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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 낯선 경험으로 힘차게 향하는 지금 이 순간
조승리 지음 / 세미콜론 / 2025년 4월
평점 :




알람 없이 일어나는 아침, 차가운 커피 한 잔, 어제 사서 읽으려고 놓아둔 신간, 햇빛에 말라가는 하얀 티셔츠, 앙증맞은 표정의 카카오 프렌즈 공식 귀염둥이 춘식이, 장바구니에 담아둔 음료들, 매일 하나씩 물건 비우기, 해피아워라고 할인하는 빵. 하루를 살아낼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것들의 목록. 이런 것들을 숙제하듯 계속 생각해낼 필요가 있다.
지랄맞음이 쌓이면 축제가 된다는 작가 조승리는 새로운 에세이집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을 들고 찾아왔다. 어떻게든 살고 살아갈 것이라는 응원의 말을 책을 통해 전한다. 빛과 어둠만이 구분되는 전맹이지만 그녀는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려고 한다. 친구들을 모으고 동행 보조인을 찾아서 여행을 계획한다. 그리고 실행에 옮긴다.
어디든 갈 수 있음에도 어디든 가지 않은 나를 반성하게 한다. 돈을 모으면 시간이 되면 상황이 허락하면이라는 수많은 가정을 갖다 붙이는 게으른 나를 말이다. 청소하다가 책꽂이에 꽂힌 감사 일기장을 발견했다. 이런 건 또 언제 사두고 잊어버렸을까. 감사한 일/감사한 말/감사한 사람을 적을 수 있는데 아직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을 읽으면서 깨닫는다. 내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에. 한글을 안다는 것에. 고마워해야 함을.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한글을 배울 수 있도록 엄마는 나를 웅변학원에 데리고 갔다. 그곳에서 글을 배우고 남 앞에 서서 떨지 않고 말을 할 수 있었다. 엄마 덕분이다. 엄마가 없었으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거다.
열심히 살았던 건 잘못이 아니다. 삶은 잘못으로 이루어진다는 걸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서야 알았다.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건 후회를 하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다. 가장 쓸모없는 감정은 후회다.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은 지난날의 후회를 미래를 살 수 있는 동력으로 바꾼다. 그때의 내가 한 말과 행동을 복기하고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싶을 때,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의 씩씩한 사람이 보고 있을 검은 불꽃을 떠올리면 된다. 어떻게 보이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너의 방식대로 걸어가면 돼. 정답은 없어. 괜찮지 않음에 실의에 빠져 있기 보다 오늘을 생각하자. 배가 고프니 밥을 먹고 몸을 씻자. 잘못된 삶이어도 남아 있는 삶에 감사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