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밀레니엄 (문학동네)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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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연휴를 가진 당신에게 그러니까 듣도 보도 못한 달력의 빨간색 한 줄을 얻은 우리에게 한 편의 소설을 추천한다면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시리즈를 던져주겠다. 베개로도 손색없을 두께를 가진 밀레니엄 시리즈를 손에 들고 긴 시간을 맞이할 당신을 상상하는 것이 즐겁다. 장담하건대 이 책을 읽다가 잠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음 장이 궁금해서 한자리에서 다섯 시간은 꼼짝 않고 읽어낼 것이다. 아침은 낮으로 저녁으로 새벽으로 다시 아침으로 당신의 시간은 바뀐다. 놀라운 일이 펼쳐진다. 미카엘과 리스벨트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우리는 이상한 조합의 두 인물을 사랑하게 된다. 
  예전에 나왔던 밀레니엄 시리즈를 감각적인 표지로 옷을 바꾸어 새롭게 출간되었다. 책들을 모으면 반짝이는 홀로그램의 밀레니엄 글자가 연결된다. 책 한 줄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한탄했던 우리들, 지금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자. 달려가기 싫은 그대들에게는 전자책을 추천한다. 구매 즉시 다운로드해 읽을 수 있고 배송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홀로그램 글자들은 전자책 리더기의 프론트 라이트를 조절하면 다채로운 색감을 얻을 수 있다. 흑백이라고 무시하지 마시라. 어둠에도 다양성은 존재한다.
  시리즈의 시작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첫 장을 펼치는 순간 마법은 시작된다. 헨리크 방에르는 매년 자신의 생일날 압화 액자를 선물 받는다. 그 선물의 시작은 자신의 조카 딸 하리에트이다. 가문에서 가장 영리하고 단정한 성품을 가진 하리에트는 1966년 9월 22일, 실종되었다. 그날은 어린이날을 앞두고 헤데스타드에서 퍼레이드가 열렸다. 하리에트는 그 퍼레이드에 친구들과 구경을 갔고 그녀가 집으로 돌아온 몇 분 후 오후 2시 15분 다리 위에서 유조차를 들이 박는 사고가 벌어졌다. 다리 위가 아수라장이 되고 마을과 섬의 연결이 끊어졌다. 하리에트는 그날 삼촌 헨리크에게 무언가 말하려고 했고 그 이후 사고가 벌어졌다. 모든 사람들이 다리 위의 사고 현장으로 몰려들었다. 사고가 수습된 다음날 하리에트가 집안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가족과 마을 사람들은 수색에 들어간다. 
  미카엘은 자신의 친구가 오프 더 레코드로 말해준 사실들에 경악한다. 벤네스트룀이라는 기업가가 행했던 일들에 주목하고 그를 폭로하는 기사를 쓰지만 법정에서 명예훼손죄라는 판결을 받는다. 경제 전문 기자로서 <밀레니엄> 공동 사주로서 자존심에 타격을 받은 미카엘은 제안을 받는다. 벤네르스트룀의 방해 때문에 광고주를 잃은 <밀레니엄>에서 물러나 있기로 한다. 그런 미카엘에게 헨리크의 변호사의 전화가 걸려온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스웨덴의 경제를 이끌었던 방에르 기업의 총수였던 헨리크를 만나달라는 것이다. 
  헨리크는 어린 시절의 미카엘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미카엘의 부모가 방에르 가문에서 잠시 일을 했고 사라진 조카 하리에트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다는 것이다. 헨리크는 하리에트의 실종과 관련 있을 자신의 가문 이야기를 헨리크의 회고록 형식으로 써줄 것을 부탁한다. 자신이 그동안 모은 하리에트의 사건들의 기록을 보여 주고 작은 단서라도 찾아내도 좋으니 실종 사건을 새로운 관점으로 수사해 달라고 한다. 미카엘이 의뢰를 받아들이면 그에게 명예훼손죄를 안겨준 벤네르스트룀을 옭아 맬 자료를 주겠다는 제안도 한다. 미카엘은 고민 끝에 헤데스타드 마을로 들어가 방에르 가문의 연대기를 쓰기 시작한다. 
