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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컨시어지
쓰무라 기쿠코 지음, 이정민 옮김 / 리드비 / 2026년 2월
평점 :





지구 종말을 꿈꾸며 새로 나온 책을 훑어보던 중이었다. 어머 이건 사야 해라는 작가의 책이 있다. 쓰무라 기쿠코도 그중 한 명이다. 옴마마. 신간이 언제 나왔대. 나한테 말도 안 하고. 잠깐 기분이 반짝였다. 장바구니에 담고 야금야금 모아 놓은 쿠폰을 써서 구매 완료. 돈 쓸 때만 활기가 돈다. (으이구. 일할 때 그랬으면. 슬퍼서 뒤의 말은 쓰지 않겠다.)
쓰무라 기쿠코의 신작 『거짓말 컨시어지』를 읽기를 고대했다. 쉬는 날에 읽어야지 했지만 쉬는 날에 밥 먹고 누워만 있었다. 그래도 책을 읽을 거라고 집 안에서 책을 들고만 다닌 나. 귀여운 캐릭터가 한가득 있는 표지를 보면서 읽어야지 마음으로만 되뇐 나. 책의 띠지에 "그렇게 우리는 잠깐의 거짓말로 하루를 건넌다."라는 문장을 소리 내어 읽는 나.
이런 나의 마음이 모여 『거짓말 컨시어지』를 읽게 만들었다. 지구 종말은 아직인 것 같으니 책을 읽으며 오늘을 건너가보자. 상실한 인류애를 책으로 보충한다. 볼거리가 그득그득했지만 『거짓말 컨시어지』를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계속 읽고 싶어서 꾸벅꾸벅 졸면서도 읽었다. 쓰무라 기쿠코는 일하는 사람의 감각을 탁월하게 그려낸다.
일하느라 예민한 상황에서 느끼는 기분을(설명할 수 없는 그런 기분을) 봐봐 이런 느낌이었지 하는 말투로 설명해 준다. 맞아맞아. 정말 그랬다니까. 『거짓말 컨시어지』에 실린 열한 편의 단편은 일하며 일로써 만난 사람들이 등장한다. 키워드로 『거짓말 컨시어지』를 설명한다면 #직장 #스트레스 #인간관계 #거짓말 #오늘도 인류애 상실 #나 빼고 다, 어때요? 읽고 싶죠?
업무 휴식 시간에 나와 접시를 깨는 직원. 처음으로 자신의 생일을 챙기는 카페 직원. 투잡을 하고 돌아와 만화를 그리는 병원 수납 직원. 거짓말을 해달라는 의뢰를 받는 직원. 이런 직원들 때문에 『거짓말 컨시어지』를 읽으며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나는 못 하지만 당신들은 해줄 수 있죠의 기분이다. 타인의 눈을 신경 쓰지 않으며 꿋꿋이 나의 오늘을 살아내는 인물들의 응원은 덤이다.
이 정도의 나이를 먹었으면 지혜롭고 현명해질 줄 알았다. 하루하루 살아보니 쓸데없이 나이만 먹은 한심하고 부끄러운 어른이 되었다. 어디 가서 이 나이라고 하기에 창피할 정도로 매일 실수투성이다. 『거짓말 컨시어지』는 실수투성이 어른이라도 오늘을 사는 나에게 힘을 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지구 종말의 소원은 속으로만 생각하기. 소설 속 인물이 튀어나와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일 그게 뭐라고. 일 그거 좀 잘한다고 사람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 거냐. 농담이라고 던진 말에 개구리는 맞아서 죽습니다. 반말할 건지 존댓말 할 건지. 반말했다가 존댓말 했다가. 단어 뜻을 물어보며 갈구는데 내가 국어사전이냐. 무시하는 것도 가지가지다, 증말. 나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이렇게 써놓고 보면 『거짓말 컨시어지』랑 무슨 상관관계가 있겠냐고 하실 테지만 아주 약간의 관계성이 존재하거든요. 『거짓말 컨시어지』를 읽어보면 알 수도 있답니다. 읽어봐도 모르겠다고요? 무릇 책이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말할 수 있는 대나무숲이란 말입죠. 나의 억울함과 슬픔을 책에 대고 하소연하는 거랍니다.
내가 오늘 진짜 어이가 털려서 말이야. 그게 나한테 할 소리야?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아름다운 끝을 보기 위해서 거짓말하겠지. 거기 계단 조심하세요라고. 실은. 계단에서 너를...
거짓말이 필요한 이유다. 사람으로 남기 위해서. 『거짓말 컨시어지』 만만세. (이 맥락 없는 끝은 뭘까. 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