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죽지 않는다 - 무엇을 생각하든, 생각과는 다른 당신의 이야기
홍영아 지음 / 어떤책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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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한 주제를 다룬 책 『그렇게 죽지 않는다』를 읽는 동안 여러 가지 감정이 몰려왔다가 사라졌다. 다른 주제도 아닌 죽음을 이야기하니 내내 슬프면 어쩌지 걱정했다. 책을 읽어가는 동안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는 걸 깨달았다. 슬픔보다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어 기꺼운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20년 넘게 방송 작가로 일했던 저자의 경력답게 『그렇게 죽지 않는다』는 다채로운 입말로 가독성을 높인다. 


책의 주제 분류를 보니 인문학, 인문 에세이, 철학 일반, 교양 철학으로 되어 있다. 자의적으로 분류를 하나 더 넣자면 웃픈 에세이는 어떨지. 일하다가 탈출구로(진짜 탈출할 순 없으니. 딴짓으로라도 탈출을. 언젠가 탈출하기를 바란다, 제발) 서평 기사를 읽다가 알게 된 『그렇게 죽지 않는다』였다. 그렇게 죽지 않으면 어떻게 죽을까. 흔히 알고 겪은 죽음의 순간은 그게 아니었던 걸까. 책을 읽어가다 보면 우리가 오해하고 있던 죽음의 장면들에 다가설 수 있다. 


한국인 10명 중 3명은 암으로 죽는다. 말기암 환자들 대부분이 죽기 직전에 자신이 평생 쓴 의료비보다 2배 많은 돈을 쓴다. 항암제 복용도 다른 나라보다 3배나 많다. 말기암을 '초기암은 아닌 상태'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말기암은 치료가 아닌 '임종기암'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람들은 죽음 앞에서 단 1퍼센트의 소생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적극적인 치료를 한다. 


그렇게 될 때 환자와 가족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렇게 죽지 않는다』는 말기암 환자들의 사례와 요양병원 의사, 장례지도사, 암 전문의, 중환자실 간호사들의 면담을 통해 그렇게 죽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시종일관 유쾌하게 한다. 유쾌라니. 죽음을 이야기하는데 유쾌라니. 다소 불경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죽음 역시 삶의 한순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알고 나면 무섭거나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렵고 난해해서 중간에 책을 덮으면 어쩌지 했던 근심은 온데간데없다. 한 번 책을 잡으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깊은 밤이 될 때까지 책을 읽게 된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한순간이다. 저자 홍경아는 유쾌한 어조로 가다가도 시크한 분위기로 우리는 그렇게 죽지 않는다고 오해를 바로잡는다. 


죽음에 빚지지 않은 자가 없다. 살아 있는 건 살아 있다고 착각하는 건 아닐까. 여기는 천국 아니면 지옥이고 드디어 죽게 되어 다음 세계로 간다면 그 세계에서 나는 처음 살게 되는 것이라고 황당한 소리를 해본다. 삶이 너무 슬프고 견디기 어려워 먼저 떠나간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이런 위로라도 해야 버텨진다. 방송에서 미화하는 죽음이 아닌 날것의 죽음이 『그렇게 죽지 않는다』에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만 집착했다면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를 고찰해 볼 수 있다. 연명 치료는 하지 않고 연말이 끝나기 전에 죽어야 납골당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면 납골당 안치를 거부하고 고독사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상조 보험은 들지 않는다. 이미 죽어버렸는데 죽은 후를 걱정하는 바보가 되지는 않겠다. 그렇게 말고 이렇게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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