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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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전화받는 것을 주저하는 남자가 있다. 전화가 울리기 전부터 남자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벨 소리는 급하게 날아들고 남자는 통화 버튼을 쉽게 누르지 못한다. 한 번 끊어진 전화, 다시 울리고 남자는 천천히 전화기를 귀에 가져간다. 아내의 전화. 말이 없다. 사소한 부탁을 하는 것이겠지라고 생각하지만 평소 아내는 일하고 있는 시각에 전화를 잘 걸지 않는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바람 소리만 들려올 뿐 대답이 없다. 

  아내는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있다. 나를 왜 이렇게 구차하게 만드냐는 질문을 한다. 남편은 서둘러 집으로 뛰어간다. 말릴새도 없이 아내는 아파트 아래로 몸을 던진다. 식어가는 아내의 몸을 만지며 아내의 마지막 말을 쫓는다. 우리의 딸이 왜 죽어야 했는냐는 물음. 남자는 들려줄 말이 없다. 자신의 눈앞에서 몸을 던진 아내는 결국 목숨을 잃는다. 남편은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삼 년 전, 별을 좋아하고 고양이 모양의 도자기 인형을 모으던 딸. 버킷 리스트에 가고 싶은 천문대를 적고 온 가족이 그곳으로 떠났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진 딸. 그 딸이 죽고 아내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자, 최우진은 아내의 장례가 끝나고 자신의 양복에서 한 장의 종이를 발견하지 않았다면 딸과 아내의 뒤를 따라 가려 했다. 그 종이 안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진범은 따로 있다' 최우진은 그 문장을 읽자마자 딸의 죽음을 다시 밝혀야겠다고 생각한다. 아내가 마지막에 했던 우리 딸이 왜 죽어야 했는지 궁금하지 않냐는 질문의 답을 스스로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2014년 12월 22일.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그날에 딸 수정은 살해당했다. 

  만약으로 시작되는 가정으로 남자와 아내는 고통의 시간 속에서 살아갔다. 딸이 원하는 망원경을 사주었더라면, 늦은 시간인데 아이를 데리러 갔더라면, 그날 어두운 숲속에서 혼자 죽어갔을 아이를 상상하며 그들은 만약이라는 가정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이미 처벌까지 받은 범인이 아닌 진짜 범인이 따로 있다는 그 말은 삼 년 전 사건의 새로운 진실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이 소설은 딸을 잃은 한 가장의 내면을 충실히 따라간다. 아내는 그 후에 자책과 후회로 암에 걸렸다. 수술을 받고 항암 치료를 받은 아내는 어느 날 옥상에서 뛰어내린다. 딸이 죽고 범인이 처벌을 받았지만 그 사건에는 숨겨진 것들이 존재했다. 우발적으로 벌인 범행이고 피의자가 청소년이라는 이유들로 그들은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최우진은 그들이 소년원으로 들어간 줄 알았다. 아니었다. 그들은 봉사 활동과 반성문을 채우는 것으로 가볍고 쉽게 죗값을 치른 것이다. 

  이야기는 양파 껍질을 벗기듯 새로운 속살을 드러낸다. 한꺼풀 벗기면 드러나는 사건의 진실들로 독자는 충격에 빠진다. 수명을 다하고 사라진 별의 빛을 보는 것으로 우리는 살아 있음을 증명받는다. 지구에서 바라보는 별은 오래전에 죽었다. 죽음 이후에 반짝이는 그 별의 잔해를 바라보며 우리는 살아야 한다고 이 소설은 말하고 있다. 2014년에 떠난 아이들이 보내오는 빛을 우리는 오래도록 바라보며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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