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왕 형제의 모험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장편동화 재미있다! 세계명작 4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김경희 옮김, 일론 비클란드 그림 / 창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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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크게 아팠을 때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고통스러울 바에야 차라리. 단순 감기 몸살인 줄 알았는데 입원을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감기약만 먹고 버틴 내가 바보 같았습니다. 그렇게 크게 아픈 적이 없었기에 나의 몸 상태에 무지했습니다. 고열이 나야 하는 게 맞는데 감기약을 많이 먹어 열은 나지 않고 통증만 심했습니다. 의사도 의아해하면서 어떻게 참았는지 내처 물었습니다.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건 무서운 일이었습니다. 주사와 항생제를 번갈아 맞으며 열이 떨어지기를 기다렸습니다. 다인실의 밤은 불편했습니다. 이불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내지 않아야 할 만큼 조용했고 어떤 이는 코를 골면서도 잘 잤습니다. 그 밤에 나는 죽은 이들을 떠올렸습니다. 죽음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일지도 모릅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아픈 소년 스코르판이 자신의 형을 소개하면서 시작합니다. 칼이라는 이름이 있는 데도 형 요나탄은 자신의 동생을 '딱딱하게 구운 과자'라는 뜻의 스코르판으로 부릅니다. 그만큼 요나탄은 칼을 귀여워해하지요. 칼은 아파서 매일 부엌의 낡은 침대 의자에 누워 시간을 보냅니다. 학교도 밖으로도 나가지 못한 채로요. 다정한 형 요나탄은 그런 동생을 위해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죽음이 두려운 칼에게 요나탄은 죽으면 땅속에 묻히는 게 아닌 이 우주 어딘가에 있는 낭기열라로 떠나게 된다고 말해줍니다. 그곳에 가면 모닥불을 피우고 다정한 사람들과 함께 살수 있다고 칼을 달래줍니다. 죽으면 끝이 아니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시작하자마자 죽음에 대해 들려줍니다. 우리 어린 시절에 다들 한 번씩은 아픈 적이 있었지요. 학교에도 가지 못한 채 방에 누워서 앓았던 적이요. 그때 병원에 가도 특별한 병명이 없어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도 없었지요. 


지금도 그렇게 아팠지만 어른이 되었기에 정확한 병명이 있고 치료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시절 느꼈던 죽음의 공포는 여전합니다. 대체 죽은 사람들은 어디에 가 있는 걸까. 고통 속에서 벗어났으니 그걸로 만족한 걸까. 아니야. 지구에서의 삶이 너무 힘들고 아팠으니 다른 세계로 가서 행복하게 지내면 어떨까.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그런 바람을 실현해 주는 책입니다. 


아파서 내내 누워 있는 동생에게 형은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을 잊게 해줍니다. 우주 어딘가에 있는 낭기열라로 가서 만나자고.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왜 이제야 읽게 된 것일까요. 건강한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를 들으며 누워 있는 제게 낭기열라라든지 낭길리마, 텡일, 소피아 아주머니, 마티아스 할아버지 그리고 칼과 요나탄의 이야기가 있었으면 죽음의 악몽을 꾸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요.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특별한 책임에 틀림없습니다. 형제애로 가득한 이야기이면서 죽음을 이겨내고 새로운 세계에서 악당을 물리치는 모험은 아이도 어른에게도 필요합니다. 상실을 경험한 후에야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항상 곁에 있었기에 고마움을 잊고 살았습니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 커다란 공백이 생겨 우리를 가슴 아프게 합니다. 당분간은 아무것도 채울 수 없다는 마음입니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의 세계관이라면 그들은 우리만 남겨둔 채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낭기열라라는 우주 어딘가의 평화롭고 고요한 그러나 악당이 있는 그곳에서 다시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그들도 나도 언젠가 낭기열라에서 만나게 될 테니까요. 죽으면 끝이라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 『사자왕 형제의 모험』입니다. 아프고 힘들고 어려웠던 지구에서의 삶은 놓아두고 모험과 재미와 고요함과 평화로움이 동시에 공존하는 낭기열라에서 만나요. 낭기열라가 끝이 아닙니다. 새로운 세계가 또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너무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잠시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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