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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만 - 월급사실주의 2026 ㅣ 월급사실주의
강보라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5월
평점 :




우연이겠지만 서류 몇 장을 받는 일이 끝나고서야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2026년 소설집 『재미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만』에 실린 첫 번째 소설 강보라의 「우리의 투어」를 읽었다. 총 네 장의 서류를 받기까지 지난한 기다림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언젠가 이 경험을 기억해서 소설로 써봐야지 혹은 리얼리즘 시로 써야지 결의를 다졌다.
「우리의 투어」에는 그동안 내가 겪은 일이 담겨 있었다. 그러니 나는 한 발 아니 두 발, 세 발 늦은 거다. 나만의 특수한 경험이라고 착각했다가 소설을 읽으면서 현실로 돌아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재미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만』에 실린 첫 번째 소설 강보라의 「우리의 투어」에 자세히 나온다. 나 대신 작가님이 수고를 맡아주셨다. 제가 다른 평행 우주에서 강 작가님을 만났던가요. 왜 이렇게 다 알고 계시죠?)
일 년을 넘게 기다렸는데 한 시간을 못 기다릴까. 좁은 의자에 앉아서 이름이 불릴 때까지 초조해서 또 얼굴이 뜨거워졌다. 조금만 긴장이 되거나 슬퍼지면 얼굴이 빨개진다. 그렇게 빨개진 얼굴로 서류에 이름을 적고 사인을 하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굽신거리는 게 성격이 된 것 같다. 살다 보니.
『재미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만』에 실린 소설들 전부 다 내 이야기 같아서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읽는내내 얼굴이 뜨거웠다. 예민한 얼굴을 잘 달래주면서 살아야 하니 피곤하다. 소설을 순서대로 읽지 않고 목차를 보고 흥미가 당기는 이야기를 먼저 읽었더니 처음 읽은 소설은 성혜령의 「퇴직금 돌려받기」였다. 퇴직금. 퇴직금. 퇴직금.
정신병 걸린 사람처럼 퇴직금이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쓴 이유는 「우리의 투어」에 자세히 나온다. 이쯤 되면 궁금해서라도 『재미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만』을 구매 혹은 대출해서 읽어보시겠죠. 안물안궁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서도요.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다. 내가 먼저 쓰려고 했는데. 강보라 작가님이 먼저 써버려서. 다시 「퇴직금 돌려받기」로 돌아가자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 나의 현재 상태를 대신 말해주고 있어서 또 놀라움으로 한가득.
책의 제목대로 일하면서 재미까지 바라는 건 욕심 맞다. 그럼에도 적어도 괴롭힘당하면서 일하고 싶지는 않다. 임금 체불은 노노노이고. 소박한 바람인데 바람으로만 남을 것 같아 두렵다.
-경희야. 나는 사려고 사는 것 같아. 자꾸 뭘 사고 있어. 어쩔 때는 택배가 왔는데 뭘 시켰는지 내가 모를 때도 있다.
-나 명품백 살까봐.
경희의 말에 지우가 멈칫하더니, 임실장의 가방을 손으로 가리켰다.
-아까 들어올 때 봤는데, 저거 뭐냐?
경희는 뜸을 들이다 말했다.
-나 명품백이 필요한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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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야, 가방 사. 백 개 사. 그게 뭐 별거라고. 그냥 카드 할부로 긁어.
지우가 목련을 가리키며 말했다.
-진짜 가지기 어려운 건 저런 거야. 저 주먹만한 목련꽃을 살 수 있겠어? 사서 주머니에 넣고 한 달 두 달 간직할 수 있겠냐고.
(『재미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만』, 박연준 「경희와 경희 아닌 것」中에서)
또 나는 열심히 하는 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출근 시간 한 시간 전에 미리 가 있다. 가방에서 오늘의 간식과 도시락을 꺼내 정리하고 칡차 티백을 우려내서 물을 마신다. 경희 엄마처럼 말이다. 여름 바지를 주문하고 홍당무 얼굴을 진정해 줄 크림을 찾아다니면서 일을 한다. (옷은 꼭 매장에서 소재를 만져보고 사자. 바지 구매 실패해서 개우울.)
앞으로 내 미래 따위 어떻게 될지 생각하는 것보다 15초 쇼츠마저도 힘겹게 보여주는 휴대전화를 바꿀지 말지 고민하는 게 미래지향이고 건설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휴대폰 사. 백 개 사. 그게 뭐 별거라고. 그냥 카드 할부로 긁어.
그러려면 신용카드부터 만들어야 하는데. 될까. 카드 할부로 사는 것도 권력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