  리스벨트는 법적 후견인이 존재한다. 보안회사 '밀톤 시큐리티'에서 일을 하는 평범한 여성으로 보이지만 그녀의 내면은 다른 사람이 짐작할 수 없는 불안과 세상을 향한 혐오로 가득 차 있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타인과 교류를 거부한 그녀에게 스웨덴 법원은 혼자서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후견인을 둘 것을 명령한다. 그녀가 사회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을 때가지 통장 거래나 취업 등 일상적인 것들을 변호사와 의논해야 한다. 리스벨트는 홀게르 팔름그렌이라는 인자한 변호사의 보호 아래 그럭저럭 일상을 살아간다. 회사에서는 독특한 존재로 여겨지지만 그녀의 놀라운 업무 능력을 파악한 대표 드라간의 배려로 프리랜서로서 조사 업무를 성실히 수행한다. 
  헨리크의 부탁으로 그의 변호사 디리크는 리스벨트에게 미카엘의 조사를 맡긴다. 그녀는 뛰어난 해커이기도 하다. 미카엘의 컴퓨터에 들어가 그의 자료를 빼내는 등 완벽한 조사 보고서를 제출한다. 미카엘의 컴퓨터를 해킹하는 일에서 저지른 사소한 실수 때문에 그녀와 미카엘이 만나게 된다.
  미카엘은 방대한 방에르 가문의 역사를 정리해 나간다. 하리에트가 실종된 날에 찍힌 사진을 우연히 넘겨 보다가 이상한 느낌에 사로 잡힌다. 그날 하리에트가 퍼레이드를 보다가 찍힌 사진에서 말이다. 사진을 찾아내고 방에르 가문에 얽힌 비밀들을 풀어 나간다. 자신을 뒷조사했던 리스벨트를 만나 조사원으로서 일해줄 것을 부탁하면서 이야기의 실마리가 풀려나간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미카엘이 겪은 명예훼손죄를 받은 사건과 헨리크가 의뢰한 하리에트 실종 사건으로 맞물려 돌아간다. 그날 다리 저편에서 방에르 가문의 사람들이 모든 혐의를 가진 범인으로서 존재하는 시간 속을 살고 있는 헨리크는 죽기 전 사건의 실체를 알고 싶어 한다. 미카엘과 리스벨트가 밝혀 가는 사건의 실체들은 경악스럽고 인간 본성의 추악함을 낱낱이 드러낸다.
  이 소설은 사건을 탐색하고 해결하는 추리 소설적인 구성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다른 지점에서 리스벨트라는 인물의 성장기를 다룬 소설이기도 한다. 여성으로서 리스벨트의 삶은 순탄치 않다. 학교생활에서의 따돌림과 괴롭힘, 정신 병원으로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새로운 변호사 닐스의 폭력들이 리스벨트를 어두운 심연 속으로 끌고 간다. 그녀 안의 놀라운 능력을 보지 못하는 타인들이 그녀에게 저지르는 무례함 들은 리스벨트가 누구와도 다정한 감정을 나누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든다. 리스벨트에게 서슴없이 다가오는 미카엘은 그녀를 세상 밖으로 끌고 나온다. 
  소설의 첫 장을 펼친 우리는 이상한 매력을 가진 두 인물을 만난다. 책장을 넘길수록 마주 보게 되는 진실 앞에서 경악한다. 미카엘과 리스베트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사건들은 계속된다. 작가가 3권을 출판사에 넘기고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했지만 그의 유족과 출판사가 다비드 라케르크란츠를 공식 작가로 지정해 시리즈를 이어가게 했다. 빨간색 한 줄을 얻은 우리에게 늘 내면에서는 빨간색의 숫자를 가지고 있을 당신에게 『밀레니엄』시리즈 1권,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선물한다. 리스벨트의 마음이 열리는 순간을 그 마음이 다시 닫히는 순간을 목격하면서 느끼는 안타까움을 2권인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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