 소설 <펫숍 보이즈>에는 새를 무서워하면서 '유어 셀프'라는 대형 펫숍에서 일하는 가시와기 씨가 나온다. 그는 성실하고 성숙한 어른이다. 점장이 아니었을 때도 아르바이트생 교육을 시키고 일을 함께 할 때는 고마워, 미안해 같은 말들을 꼬박꼬박 하는 인물이다. 그는 새를 무서워하면서도 휴일이면 동물원에 가서 조류 탐사를 한다

  이 소설 <펫숍 보이즈>에는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과 함께 하는 삶을 꿈꾸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대학교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쿠토, 프리터를 자처하면서도 동물에 대한 지식을 쌓고 애정을 담아 일하는 고타와 성실하고 배려심 많아서 함께 일하고 싶게 만드는 가시와기. 그들이 대형 펫숍인 '유어 셀프'에서 겪는 일상의 작은 미스터리들을 해결해 가는 이야기가 담긴 <펫숍 보이지>를 읽고 나면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개와 고양이에게 위협을 받았다고 생각해 무서워하고 멀리하던 나는 조금씩 그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마음을 열고나니 주변에 동물들이 보였다. 멀리 돌아서 갔는데 겨울 햇빛에 몸을 말리고 있는 고양이를 마주하기도 하는 일상이 되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골든 리트리버를 구별할 수 있게 되었고 정비소 안에 드러누워 있는 사모예드를 바라보기도 한다. 시바견이 목줄을 달고 주인을 이끌고 가는 산책길을 뒤에서 따라가기도 한다. 


  새에게 악의를 담아 말을 배우게 하는 사람과 펫숍이 생명을 살고 판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사람. 가쿠토와 고타는 이상한 일들을 해결하면서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의미를 깨닫는다. 어렸을 때 키운 개가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동물을 생각 없이 키우기도 한다. 인간이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은 외로운 것들을 지켜주는 힘이라는 것을 이 소설은 따뜻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무시무시한 기억들에서 벗어나 동물들과의 행복한 일들을 만들 것이라는 다짐이 쌓인다. 


"펫숍은 어쩔 수 없이 인간을 위한 곳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믿고 싶습니다. 서로 마음이 통하고 있다고 굳게 믿으며 반려동물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통도마다 않겠다는 인간이라는 동물을요. 펫숍은 친구 같은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며 행복을 느끼는, 그런 인간이라는 동물을 돕기 위한 장소입니다. 그리고 인간으로서, 동물들이 정말로 행복하다고 느끼기를, 끊임없이 기원하는 곳입니다. "


  살아있는 것과 온기를 나누고 싶은가. 혼자 살아서 반려동물과 함께하지 못해 속상한가. <펫숍 보이즈>를 읽기 시작하자. 그곳에서 귀여운 아이와 새, 고양이, 사모예드, 말미잘, 파충류, 양서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북적북적한 '유어 셀프'에서 다정하게 나의 기분을 알아채는 사람들과 함께 미스터리 한 사건을 풀어가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띠지는 스티커로도 잘라서 쓸 수 있다. 동물과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프린트 된 스티커를 붙이며 그들의 이름을 떠올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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