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 - 99년생 시인의 자의식 과잉 에세이
차도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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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이야기를 하기 위해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꽤나 있다. 예전에는 정말 나에 대해 궁금해서 물어보나 싶어 성심성의껏 답을 했다, 바보같이. 지금은 아니까 질문에 답을 간략하게 말하고 성숙한 사회인답게 다시 질문을 던져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하게 둔다. 듣는다. 궁금하진 않지만 주말에 있었던 일이나 간밤에 무얼 먹었고 왜 화가 났는지에 대해서. 


가만히 듣다 보면. 자신에 대해 알아달라는 거다. 나는 이런저런 사람이라는 거. 무얼 좋아하고 싫어하고 원하는지에 대해서. 겉따속차인 나는 잘 듣고 반응하고 하나 마나 한 말을 한다. 연기를 하는 것이다. 그렇군요. 당신은 그런 생각들을 했고 그런 과거를 지나왔군요. 그럼에도 잘하고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이상한 게 아닙니다. 


그럼 나는. 나를 알아달라는 마음 반과 나를 제발 무시해 줬으면 하는 마음 사이에서. 쓴다. 매일 일기를. 그런데 누가 보지도 않을 일기에 거짓말을 쓴다. 솔직한 속마음을 편집하고 변형한 채 말이다. 열쇠 달린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썼지. 세 살 때 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이럴 거면 일기는 왜 쓰냐. 하지만 쓴다. 나를 알아달라고 하는 마음이 더 절절할 땐 시를 쓴다. 


시인 차도하 역시 그렇다고 한다. 에세이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의 첫 부분에서 나는 내 마음을 들켰다.


나는 들키고 싶은 걸까. 


남을 읽고 싶다는 마음. 

남에게 읽히고 싶다는 마음. 


이 두 마음은 한패다. 그래서 에세이를 쓴다. 에세이를 읽는 사람도 자의식 과잉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자의식 과잉이 아니라면, 누가 무슨 일을 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구구절절 써놓은 에세이집을 들춰볼리 없다. 

(차도하,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中에서)


맞다. 에세이를 읽는 나는 자의식 과잉이다. 일상에서 그걸 드러내는 것조차 피곤하기에 꼭꼭 숨겨 놓을 뿐이다. 나는 시와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즐겨 읽고 읽으며 나에 대해 마구 이야기하고 싶은 욕망을 참아낸다. 내가 나를 쓰면 누군가 관심 있어 하는 이가 읽어주겠지. 흥미롭다고 생각되는 지점에서는 웃음을 터뜨리겠지. 


대체로 남을 읽고 싶다는 마음도 남에게 읽히고 싶다는 마음도 적은 상태에서 지낸다. 그런 마음이 아주 가끔 들 때는 집에 돌아와 읽고 쓴다. 그런 마음들은 무한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기에 미약한 힘으로도 할 수 있는 읽기와 쓰기를 한다.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에서 그런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아주 약한 에너지로 써낸 글은 세상을 돌고 돌아 조금 약한 에너지로 남았다. 


그렇게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많이 사랑할 땐 사랑하고 적게 사랑할 땐 사랑하고 많이 미워할 땐 미워하고 적게 미워할 땐 미워하고. 대체로 사랑과 미움 사이에서 헤매며. 그러다 사랑으로 남아 사랑을 지켜가면서 말이다. 밀린 어제의 일기를 오늘 쓰고 어제의 사랑을 오늘로 이월해 가면서 꾸역꾸역. 가정법의 문장은 비문이다. 변명이고 후회의 문장이다. 이미 일어난 일에는 입을 다무는 게 좋다. 그렇게 그곳에서도 자의식 과잉의 에세이와 사랑의 시를 쓸 수 있기를. 기원의 마음뿐이다. 여기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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