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한 지옥에서 산다는 것 매일과 영원 7
김남숙 지음 / 민음사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떻게 하다 보니 매주 금요일 밤에 술을 마시게 되었다. 다른 요일에도 마셔볼까 시도해 보려다가 그만두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니 그러고서 일하러 가야 하니 술까지 마셔 버리면 이도 저도 안 되는 피곤한 하루를 보낼 상상을 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금요일 밤은 관대하다. 내일이 토요일이라서. 오늘 밤만은 뇌 빼고 내일에 대한 두려움 없이 마셔도 된다는 여유로움에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러니 이번 주 금요일에도 술을 마시겠지. 생각했겠지만. 이번 주 금요일은 안 마실 예정이다. 예정이라서 마시는 거 아니야 하겠지만 김남숙의 에세이 『가만한 지옥에서 산다는 것』을 읽고 큰 아니 작은 그것도 아닌 중간 크기의 깨달음을 얻었다. 김남숙은 소설가인데 나는 그의 소설을 한 편도 읽지 않고 에세이만 읽고. 언젠가는 소설도 읽겠지만 허름하게 누워서 읽은 『가만한 지옥에서 산다는 것』이 내 마음을 쓰윽 만지고 갔다는 것. 


『가만한 지옥에서 산다는 것』을 읽은 독자들은 유추가 되겠지만 그는 술을 꽤 즐겨 하는 사람인 듯하다. 글의 시작부터 자신을 새해 인간이라고 밝히면서 여전히 술을 마신다고 했으니까. 중간에 가서도 끝에 다다라서도 술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잠을 잘 못 자고 사람들을 자주 만나지만 공허함을 이기지는 못하는. 소설가와 생활인의 자아가 충돌하면서 요즘의 나처럼 황동만(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의 울다가 잘 웃는 유쾌한 주인공)처럼 불안을 친구 삼아 사는 듯하다. 그래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유추이자 추측. 


소설가가 되었지만 생활을 해야 하니 일을 다닌다. 치과에서 근무하기도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가방에는 책 한 권씩을 가지고 다닌다. 꼭 나 같네. 전부 읽지는 못하지만 가방에 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문학을 놓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연체 문자와 독촉 전화를 받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여기는 지옥이다. 가만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모두 죽는다는 것. 그러니 더 이상 불안해하지도 애를 쓸 필요도 슬퍼할 필요도 없다. 미지(드라마《미지의 서울》에 나오는 고졸에 서른, 백수이기도 한 주인공)의 할머니가 울고 있는 미지에게 해주는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알 수 없다는 말을 되뇐다. 매일 같이 술을 마시고 다음날 숙취를 껴안고 일어나는 게 불안을 이길 수 있다면 그렇다면 소설가의 하루로써 어쩔 도리가 없다는 말이다. 그냥 그래도 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부디 이런 오늘이 최선이었기를 바라는 것도. 술을 그만 마셔야 소설을 쓰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이 살짝 있지만 많이 먹고 많이 취해서 많이 괴로워봐야 그만해야지 깨닫는 거다. 평일에는 장시간의 노동 때문에 책을 읽기 힘들어 책을 사는 걸로 문학하고 싶은 마음을 달랜다. 성공은 바라지도 않지. 애초에 그딴 게 나한테 올 리가 없으니까. 동만이의 말처럼 불안하지 않게 사는 거. 가만한 지옥에서의 유일한 소망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