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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 - 한정원의 8월 ㅣ 시의적절 8
한정원 지음 / 난다 / 2024년 8월
평점 :
6월의 밤을 거쳐 7월을 걸어와 8월로 도착했다. 하늘을 보고 싶어 창문을 열어 놓을까 하다가도 뜨거운 태양빛에 놀라 마음을 접는다. 너머의 하늘은 푸르겠지. 구름은 천천히 흘러가겠지. 상상에 맡기는 8월의 아침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은 여름이라고 말했을 때 이제 나 역시 여름을 좋아하는 계절로 삼겠다고. 가을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럼 나 역시 가을이 좋으니 서로의 좋은 계절을 나눠 가지자고 말했다.
우리가 좋아하는 계절을 하나씩 가지게 되었다. 지금은 여름을 살고 다음은 가을을 사는 것으로 말이다. 7월에 이루지 못했던 계획을 8월로 이월해 놓았다. 계획이란 건 지키지도 못할 금연 약속 같은 것이라 번번이 실패하겠지만 계획을 말하며 웃는 우리가 있기에 성실히 짜기로 한다. 아직 8월이 남았고 그런 게 좋은 거라서 '8월의, 8월에 의한, 8월을 위한' 한정원의 8월 에세이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을 당신이 아프다는 아침에 꺼내 읽는다.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이라니 사계절을 사는 우리나라에서. 이건 싫어한다는 말을 완곡하고도 세상 다정하게 말하는 거 아닌가. 차마 싫다라고는 하지 못하고 너를 네번째로 사랑한다고 듣는 이를 헷갈리게 만드는 화법. 그럼에도 싫은 건 아니라고 하니까 위안 삼아 좋아하는 마음을 접지 않게 만드는 아리까리한 상대방의 여지.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을 바꿔서 부르면 '내가 처음으로 싫어하는 계절'. 이렇게 말하면 여름은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여름은 울먹이며 말하겠지. 다르게 말해줘. 그래 그럼 이렇게 말할게.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이야, 너는. 여름은 눈물을 닦으며 웃겠지. 고마워. 나를 네번째로 사랑해 줘서. 그렇게 여름은 묵묵히 열기를 품어 내고 소나기를 뿌리고 매미를 울게 하고 밤에도 흥분을 하겠지. 시와 에세이, 사진이 있는 8월의 책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에서 나는 앞으로 남아 있을 여름을 헤아리기보다는 오늘의 여름에 근면하기로 한다.
책을 읽는 오늘은 8월 11일이니까 8월 11일의 에세이 「냄새와 기억」을 나의 생일인 날의 8월 19일의 에세이 「파도가 없다면」을 두 번, 세 번, 네 번 읽는다. 그런 것들이 남는다. 엄마가 뿌리던 향수와 엄마가 했던 말들. 이제 나는 엄마의 나이에 가까이 가려고 시도 중인데 엄마의 삶에는 가닿고 싶지는 않다. 빈번했던 실패의 순간을 지켜보면서 도움을 주지 못했기에.
싫어하는 대신 조금 사랑하기의 마음으로 이 여름을 이 8월을 보내기를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은 나직이 말해준다. 조금 사랑하는 것도 많이 사랑하는 것도 사랑이기에 8월을 사랑해 보기를. 애초에 나는 여름과 내가 태어난 달의 8월을 사랑한 사람이기에 지금은 사랑이 전부인 시간이다. 속상하거나 밉거나 서운하거나 그럴 때 숨기지 않고 말하는 것으로 당신과 내가 8월을 사랑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