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김의경 외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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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맞닿아 있는 소설을 읽는 일은 즐겁다. 고된 업무로 온몸이 절여진 듯한 기분에도 현실에 충실한 소설이라면 읽을 수 있다. 소설의 상황이 내가 겪은 상황 같고 소설의 인물이 나와 비슷한 처지의 인물 같아서 이입이 잘 된다.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소설 모음집을 좋아한다, 이러한 점에서. 집을 주제로 한 세 번째 기획 소설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가 나왔을 때 망설이지 않고 구매했다. 


제목만 보고 샀는데 사고 나서야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소설 모음집이라는 걸 알았다. 제목을 잘 뽑았다, 그러한 점에서. 다섯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모두 집에 대해 말한다. 캣맘 자매의 집 구하기 이야기(「애완동물 사육 불가」부터 빌라 전세 사기를 당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마빈 히메이어 씨의 이상한 가게」로 넘어가면서 소설 속에서 펼쳐 놓는 가혹한 현실 때문에 압도 당한다. 어쩔 땐 많이 불안하고 어쩔 땐 조금 불안한, 늘 불안이 기본값인 상황에서 말이다. 


비단 집이 없어서 일 수도 있지만 삶은 매일이 어렵고 불편하다. 가만히 있는데도 물벼락을 맞아 온몸이 축축해 어쩔 줄 모르는 상황일 수도 있다. 괜찮아요? 말을 건네주는 사람이 없다.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비참한 기분이 드는 한 주에 월, 화, 수, 목, 금(소설이 다섯 편이니까)에 한 편씩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소설 속 인물들의 공통점은 집을 원한다는 거다. 펜트하우스나 큰 평수의 집 말고 나와 내 반려동물과 내 짐을 들일 수 있는 나만의 공간. 요즘 시대에 그건 특별함을 바라는 거라는 소리는 하지 말자. 입고 먹고 사는 것은 기본이란다. 이 기본이 이제는 특별해졌겠지만 그래도 우리 기본은 지키면서 지켜주면서 살아가자.


정명섭은 작가노트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게 '여러분의 잘못이나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말로 위로를 건넨다. 그가 쓴 『평수의 그림자』는 어느 날 사람의 그림자가 그 사람이 사는 집의 그림자로 보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발상의 기발함 뒤에 피해를 당한 사람을 위로하는 마음까지 시간을 들여 소설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라는 끝도 없이 자기 자신을 구렁텅이로 밀어내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 암담함을 그린 정진영의 『밀어내기』 역시 읽고 나면 마음이 스산해진다. 최선의 선택이었음에도 지금의 상황 때문에 잘못된 선택이라고 자책하게 만든다. 후회가 남지만 삶은 끝나지 않았기에 끌고서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섯 편의 소설이 실렸다고 하는데 이 리뷰에서는 네 편의 이야기만을 다뤘다. 마지막 한 편 최유안의 「베이트 볼」의 정보는 아껴 두겠다. 이 또한 집 한 채에 담긴 서글픈 시절을 다뤘다. 우리 집은 진정 우리 집이 될 수 있을까.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는 우리 집이란 무엇일까를 묻는다. 각자의 대답은 다르겠지만 공통된 마음은 어찌 됐든 우리 집 한 채 있으면 좋겠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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