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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인생 3 - 언제나 그 자리에 ㅣ 오늘의 인생 3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새의노래 / 2024년 12월
평점 :
평소에 나는 사 먹지 않을 딸기 두 개(두 다라이? 두 대야?)를 사주었다. 커피도 두 번씩이나 그리고 아이스크림케이크까지. 오래 만나지 않았고 당분간은 만날 기약이 없으므로. 그런 인생. 나의 먹거리에는 돈을 아끼면서 누군가에게는 호기롭게 사주는 어느 하루. 대신 나는 사과를 샀다지요. 집으로 돌아와서는 한 페이지에 한 컷의 그림과 문장이 있는 동화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름을 알고 싶어』)
시간을 되돌려 어제저녁에는 집에 돌아와 정리를 하고 누워서 마스다 미리의 신작 만화 『오늘의 인생 3』을 읽었다. 책을 펼치니 귀여운 책갈피가 끼워져 있었다. 책이 잘못 온 건가. 나한테만 준 건가. 착각했지만 초판 한정 부록이란다. 아아 신나게 가져야지. 코로나로 마스크를 쓰면서 겪는 일상의 불편함과 소중함 그리고 다정함이 『오늘의 인생 3』에 있다.
붉은 전등 아래에서 『오늘의 인생 3』을 읽는 금요일 밤이란 이불을 덮지 않는 어깨는 시려웠지만 전기장판 위의 등은 따뜻해서 적정의 온도가 유지된다. 곧 다가올 성탄절에는 아이스크림케이크를 사서 파먹을 것이고 일출 보러 가는 건 혼잡할 것 때문에 빠른 포기를 하고 대신 일몰을 보러 가볼까 계획하는 금요일 오늘의 인생.
고민하지 않고 트레이에 빵을 담고 잘 샀다는 소비에 대한 칭찬을 받아서 이 기분은 무얼일까 잠시 고민한 목요일 오늘의 인생도 있었다. 하루하루는 소중해. 오늘은 어제 죽어간 자가 그토록 바라던 인생이다. 그러니 살아 있음에 감사해. 라고 들어서 의무처럼 하루를 소중하고 감사히 여겨야 하지만 슬픔과 절망이 간헐적으로 몰려올 때면 그마저도 잊어버린다. 그저 오늘을 지금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지.
『오늘의 인생 3』 속 오늘의 인생의 한 컷들, 카페에 앉아 음료를 먹고 지나가는 강아지를 귀여워하고 저녁에 먹을 디저트를 사러 가는 오늘의 인생을 보고 있으면 하루치의 고단함이 문을 열고 떠난다. 충전하느라 핸드폰을 옆에 두지 않은 채 『오늘의 인생 3』을 읽었는데 이와 비슷한 장면이 나와서 반가웠다. 핸드폰이 없는 단 몇 시간이어도 불안하지 않은 오늘의 인생이 되면 좋겠다.
다양한 양말을 신자라고 결심하고 앉아서 양말을 접고 무겁거나 불편한 옷을 정리하고 냄새나는 반찬통 역시 비웠다. 『오늘의 인생 3』을 읽고 나서. 옷과 옷 사이에 틈이 있는 걸 보는 즐거움을 같이 얻고 싶었다. 아직도 욕심과 미련이 많아서 모으고 쌓아 놓는다. 바깥은 춥지만 햇빛이 들어와 집을 데워주는 아침이 있어서 책을 읽다가 다시 잠들었다. 일어났는데 몸이 쑤신 오늘의 인생.
점심 지출을 줄이고 싶어 실리콘 도시락을 사서 밥과 고기, 만두를 꽉꽉 채워 놓은 어제의 인생. 기대도 절망도 없이 살면서 복권 당첨금으로 바나나 케이크를 먹는 누군가의 오늘의 인생에서 힌트를 얻는다. 지키고 가꾸어야 할 나만의 오늘의 인생. 성과 없는 하루를 보냈다고 우울해하지 말고 쉬는 날에는 청소기를 두 번 돌리고 맘에 드는 겨울 바지를 사서 좋아하면 되는 하루를 가진다.
실수해도 나를 위한 약간의 욕심을 부려도 괜찮은 오늘의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