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십육일 -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 에세이
4·16재단 엮음, 임진아 그림 / 사계절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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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년 5월 1일이다. 다행히 쉬었고 그게 또 기뻐서 고기를 구워 먹고 청소를 하고 책을 읽다가 잠들었다. 눈을 뜨니 저녁 여섯시였다. 이렇게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에 일을 하면서 누군가를 미워하고 그런 나를 미워하다니 노동은 가치가 없게 느껴진다. 미운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다른 어떤 이는 무진장 일을 하고 싶어 할 수 있으니까) 일하는 건 좋아지지 않는다. 


4월 다음에 5월. 시간과 계절은 근면 성실한 노동자의 모습이라 너희들에게 일을 맡겨야겠다. 주인도 아닌데 주인 의식을 가지라는 말을 들어도 너희들은 묵묵히 출근을 하고 일을 해내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긴다. 파이팅 외쳐주겠다. 그러니 나 대신 내일 너희들이 일을 해. 오늘이 왔으니 어제도 있었겠지. 오늘과 내일보다는 어제에 마음이 쓰이는 요즘이다. 


그러니까 과거에.


어제는 오랜만에 어떤 한 단어를 묵음이 아닌 소리로 내보았다. 그 말은 언젠가부터 힘이 나는 대신 슬픔이 밀려들어와 속으로만 마음속으로만 내뱉었던 말이었다. 내내 골몰했던 말이기도 했다. 시간이 이만큼 흘렀으니 슬픔 없이도 일상어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천천히 대놓고 말을 해보기로 하지만 쉽진 않을 것 같아 가슴속 빈 방에 놓인 칠판에 빼곡히 적어보기만 하려고. 


4·16재단에서 엮은 『월간 십육일』을 사 놓고 한달음에 읽지 못했다. 다들 4월을 어떻게 살아냈는지 물어보고 싶다. 나의 경우 황당한 상황이 연이어 일어났고 두근대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중언부언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말을 길고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받아들이고 이해해 보려다가 실패한 사례였다. 급기야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속엣말을 입 밖으로 꺼내버리고 말았다. 


이런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다시 놓인다. 그것에 비하면 말이다. 


『월간 십육일』의 모든 에세이가 잊히지 않는다. 매달 16일에 모인 글이기에. 단 하루였지만 평생의 하루가 되어 버린 그날을 잊을 수 없다. 시인 고명재는 『월간 십육일』에서 영수 엄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서슴지 말고 기억해요」에서 고명재는 '있음'과 '시'에 대한 여기의 자리를 만든다. 거기 있었으나 여기 없는 사람들이 있다. 영수 엄마는 영수를 잃고 반찬 가게에서 일을 도와주는 시인과 동생의 모습을 보고 펑펑 운다. 


영수 엄마에게도 자식이 있었다. 과거시제 선어말 어미 '었' 때문에 이 문장은 서럽다. 엄마 일을 도와주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고 우는 영수 엄마에게 시인은 '수백 번 생각하다 눈을 감은 채 나는 영수를 위해 오래도록 기도를 했다. 너희 엄마가 너를 정말 보고 싶어 하셔. 온 힘을 다해 꿈에서라도 찾아뵙도록 해.'라는 그때의 심상을 들려준다. 


시간은 우리를 다만 슬프게 놔두지 않는다. 영수 엄마에게 영수의 친구들이 찾아와 '저희가 이제 스물세 살이에요.'라는 말로 엄마를 안아준다. 영수 아빠가 웃고 여기 없음은 시가 된다. 『월간 십육일』은 우리가 아직 살지 못한 시간 2024년 10월 16일까지 우리를 데리고 간다. 2020년 6월 16일에서 말이다. 자주 잊겠지만 매달 16일에 세월호 기억 에세이는 나와 당신의 분주한 시간 속으로 찾아올 예정이다. 


말해놓고 머쓱하거나 슬퍼지지 않을 테까지. 세상에 나오고 싶어서 오래 숨죽이고 있었을 나와 당신의 말이 『월간 십육일』에 있다. 나는 오늘 이 글에서 그 말을 마음껏 써서 시로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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