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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녀의 것
김혜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평점 :




새벽의 피부과 대기실에서 읽은 두 번째 책은 김혜진의 『오직 그녀의 것』이다. 스스럼없이 말을 거는 청소부는 이번엔 과자 하나를 내게 주었다. 옆 병원의 청소부가 일을 끝내고 수다에 참여했다. 새벽잠을 포기하고 일을 하는 청소부들의 수다 속에서 묵묵히 편집자 일을 하는 주인공 홍석주의 이야기가 내 안에서 퍼져 나갔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일을 하는 건 이제는 대단하고 경이롭다는 단어로도 치켜세우기 힘들다는 감정을 느낀다.
그만큼 일은 어렵고 슬프고 화가 나는 것이라서.
얼굴은 여전히 붉고 가렵고 거울이라는 사물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많이 좋아졌다는 의사의 말을 믿지 않는다. (여전히 내 얼굴은.) 원인이 뭘까 찾아가다가 일을 하고 있어서 인가하는 엉뚱한 답에 도달했다. 아이러니. 일을 하지 못할 때는 일하고 싶고 일하고 있을 때는 일하기 싫어서 어리석은 질문과 답을 해대는. 나이만 먹었다고 어른이 된 게 아니듯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노동자가 아니다. (그냥 견디는 사람.)
『오직 그녀의 것』을 청소부들 사이에서 틈틈이 읽다가 진료를 보기 위해 모여든 환자들 사이에서 대놓고 읽다가 점점 주인공 홍석주의 이야기에 몰입했다. 지방대학 사학과에 다니던 홍석주는 '새벽'이라는 동아리에 가입해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감상을 나눈다. 정작 자신의 글은 발표하지 않는다. 국문과 모임에 사학과인 자신의 글이 형편없이 느껴질까 봐. 그러다 한 선배로부터 국문과 강의를 들어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때부터 홍석주는 문학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청강생이 되어 국문과 수업을 듣는다. 선생님이 되라는 부모의 기대를 버린 채 반백수 생활 끝에 교한서가에 교열자로 취직했다. 새삼 소설의 제목 『오직 그녀의 것』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교열자에서 편집자로 홍석주는 자리를 옮긴다. 출판사를 옮기고 그곳에서 오랫동안 다시 편집자 일을 한다.
홍석주를 수식하는 단어를 찾다가 '묵묵함'을 그 옆에 놓아준다. 일이 서투르다는 것 때문에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까지 남아서 낮의 실수를 지식으로 채운다. 그런 열의는 자신이 하는 일을 진정으로 좋아하고 아끼면나온다. 제목의 의미는 그 일은 오직 그녀의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만큼 홍석주는 책을 좋아한다. 경애의 마음을 넘어선다.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을 홍석주는 오랜 시간 해낸다.
홍석주는 첫 직장의 면접에서 들었던 말을 면접관이 되어서 질문한다. 노력에 비해 성과는 더디고 보람만 있는 이 일을 하려면 그것을 좋아해야 한다는 걸 홍석주는 깨닫게 되었다. 책을 감싼 띠지는 책을 읽는 내내 책갈피가 되었다가 책을 다 읽은 후엔 모으지 않고 버린다. 어쩐지 차마 『오직 그녀의 것』의 띠지는 버릴 수 없어 머리맡에 놓아두었다.
그 질문이 있어서.
그 질문에 답을 매일 해보고 싶어서.
누군가를 이해하기보다는 나를 이해하고 싶어서 책을 읽는다는 느낌이다. 원래는 이해되지 않는 세상이나 타인을 이해하고 싶어서였는데. 지금은 바뀌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나의 내면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책이 필요하다. 쉽게 도움을 답을 구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의 나를 알아봐 주는 용도로 쓰고 싶다. 나의 머뭇거림과 나의 불안을 나의 상황을 『오직 그녀의 것』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슬픈 세계에서 책을 만난다. 오직 나만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