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온 여름 소설Q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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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레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본다. 새삼스레 가족의 뜻을 찾아보았다. 품사는 명사이고 뜻은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진다.'라고 네이버 어학사전이 알려준다. 그러면 다시 뜻을 음미해 본다.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다,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루어진단 말이지. 음. 그래. 그래.


그래그래 하다가도 뭐가 그래라는 반발심 내지는 의문이 든다. 그 어느 것 하나에도 해당하지 않아 자격지심이 올라오는 걸까. 결혼을 해서 남편이 있고 아이가 있다는 걸 은연중에 뻐기고 가족애를 드러내는 것에 마음이 꼬여서 일까. 가족이라는 말은 폭력으로 다가온다. 마음을 때리는. 마음이 맞아서 아픈. 그래서 다시 가족의 유의어인 식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식구라면 괜찮지 않을까. 한 집에 살면서 혹은 한 조직에 속하면서 끼니를 같이 하고 함께 일을 하는 식구라면 마음이 덜 아플 것 같다. 요즘엔 유사가족이라는 말도 유행하지 않는가. 전부 내 마음이 꼬이고 몸이 가난을 기억해서 이런 것 같다. 가족보다는 식구나 유사가족에 마음이 가는 게. 성해나의 소설 『두고 온 여름』을 천천히 읽어 나가면서 나의 잘못과 나의 부주의함을 떠올린다. 


소설은 내가 두고 온 계절의 기억을 데리고 온다. 사진관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기하에게 어느 날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한다. 새어머니와 그가 데리고 온 동생 재하. 기하는 그들의 출연에 당황하고 불편해한다. 이제부터 우리가 너의 가족이란다. 기하는 새어머니와 재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른 채 지낸다. 자신의 말과 행동이 그들에게 상처가 되는지 그때는 알지 못한 채.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새로 생겼지만 기하는 그들을 자신의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여덟 살 어린 동생 재하를 대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무턱대고 애정을 줄 수도 매몰차게 차가움을 표현할 수도 없어 미지근한 온도로 대한다. 그 적정의 온도가 상대에게는 가장 춥고 시린 온도인지 자각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두고 온 여름』의 정서는 이상한 그리움이다. 그때는 틀린 게 아닌 그때는 몰랐던 것이다. 지금은 맞은 게 아니고 지금은 깨닫게 된 것이다. 


서로를 가족이라고 부르자 했지만 그때는 그걸로 상처를 받았다. 지금은 그때의 가족이 최선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두고 온 여름』은 말한다. 처음으로 가족 나들이를 떠난 날 기하는 '아무것도 두고 온 게 없는데 무언가 잃어버린 기분'을 느낀다. 그날 그 여름에 기하는 아무것도 두고 온 것이 없다고 했지만 서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었던 시간을 두고 나왔다. 


시간이 지난 후 기하와 재하는 그 시절을 복기하면서 자책하지 않는다. 그때의 자신들의 어쩔 수 없음에 어리숙한 자신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보이지 않는 결핍의 상처가 어린 자신들을 웃지 못하게 했다. 두고 온 건 그것이다. 가장 크게 웃을 수 있었던 유년을 데리고 오지 못했다. 대신에 기하와 재하가 가지고 나온 건 대책 없이 비관할 수밖에 없을 어른의 미래였다. 


읽고 나면 마음이 아리는 소설 『두고 온 여름』을 나의 시절과 기억으로 보낸다. 잘 있었니. 나는 그래 잘 있으려고 해. 담담히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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