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여름 2023 소설 보다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6월
평점 :
품절




아주 오랜만에 일요일 오후를 만났다. 일어난 건 오전 9시인데 제대로 일어난 건 정오. 그 사이에 누워서 책을 읽었다. 점심을 먹고 조금 누워 있다가 다시 낮잠. 등이 아파서 주말에는 계속 이러고 있다. 일어났으니 일어나야 하는데 등이 아픈 채 누워 있다가 《인사이드 아웃》을 다시 봤다. 나의 슬픔이, 나의 빙봉이. 빙봉이 기쁨이를 위에 올려 보내고 안녕이라고 말하며 사라질 때 엉엉. 


슬픔이는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다. 너무 슬퍼서 못 걷겠어 이러고 발을 내미는 거 넘나 넘나 커엽. 다시 나의 감정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라일리는 이제 사춘기를 맞이했다지. 《인사이드 아웃 2》 며칠 있으면 개봉이다. 더빙판으로 보고 싶은데 힝. 시간이 힝. 슬픔아 조금만 기다려줘. 둥둥하고 커여운 너를 곧 보러 갈게. 


일요일 오후는 그렇게 잠깐 반짝하고 사라졌다. 커튼을 열어 오후의 햇살을 거실로 들어오게 해준 것뿐이었는데. 초여름의 오후 플레이리스트를 틀어 놓았을 뿐인데. 슬픔이가 활약한 감정은 괜찮아졌다. 그래그래 계속 그래주면 좋겠다. 2024년 여름에 『소설보다 여름 2023』을 읽는다. 일 년 전 여름이 여기 있음에 고맙고 감사하다. 


첫 소설의 제목부터 감동이다. 공현진의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이런 감동적인 제목의 소설을 1년 동안 방치하고 있었다니 그동안 나 제정신이었던 거 맞음? 힘들거나 힘들거나 고독하거나 고독하거나 짜증 나서 짜증이 날 때마다 드는 생각이었다. 나 포함 다 망할 텐데. 지구는 더 이상 버티디 못하고 멸망할 텐데. 그냥 넘어가자 하면서. 


소설은 수영 기초반에서 만난 두 남녀의 일상과 상념을 그린다. 연애 감정? 그런 게 있겠어? 제목이 저런데.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는 주호와 약간의 눈치를 탑재한 희주. 수영 초보반에서의 그들은 지도에도 없는 곳에서 헤매고 있는 이방인 같다. 주호의 대화 방식이 짠하고 웃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질문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서 일까. 


김기태의 「롤링 선더 러브」의 맹희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근래 들어 읽은 소설의 주인공 중 가장 사랑스럽고 진취적이고 용맹하다. 사랑이 찾아오지 않으면 뭐 어때. 내가 찾아가면 되지. 37세의 독신 맹희는 연애 프로인 《솔로농장》에 지원한다. 그곳에서 맹희는 완두라는 별명으로 활약한다. 지원자들끼리 하라는 연애는 안 하고 다른 곳에 관심이 꽂힌 맹희. 귀여워 주금.


분위기를 바꿔서 「재와 그들의 밤」에서 하가람은 불에 타고 있는 고향 울산에서의 엄마와의 밤 시간을 그린다. 엄마 추자 씨는 덕미 아줌마와 시절 우정을 맺고 있는 중이다. 부디 그 우정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모든 것으로부터 버림받은 기분의 주인공인 내가 바라는 건 오직 그것 뿐이다. 자주 빈번하게 매번 후회를 한다. 연락이라도 제대로 할걸. 말이라도 곱게 할걸. 


2024년 6월의 어느 일요일에는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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