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린의 전쟁 같은 휴가
벤 파운틴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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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리는 졸업을 이 주 앞두고 있었다. 그에게는 엄청 예쁘고 똑똑한 둘째 누나가 있다. 캐스린은 대학교에 부분 장학금을 들어갔고 성적 우수자 명단에 매 학기 올랐다. 경영 대학 삼 년 선배와 약혼한 상태였다. 메르세데스가 그녀의 차 옆구리를 들이박기 전까지 캐스린의 앞에는 아름다운 미래가 펼쳐져 있었다. 그녀는 살아난 것이 기적이라고 할 만큼 큰 부상을 입었다. 그녀의 약혼자는 파혼을 요구했다. 그러자 빌리는 쇠지레로 누나의 약혼자 차를 찾아내 박살을 냈다. 약혼자를 쫓아간 행동 때문에 일이 커졌다. 지방 검사는 빌리가 군에 입대하는 조건으로 중죄 혐의를 기물 파손으로 감해 주었다. 
  원래 미국은 이라크와 우방 관계를 유지했다. 사담 후세인이 이끄는 이라크 군은 이란에서 일어난 이슬람 혁명을 저지한다는 구실로 전쟁을 시작했다. 미국은 이라크를 지원해 주고 이라크는 이란과의 전쟁을 끝내고 쿠웨이트를 침공했다. 미국은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와의 전쟁을 벌였다. 제1차 걸프 전쟁의 시작이었다. 전쟁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는 사담 후세인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의 체포를 구실로 2001년에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일으켰다.  2003년에는 이라크와 전쟁을 벌였다. 제2차 걸프 전쟁이었다. 이라크에 매장된 석유를 둘러싼 계산이 깔린 전쟁이었다. 한국도 파병을 결정했고 많은 이들이 명분 없는 전쟁 속으로 들어갔다. 이라크에는 미군 17만 1천 명이 주둔하고 있었다. 2011년 오바마는 종전을 선언했다.
  빌리는 브라보 분대의 일원으로 이라크에서 복무를 하고 있었다. 같이 복무하던 병사 슈룸이 총에 맞자 그를 구하러 뛰어 간다. 그 상황을 폭스 TV에서 촬영한다. 이 영상으로 빌리와 브라보 분대는 영웅으로 떠오른다. 전쟁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돌리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그들은 승전 여행을 시작한다. 리무진을 타고 호텔에 묵으면서 여러 도시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것이라는 영화 제작자 앨버트와 풋볼 경기장으로 떠난다. 비욘세가 속한 팀 데스티니스 차일드와 함께 하프 타임 쇼에 오르기 위해서였다. 
  다양한 성격의 분대원들은 미국 정부에서 주최한 행사에 초대받고 영웅으로 떠받들어진다. 어딜 가나 사람들은 그들에게 영웅이라는 찬사를 보내고 사인을 원하고 함께 사진을 찍는다. 명분 없는 전쟁을 홍보하고 미국인들이 전쟁을 우호적으로 보기 위해 브라보 분대는 이용된다. 앨버트는 이곳저곳으로 전화를 걸어 영화 제작에 힘을 쓴다. 빌리는 함께 고민을 나누고 자신에게 책을 권했던 슈룸이 죽어가던 장면을 복기한다. 
  수술이 필요한 누나를 위하고 집 안을 일으키겠다는 목표가 있던 빌리는 승전 여행 내내 이라크에 돌아갈 이유를 찾는다. 집에 가서 가족들을 만나고 영웅으로 대접받는 빌리에게 캐스린은 이라크로 돌아가지 말 것을 요구한다. 텍사스 카우보이스 스타디움으로 들어간 분대원들은 식사를 대접받고 사람들의 환호를 받는다. 빌리는 그곳에서 치어리더 페이슨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영화 제작에 열을 올리던 앨버트는 카우보이스의 구단주 놈의 제안을 다임 하사에게 들려준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영화화할 경우 1인당 10만 달러를 받기로 되어 있었다. 놈은 영화 제작의 리스크를 들려주고 5,500달러 제시한다. 죽음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는 보라보 분대원들의 삶은 값싼 돈으로 메겨진다.
  전쟁의 명분은 확실하지 않았다. 이라크가 가진 석유를 쟁탈하기 위함이었고 전쟁을 이용해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려는 이유가 있었다. 순전히 미국의 이익에만 혈안이 된 전쟁이었다. 미국 무기상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신무기의 성능을 시험해 보고 싶은 목적도 추가되었다. 그들이 내세운 이라크의 대량 살상 무기 보유의 가능성이 명분이 될 수도 있었지만 끝내 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젊은이들이 이라크에서 총격으로 부비트랩으로 죽어가는 동안 미국 정부는 그들을 이용해 전쟁의 당위성을 홍보하기 위해 애를 쓴다. 그들은 이라크 군인과 싸워 이긴 분대원들이었다.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그들은 제대를 하지 못하고 다시 남은 복무 기간을 채우기 위해 이라크로 돌아가야 한다. 짧은 승전 여행에서 브라보 분대원들은 미국 시민들의 위선과 허상 같은 삶의 모습들을 마주한다. 
  빌리가 만난 사람들 중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똑바로 직시할 줄 아는 페이슨은 그에게 슈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명받았다고 한다. 그녀는 상업주의 최고점에 서 있는 풋볼 경기장에서 치어리더 일을 하지만 지역 봉사를 하고 방송 저널리즘 공부를 하며 꿈을 키운다.
  사람들은 생각하고 그 생각을 기반으로 삶의 이유를 찾는다. 전쟁은 사람들의 삶의 이유를 망쳐 놓는 행위이다. 누군가는 전방에서 총을 들고 싸워야 하고 그들을 이용하며 누군가는 돈을 번다. 브라보 분대원들은 가족을 위해서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헐값으로 목숨을 내놓고 이라크에서 싸우고 있다. 빌리는 성격 좋은 누나와 함께 지내며 책을 읽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살아가는 이십 대를 보낼 수도 있었다. 누나의 약혼자의 차를 부순 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누나의 수술비를 벌고 군인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아야 할 가족들이 그를 이라크로 가게 했다.
  브라보 분대원들은 어떤 모습으로 경기장의 하프 타임에 나가 사람들을 흥분시킬까. 그들의 승전 여행은 행복한 결말로 이어질 수 있을까. 『빌리 린의 전쟁 같은 휴가』의 강점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말들의 향연이다. 구어체의 문장들은 빌리의 어지러운 내면과 미국 사회의 거짓과 위선을 실감 나게 표현한다. 전쟁의 위험 속에서 잠시 벗어난 빌리는 더 크고 무모한 전쟁 속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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