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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즈
무라야마 유카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2월
평점 :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의 주인공 황동만은 20년째에 영화감독 준비 중이다. 대 여섯 편의 시나리오를 썼으며 그 사이 자신이 속해 있는 8인회 멤버들은 감독 데뷔를 하거나 꽤 괜찮은 직장에 다니고 있다. 동만만 그러고 있다. 그러고 있다는 건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는 뜻. 시나리오 작가도 감독도 되지 못한 채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소설 『프라이즈』의 주인공 아모 카인은 좀 다르다. 신인작품상 수상 이후 소설만 썼다 하면 초판 5만 부를 기본으로 찍는 인기 작가이다. 어느덧 그의 목표는 나오키상. 매번 작품 후보에 올랐지만 최종심에서 미끄러진다. 초판 5만 부를 찍는다는 건 대중성을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어째 나오키상(작품의 대중성에 무게를 두는 상으로)만 받지 못하고 있다.
황동만과 아모 카인은 무엇으로부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드는 걸까.
동만은 한 번뿐이어도 좋으니 감독 데뷔를 하는 것으로. 아모 카인은 나오키상을 받는 것으로. 허구의 두 인물이 내게 물어온다. 그렇다면 너는 너의 가치를 아느냐고. 가치를 증명하려 드는 것은 이미 나라는 존재를 한 번 인정했다는 뜻이다. 나는 나의 존재 가치조차 잘 모르겠다. 달력에 출판사 이름과 괄호 안에 편수를 적어 놓는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 지 오래인데. 문학동네(10). 이런 식으로.
『프라이즈』의 인기 작가 아모 카인에게는 미안하지만 참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이런 생각이 내내 들었다. 인기 작가라고 거들먹거리고 나오키상 수상 발표 날에는 관계자들을 불러 놓고 긴장감을 조성하고 서점 사인회에서는 펜이 잘 나오지 않는다며 까탈을 부리고. 소설이니까 이렇게 썼겠지 보다 이런 작가들이 있으니까 썼을 거야 사실에 기반한 것이겠구나 생각이 들면서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 작가도 인간이니까 어쩔 수 없겠지. 작품으로만 만나야지. 실망은 내 몫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 해도 작품으로 갖게된 작가에 대한 호감을 무너뜨리고 싶진 않다. 『프라이즈』는 이런 점에서 다르다. 작가와 작품상, 출판사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일본 문학계라고 해도 나라만 다를 뿐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게끔 신랄하다. 출판계의 환상을 자근자근 밟아준다.
아모 카인 옆에 그를 흠모하는 편집자 오자와 히치로 역시 흥미로운 인간이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건 기본이고 너무 열심히 해서 주변에서 말릴 정도이다. 이런 점이 『프라이즈』의 후반부에 가서 흥미로운 지점으로 발휘된다. 책의 두께에 압도되었지만 읽는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아모 카인이 나오키상을 받을까 말까의 쫄깃한 긴장감 때문에.
감독 데뷔를 하고 나오키상을 받으면 가치로워질까. 잘 모르겠다. 작가 데뷔도 하고 작품상을 받아 봐야 그건 알 것 같다. 무가치함의 끝에서(가치가 없어도 좋다는 뜻이겠지?) 빛나는 진실을 건져 올릴 거야.(무가치 함의 끝에는 빛나는 진실이 있으니 너의 무가치함을 끝까지 끌고 가라는 거 아닐까.) 동만의 말처럼 가치 없음에 의의를 가지고 살아가면서 500원이라도 줍는 일로 기분을 바꾸며 살아가면 된다, 된다, 된다.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