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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세븐 ㅣ 킬러 시리즈 3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9월
평점 :
이사카 고타로의 킬러 시리즈 신작 『트리플 세븐』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 심호흡을 했다. 물론 재미있을 거야. 재미있겠지. 그래도 한동안 책을 읽지 못했으니 독서력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작가의 말을 읽고 나서 우려는 해결되었다. 『트리플 세븐』을 쓰게 된 영감의 순간을 밝히면서 독자들에게 전하는 인사에서 울렁이던 마음이 진정되었다.
'부디 이 소설을 읽는 동안 현실 사회의 불안함과 괴로움을 잊어버릴 수 있길 바랍니다.'
책을 읽는 동안 다른 것을 생각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작가의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그만큼 소설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고 손에 땀을 쥐게 만들 것이다.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은 그러한 마력이 있으니까. 정말 소설을 읽는 하루가 즐거웠다. 『트리플 세븐』만을 읽는 하루였다. 전작 『불릿 트레인』이 수평으로 이동하는 신칸센에서 사건이 벌어졌다면 『트리플 세븐』은 수직으로 이동하는 호텔에서 이상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불릿 트레인』에서 일어난 사건의 원인과 결과가 『트리플 세븐』에서 밝혀지면서 해결된다. 이렇게 먼저 소설의 스포를 해본다. 두 소설이 하나로 연결되었다는 뜻이다. 읽은 지 한참 전이지만 『트리플 세븐』을 읽다 보면 전작에서 일어난 사건이 떠오르면서 『트리플 세븐』은 한층 더 재미있다. 작가의 말처럼 소설을 읽는 동안 다른 괴로움은 잊힌다. 오직 여러 인물들이 펼치는 기묘한 활극에 집중을 한다.
가미노를 제외한 다른 인물은 별명으로 불린다. 담요와 베개로 불리는 시체 처리 전담 업자의 등장을 시작으로 온갖 재주를 가진 청부업자들이 호텔로 모여든다. 기억력이 비상한 가미노가 호텔에 숨어들었다. 사람을 해부한다는 무시무시한 소문을 가진 이누이가 가미노를 찾기 위해 여섯 명(이들 역시 이상하고 무서운 업자들이다.)을 호텔에 급파한다.
중심에는 호텔에 있는 남자에게 그림만 전달 하면 된다는 가벼운 임무를 가진 무당벌레가 있다. 물건 전달이라는 식은 죽 먹기 보다 쉬운 임무임에도 무당벌레는 완수하지 못하고 사건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세상의 온갖 불운이 자기한테 몰려든다는 재수 없는 생각을 품고 사는 무당벌레는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동시에 맛본다.
『트리플 세븐』은 청부업자들을 호텔로 불러들여 위와 아래로 움직이게 하면서 독자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마음보다 몸이 아픈데도 『트리플 세븐』을 놓을 수가 없었다. 대체 이 사건의 끝이 어떻게 되려나.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에 쉼표가 있는데도 쉴 수가 없다. 빨리 다음 이야기, 다음 장면 내 놓으란 말이야 하면서 읽는다.
남과 비교하면서 사는 인생은 끝이다. 나의 인생에는 행운이 아닌 불운만 가득하다는 생각에 빠지는 것도 끝이다. 불운 끝에 행운이라는 게 반드시 오지는 않겠지만 남과 비교하면서 살지는 않을 수 있다. 나는 이런데 저 사람은 저렇네 하는 생각을 누워 있는 동안 해봤다. 눈물만 흐를 뿐이다.
7이 연속으로 세 번 나오지 않아도 한 번만 나와도 괜찮다 하는 무한은 아니고 유한 긍정의 힘으로 살아가다 보면 두 번 나올 때도 있지 않을까. 그러다 세 번이 나오면 내 인생에도 행운이 있다! 살아볼 만하다!는 실없는 생각으로 삶을 흘러가게 두면 된다. 지금 여기 나는 재미있는 책을 읽을 수 있다. 좋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