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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국을 말하다
장강명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8월
평점 :





주중에는 너무 많은 자극과 도파민이 몰려온다. 전화를 하고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체로 나는 이해력이 부족해 한 번 이야기하면 이해하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건 안 좋다. 나를 어느 정도 알면 그러려니 넘어가는데 나를 잘 모르는 인간들이 대부분이라 내가 예? 하는 순간 공기의 흐름이 달라진다. 그래도 무조건 네네 하지는 않는다. 그러다 일을 망칠 수도 있기에. 상대가 뭐라 하든 한 번 더 말해달라고 한다.
그리하여 금요일 밤부터는 고요와 침묵의 시간으로 들어간다. 한때 밤을 새워서 드라마나 영화를 보기도 했다. 지금은 집에 들어와 마음에 드는 노래 한 곡을 반복해서 틀어 놓고 멍 때리는 게 힐링이다. 그동안 나 어떻게 시리즈물을 지치지도 않고 본 건가. 지금의 나는 스트레스와 도파민에서 벗어나고 싶은 걱정이 많은 한 사람일 뿐이다.
책이 있다. 책을 산다. 책을 읽는다. 아무도 없는 침묵의 시간에 책을 사서 읽는다. 밥 먹을 때 영상 보는 걸 제외하고는 주말에 책을 읽는다. 활자 중독인 사람처럼. 주로 빨리 읽을 수 있는. 성취감이 들만한 책들로 고른다. 일하다가 기분이 짜치면 인터넷 서점 앱에 들어가 신간을 훑는다. 왜 이렇게 쿠폰을 계속 주는 걸까. 나 사찰하고 있는 거임?
『소설, 한국을 말하다』 역시 다 때려치우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 고개를 숙이고 올라온 신간 목록을 스크롤 하다가 발견했다. 문화일보에 연재된 4000자 안팎의 짧은 소설을 모았다. 당대, 지금, 여기의 한국을 말할 수 있는 소재로 말이다. 새벽 배송, 돈, 식단, 거지방, 고물가, 다문화 가족, 팬심, 중독 등의 한국을 조명할 수 있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걱정이 사라지는 건 아닐 테고. 그럼에도 걱정에 충실한 여기의 한국 독자는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위로를 받고 싶다. 구박사 님의 탁월한 혜안의 알고리즘만으로는 걱정과 불안과 외로움이 사라지진 않는다. 주말 아침에 일어나 유튜브만 보고 있는 것도(그게 왜 나쁘냐? 쉴 때는 쉬자, 나님아) 게을러 보이기에(누가 그렇게 보는데? 너 님이?) 『소설, 한국을 말하다』를 펼친다.
명품 가방을 사기 위해 줄서기 알바를 하고 거지방에 들어가 오늘의 절약 생활을 보고 한다. 오랜 공부 끝에 공무원이 되었지만 악성 민원인에게 시달리고 가족을 위해 타국에 와서 일을 하지만 억울한 일의 연속이다. 한 주 동안의 노동, 한 주 동안의 불안, 한 주 동안의 이해할 수 없음에 대해. 요동치는 마음을 보고만 있기에 그런 걸 방관하지 않으려고 『소설, 한국을 말하다』를 읽다가 미래라는 말은 쉽게 가질 수 없을 것 같아 현재를 끌어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