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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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애순은 태풍이 오는 날 동명이를 잃는다. 죽은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절규한다. 그 이후 상심에 젖어 있던 애순은 둘째 아들 은명이의 말로 다시 살 힘을 찾는다. 도통 애순에게 말을 걸지 않는 은명이. 엄마가 애기 안 데리고 와서 화났어. 묻는다. 은명은 자신 때문에 동명이가 죽었다고 말을 꺼낸다. 


유독 그 대사가 사무쳤다. 엄마가 애기 안 데리고 와서. 애기. 애기. 드라마는 제주도에 사는 요망진 반항아 애순과 무쇠 관식의 삶을 사계절의 아름다움으로 풀어낸다. 좋은 날도 슬픈 날도 있다. 막내 동명이가 갑자기 떠나고 애순과 관식은 실의에 잠기지만 남은 자식들을 생각하면서 마냥 슬퍼하지만은 않는다. 다시 살아가야 한다.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경하와 인선의 목소리로 제주 4·3 사건을 이야기한다. 광주의 그날들을 소설로 쓰고 나서 헐어버린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살아가는 경하와 만주와 베트남을 겪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으며 제주도에서 목수 일을 하는 인선. 두 여성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제주의 고통을 지금 여기로 펼쳐 놓는다.


그 섬에는 바람이 나무가 새가 숲이 사람이 있었다. 서로를 사랑하고 애틋해 하면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었다. 이제 막 태어난 애기를 예뻐하면서 막내를 귀여워하면서 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나. 아직 말도 하지 못하는 애기를. 친척 집에 간 언니를 기다리는 막내를. 눈앞에서 죽음을 목격하고 사랑하는 가족의 생사를 알지 못하고도 살아 남은 자들은 살아가야 했다. 


살아남는 게 중요한가. 


살아가는 게 중요한가. 


애순이 죽은 동명이를 끌어안고 오열할 때 그 섬의 바다도 함께 울었다. 바다가 애기를 데려갔는데도 바다에 기대어 살아갔다. 인선의 부모님이 겪어야 했던 죽음에 애기와 막내가 있었다. 애기라는 말에 내내 마음이 아렸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는 동안과 읽고 나서 한참이나 가슴을 쓰다듬어야 했다. 고통을 느껴야 살 수 있다는 인선의 오늘.


왜 이렇게 슬픈 일들만 일어날까. 슬픔 또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걸까. 아프고 슬퍼야 살 수 있다는 건데. 도저히 힘을 낼 수 없을 때 나의 힘만으로는 오늘을 버텨낼 수 없을 때 미안한데 죽은 자들을 떠올린다. 견딜 수 없음에 내가 서 있을 때 나의 손을 잡고 웃을 수 있음으로 데리고 와준다. 


내내 작별하지 않은 채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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