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내연애 이야기 달달북다 2
장진영 지음 / 북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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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지금껏 장진영이라는 소설가를 몰랐을까. 그래. 내가 모든 소설가를 다 알 순 없지. 내가 문학의 신도 아니고 어떻게 모든 작가를 다 알 수 있겠어.라고 위안 삼아 보지만 소설 더 열심히 읽어내자 다짐도 다시 한다. 내가 알든 모르든 작가들은 쉬지 않고 아니 쉬엄쉬엄 자신만의 속도로 글을 쓰고 있다. 참, 정말, 제대로 다행이다. 


장진영의 소설 『나의 사내연애 이야기』는 앉은 자리 혹은 누운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한 번에 읽어낼 수 있는 분량의 소설이다. 나는 이 책을 누운 자리에서 옆으로 돌아눕지도 않고 낄낄대며 폭풍 공감하면서 읽었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시원한 바람은커녕 눅눅한 습기만 남은 이 늦여름에 지쳐 있더라면 『나의 사내연애 이야기』를 추천한다. 


살면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 두 가지를 이야기해 주면서 소설은 시작한다. 그 두 가지란 CC와 사내연애. 주인공 배수진은(맞다. 배수의 진을 친다고 할 때 그래서 주인공 이름을 배수진이라고 소설가는 작업 일기에서 밝힌다) 고졸이라 CC는 안 해보고 어렵게 들어간 모델 에이전시 회사에서 사내연애를 그것도 두 명의 남자와 한다. 


어떤가. 이쯤 되면 소설의 흥미가 마구 생기면서 읽어봐야 할 의무감이 끓어오르지 않는지. 미리 보기로 앞 장을 읽고 도파민이 싸악 돌아서 주문했다. 바로 다음날 도착해서 작고 귀여운 판형의 『나의 사내연애 이야기』를 읽어 나갔다. 우리의 주인공 수진은 고졸로 입사를 해서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업무를 한다. 


산책 삼아 숙취해소 음료 사러 가기. 산책 삼아 모델의 바나나우유 사러 가기. 산책 삼아 콜라 사러 가기. 대표가 부르면 달려가서 거래처 돌 때 대표의 클러치백 거치대 역할. 대표가 기르는 난과 분재에 물 주기. 모델 발굴해서 키우는 업무는 하지도 못하고 산책 삼아 물건 사러 다니는 수진. 그래도 긍정의 아이콘인가 할 정도로 수진은 밝다. 


그 와중에 부서가 다른 팀장 두 명과 몰래 만난다. 한 명은 입사 초기부터 무뚝뚝하게 굴다가 담담하게 반했다고 고백한 목지환 팀장. 한 명은 대표가 갈굴 때 상담과 위로를 해준 이승덕 팀장. 수진은 두 명과 만남을 이어갔고 불굴의 의지로 모델을 발탁하면서 일도 해나간다. 『나의 사내연애 이야기』는 심각하지 않고 간간이 웃기고 어이없어 기가 막힌데 또 웃겨서 읽으면 읽을수록 이상하게 신이 나는 소설이다. 


심부름만 하다가 회사 생활 끝나는 거 아닌가, 우리의 수진이. 그렇지 않고 소설은 신이 나서 신이 나는 대로 흘러간다. 소설가 본인이 쓴 『나의 사내연애 이야기』의 작업 일기 역시 재미있다. 소설은 재미있어야 한다. 소설뿐만 아니라 모든 책이 재미있어야 하지 않을까. 재미 정도는 기본으로 있어야 텍스트힙인가 그런 게 유행한다던데 재미가 있어야 책을 사서 읽겠지. 


텍스트힙이든 뭐든 책을 사서 책을 읽는 척만 해도 즐거울 수 있다면 문학의 역할은 다했다고 생각한다. 하지 말라는 건 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 두 가지를 하지 말라고 하면 두 가지를 해봐야 한다.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놓고 후회하는 게 짧디짧은 인간사를 볼 때 개이득.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을 때 배달음식 시켜 먹고 책 주문해서 나를 설레게 하기. 책 읽다가 시간이 훌쩍 간 거 보고 다시 잠들기. 아드레날린에 이어 도파민의 힘으로 하루 보내기. 나만 이상한 거 아니잖아. 위안 받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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