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은 아이 2 죽이고 싶은 아이 (무선) 2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꽃님의 장편소설 『죽이고 싶은 아이』의 결말이 강렬하긴 했다. 이대로 이야기가 끝인가. 이런 환경과 상황 속에 인물을 그대로 놔두고 문을 닫고 작가는 나갈 것인가. 의문이 들긴 했다. 어쩔 수 없지. 작가가 그렇게 하기로 했다는데. 그럼에도 주연과 서은이가 마음에 걸렸다. 주연의 남은 날들이 궁금했다. 소설이라는 가상과 허구의 세계이지만 그대로 그들을 두고 온 것 같아 마음이 시렸다. 


서로 어울리고 웃고 늘 어디든지 함께 다니는 친구가 있었으면 했다가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뒤로 괜찮아졌다. 괜찮아졌다고 믿는 게 아니라 정말 진짜 아주 괜찮았다. 관계에서 오는 불안과 집착이 없었기에 해방감마저 느꼈다. 『죽이고 싶은 아이』의 후속작 『죽이고 싶은 아이 2』는 한때 열렬하게 원했던 우정이 사라진 자리를 더듬어 나간다. 


서은이 벽돌에 맞아 죽고 범인으로 주연이 지목되었을 때 『죽이고 싶은 아이』의 마지막은 앞의 이야기와는 다는 반전을 제시했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다. 다행히 소설가 이꽃님은 주연과 서은을 내버려두지 않았다. 『죽이고 싶은 아이 2』에서는 서은의 죽음 후에 남겨진 주연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을 읽어야 하므로 큰 줄거리를 나열할 순 없지만 주연의 슬픔, 상처, 극복이  『죽이고 싶은 아이 2』에 있다. 


극복이라고 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알고 있을 것이다. 극복은 쉽지 않다. 극복은 없다. 상처와 슬픔이 있는 자리에 극복은 오지 않는다. 그저 아프고 힘든 채로 삶은 흘러간다. 내내 아프고 어렵고 버거운 얼굴로 살아간다. 아주 가끔 좋아지고 아주 자주 슬퍼진다. 주연이 밥을 먹지 못하고 말을 하지 못할 때 주연을 방치하지 않음으로써 주연은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예전에도 지금도 친구는 없어도 된다. 기대도 실망도 없이 살아가고 싶기에 관계 맺기는 하고 싶지 않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누군가 나를 괜찮게 봐줬으면 하는 이중적인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사소한 일상을 나누고 싶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대가가 따른다는 걸 알기에 지금처럼, 아무것도 없이 살아가고 싶다. 『죽이고 싶은 아이 2』는 평범을 말하면서 끝을 맺는다. 


그치. 남들처럼. 평범하게. 보통의 가족의 모습으로. 살아가야지. 아직 어린 날들에게 바치는 찬가 같은 소설, 『죽이고 싶은 아이 2』. 소설의 스포를 말해줄 순 없지만 인생의 스포는 해줄 수 있다. 나이만 먹은 어른의 말을 귀담아듣진 않아도 된다. 아이가 자라면 어른이 된다는 건 터무니없는 낙관이기도 하다. 다만 평범해지고 싶다는 소원은 쉽게 이룰 수 없으며 이룬다 해도 착각일 확률이 높다. 그렇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