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 인문학 - 조선 최고 지성에게 사람다움의 길을 묻다
한정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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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을 위하여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방향을 바꿔 본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전자의 생각만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워 살아갔던 때가 있었다. 다가올 것 같지도 않은 미래 때문에 불안해하고 아등바등 했었다. 잘 모이지도 않은 돈을 생각하고 남의 것을 부러워하고 시기로 보낸 나날들. 그 안에서 나는 매일 불행했고 불만으로 가득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돈벌이가 쉬운 일에 기웃거렸다. 하루를 게으르게 보냈고 만족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성격은 사나워져 갔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율곡 인문학』의 저자 한정주는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질문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사람의 본성은 타고난 것이라고 해도 마음을 다하면 바꿀 수 있다. 우리가 가진 겉으로 보이는 외형적인 조건과 배경들은 쉽게 바꾸지 못한다. 마음과 본성이 가진 선함은 각자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고 이 책 은 조언한다. 조선 시대 최고의 학자 율곡의 삶을 통해 듣는 인생의 조언들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인간으로서 완성된 길을 걸을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율곡은 16세에 어머니 신사임당을 여의고 슬픔에 빠졌다. 이이는 3년 시묘 살이를 마치고 20세에 자경문自警文을 지었다. 스스로를 경계하는 글이라는 뜻의 그 글 속에서 우리는 21세기를 살아갈 수 있는 삶의 희망과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율곡 인문학』은 자경문自警文의 글 속에서 일곱 개의 핵심 주제들을 모아 놓았다. 취업을 준비하는 이도 매일 출근길에 올라 힘겨운 하루를 시작하는 이도 헬조선이라 불리는 한국 사회에서 치열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이의 말과 글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다. 
  뜻을 세워야 사람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입지立志를 시작으로 말을 아끼고 간략하게 하면서 자신의 말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는 치언治言과 마음의 안정을 가져야 하는 정심定心에서 살아가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넓혀야 함을 일러 주고 있다. 버려야 할 습관과 시행해야 할 삶의 자세들을 엿볼 수 있다. 홀로 있을 때를 두려워 하지 않아야 함을 강조하는 근독勤獨의 장에서는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아홉 가지 몸가짐과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생각들을 펼쳐 놓고 있다. 
  공부工夫의 장은 흥미롭다. 율곡은 소년 급제를 할 만큼 학문에 있어서 뛰어남을 자랑하는 학자였다. 퇴계와의 서신 교류와 성혼과의 만남을 통해 학문을 나누었다. 그는 직접 선조에게 왕의 본질과 치세를 담은 『성학집요』를 지어 바쳤다. 학문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덕목을 기술한 『격몽요결』을 남기기도 했다. 그가 강조한 공부의 자세는 의심 나는 것을 묻고 아랫사람에게도 모르는 것을 질문하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몸이 약한 율곡은 조정에 나아가 정치를 하는 중에도 책 읽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관직에 몸담는 와중에도 책 읽을 시간이 없는 것에 한탄할 만큼 책 읽기를 소중히 여겼다. 계속된 청원과 간언을 담은 상소에도 선조의 개혁 의지가 보이지 않아 벼슬의 길을 떠나 있을 때도 후학을 기르고 공부를 하는 것으로 학문의 길을 걷고자 했다. 같은 책을 몇 번 읽어도 넘치지 않으며 뜻을 헤아려 읽기를 하고 미래의 일로서 공부를 연결하는 것을 경계하라고 말한다.


만장이 물었다.
"감히 벗을 사귀는 도리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맹자가 말했다.
"나이가 많은 것을 자랑하지 말고, 지위가 높은 것을 뽐내지 말고, 형제들의 힘을 자랑하지 말고 벗을 사귀어야 한다. 벗이란 것은 그 사람의 덕을 사귀는 것이니, 자랑하거나 뽐내면서 사귀어서는 안된다."


  진심으로 살아갈 것과 관계 맺기를 당부하는 진성盡誠의 덕목은 몇 번을 곱씹어 볼만하다. 신뢰받는 사람이 되는 것과 사람으로서 길을 이 장에서 펼치고 있다. 언젠가부터 사람 사귀는 것에 염증이 느껴지고 그 사람의 깊이를 알고 싶지 않은 것으로 관계 맺기를 멈춰 버렸다. 타인에게 받을 상처를 미리 계산하고 정을 주지 않게 되었다. 내가 진심을 다하지 않고 상대방을 대하면 그 마음이 뻔히 드러날 수 있다는 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다른 이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던 것을 반성하고 먼저 손 내밀 수 있는 작은 마음들을 키워야 한다.
  작은 마음들이 모이면 옳은 마음이 된다. 정의正義를 읽는 요즘의 시간들을 떠올린다. 율곡은 새어머니와 가족들의 관계 개선에 힘썼다. 신사임당이 일찍 죽고 그의 남편 이원수는 자식이 많으니 재혼하지 말라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서모 권 씨와 가족들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율곡은 성심을 다하여 새어머니를 받들었다. 가족들을 모아 한집에 살게 했다. 그 가족의 수가 백여 명에 이르렀다. 같이 살면서 지켜야 할 규율을 담은 동거계사를 만들었다. 가족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와 마음가짐을 담은 글을 외우게 하면서 더불어 사는 것의 이치를 실천했다.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꾼 율곡의 마음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과거의 사람을 만나고 그가 지은 책을 읽는다. 역사를 알아야 하는 것은 오늘을 살수 있는 당위가 된다. 율곡의 삶과 글을 통해 우리는 매 순간 최선의 마음과 실천하는 행동력을 가져야 함을 배울 수 있다. 남 탓을 하지 말고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것. 바람 소리를 듣고 구름의 방향을 보는 것. 사소한 오늘은 어제의 마음과 다짐으로 만들어졌음을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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