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취미는 사생활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5
장진영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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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중순을 넘어 하순을 향해 달려가는데 아침저녁으로 에어컨 틀고 있는데 이게 맞는 거임? 비가 오는 토요일에도 습한 기운에 에어컨을 틀어야 할 것 같아서 조금 우울. 다음 달에 관리비 100억 나오겠네. 통장에 99억 5천 있는데 5천만 원 더 모아야겠네. 이런 헛소리를 하는 건 다 더위 때문임. 잘 자고 있었는데 업무 전화받고 열받아서 이러는 거임. 


이상한 소설을 읽었다. 소설을 읽는 내내 이상하다는 느낌에 읽지 말까 하다가 이 이상함이 나를 소설의 끝까지 끌고 갔다. 장진영의 『취미는 사생활』에 관한 느낌이다. 처음엔 소설의 화자가 누구인지 몰랐다. 그걸 시점이라고 한다지. 소설의 후반부에 가면 다중 우주의 개념이 사알짝 나온다. 다중 우주의 시점으로 읽으면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해석하면 소설의 화자가 왜 모든 걸 다 알고 있는지 결말의 상황까지도 이해가 되어 버린다. 


위층과 아래층에 사는 다정한 이웃의 일상 이야기인 줄 알았지. 아이가 무려 넷이나 되는 은협을 도와주는 선량한 이웃 언니의 따뜻한 이야기인 줄 알았어. 그랬어. 그랬는데 이게 뭐야. 장진영이 그려낸 일상은 선의를 의심 또 의심 주의 관찰해야 하며 이 세계에서 다정함이란 교묘한 사기에 다른 이름이라는 거다. 나는 사기당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지만 막다른 상황에선 달라진다. 


『취미는 사생활』은 나를 숨기는데 최적화된 주인공이 이웃의 불행함에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부동산 누아르 장르물이다. 누구라도 의심해라. 『취미는 사생활』의 주제를 요약하면 이렇게 되겠다. 타인은 나에게 조건 없이 잘해줄 수 없다. 인간은 그런 존재이다. 무언가를 바라고 원하니까 다가오는 거다. 너무 인류애가 없는 거 아냐 반문할 수 있지만 사랑에서조차 등가교환의 원칙이 작용한다.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거 정말 편리하다. 문을 닫으면 나의 공간은 차단된다. 옆집에 윗집에 아랫집에 누가 사는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쓸데없는 인간관계를 만들지 않아도 되니 감정 소모를 할 필요도 없다. 제일 좋은 건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장소가 따로 있다는 거. 여름 관리비는 조금 무섭지만 쉬지 않고 일하는 이유를 관리비를 제때에 내기 위함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면 되니까.


아직 장진영의 소설을 전부 읽어보진 않았지만 소설의 분위기를 기괴하게 만들면서 가독성 있게 끌고 가는 힘이 대단하다. 다음 작품도(아직 한 작품 더 남았다. 게으름뱅이야. 부지런히 읽자.) 그러지 않을까 은근 기대 중이다. 제목에 대입해서 나에 관해 떠벌리자만 나의 취미는 내 생활이다. 물어보기 전엔 절대 내 생활 말하지 않고 물어보더라도 화제 돌리기. 


집이란 무엇인가. 엄근진의 무드로 물어보면서 독자의 연약한 팔 안쪽을 꼬집고 도망가 버린다. 처음부터 끝까지 잘해주다가 너 정말 속았어 너 나한테 당한 거야 황당한 기분을 느끼게 하면서 말이다. 내가 지금 너한테 잘못 걸린 거지? 그렇지만 아니라고 말해줘. 거짓말인 거 아니까. 다시 내게 돌아와 줘. 구질구질하게 매달리게 된다. 『취미는 사생활』을 읽고 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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